진로교사가 된 후 어느새 네 번째 진로 여행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제안을 받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우선 배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고는 곧바로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진로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기에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 진로상담, 진로진학상담교사로서의 업무, 지리 교육 전공 경험이 여행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도 프로젝트를 통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해외탐방 프로그램은 학생들을 인솔해야 하기에 안전 등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있어 호불호가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하는 교사가 많은 편이라 형평성을 고려해서 매년 일정 정도의 교사들이 교체됩니다. 저도 작년을 끝으로 올해는 학교 업무와 학교 밖 청소년 상담 자원봉사에만 집중하려고 했는데, 4월 초에 다른 프로젝트 팀에서 협조 요청이 왔습니다. 세 번의 진로 여행은 우선 배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탐방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번에는 한국어 교육 기반 국제교류 사업입니다. 추천 및 협조 요청도 있었고, 한국어 교육 기반 국제교류사업이라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고, 진로와 관계도 있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삶의 모든 일이 다 이런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얻은 기회를 반신반의하면 시작하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재미가 있고 경험도 쌓이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진로는 경험의 성장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고 외연도 확장되는 것 같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진로의 과정이 이렇다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경험과 작은 성공이 모여 큰 경험과 큰 성공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진로교사로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는 소속감과 인정의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성장을 위한 자아실현의 욕구를 채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남들과 다르게 개성이 넘치는 가장 나다운 모습,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이 순간이 저는 너무 좋습니다.
딱좋은프로젝트학습법
2024년,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교육 기반 국제교류사업인 <한국의 말·멋·맛 나눔 활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현지 한국교육원과 연계한 학교 간 교류를 통해 한국어 교육을 활성화하고, 현지 학생과의 교류를 통해 참가 학생들의 세계시민의식과 미래역량 강화가 목적입니다. 미국 LA,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등 3개의 팀 중에 저는 우즈베키스탄 팀을 맡게 되었습니다. 전체 태스크 포스 팀(task force team) 회의를 거쳐 세부적인 활동 내용은 한국 교육원과 연계한 한국 문화 홍보, 학생 교류, 문화 탐방으로 결정되었습니다. 학생들은 K-POP, K-FOOD, K-BEAUTY, 언어 영역으로 선발되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팀에는 단장, 행정 요원, 인솔 교사 2명 등 총 4명의 인솔진과 분야별 특기를 가진 19명의 학생들이 선발되어 총 23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팀별 활동의 시간이 다가오자 2주 가까이 밤잠을 설쳤습니다. 어떻게 해야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양한 학교에서 선발된,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잘 마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의 힘을 믿는 편입니다. 생각과 탐색을 많이 하면 답이 나옵니다. 쓸데없는 걱정을 내려 두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사고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고 전체 로드맵 세우고 구체적인 교육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 여행이나 문화 탐방이 아니고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니 무엇을 어떻게 경험하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문화 탐방과 체험은 인터넷 자료도 많고 여행사의 도움도 받으면 되는데, 가장 큰 고민은 한국문화 홍보 활동과 학생 교류였습니다. 궁리해 보니 이것은 목적에 맞게 세부 계획을 잘 세우고, 모둠별로 연습을 잘하면 해결될 것 같았습니다. 교사가 준비를 잘해야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계획부터 준비, 실행, 마무리까지 직접 참여하도록 해야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프로그램 곳곳에 이런 고민을 잘 녹여내는 것이 무척 중요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는 더 꼼꼼하게 설계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궁리 끝에 여기에 딱 맞는 활동 방법을 찾았습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입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 방법은 일의 계획과 수행 능력을 기르는 실제적인 교육 방법입니다. 학습자가 스스로 계획하고 구상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적 활동을 중요시합니다. 지식과 경험을 종합적으로 몸으로 익히게 하는 학습법입니다. 저는 이 방식을 이번 활동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이전의 해외 탐방 활동이 사업 성격상 카운슬링과 멘토링의 비중이 컸다면 이 프로젝트는 컨설팅과 코칭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새콤달콤팀, K-로드를가다!
발대식 6월의 첫날, 발대식이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의 말·멋·맛 나눔 활동>에 대한 목적, 취지, 기대 효과, 전체 일정 및 중점 사항, 제출 서류 안내, 인사말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팀별 협의 시간이 1시간 주어졌습니다. 시간이 부족했기에 저는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하나씩 차근차근 진행했습니다.
운영진을 소개했고, 팀원들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기소개는 소속 학교, 학년, 이름, 장점이나 강점, 꿈과 진로, MBTI 성격 유형, 활동에 임하는 마음이나 각오, 팀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중심으로 하도록 했습니다. 팀 이름은 'K-로드 새콤달콤'으로 정해졌습니다. 'K-로드'에는 과거 실크로드의 중심이었던 우즈베키스탄의 역사, 글로벌한 국가가 된 우리나라의 현재적 위상과 번영, 그리고 팀원들 각자 '미래의 길'을 꿈꾸는 시간이 되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새콤달콤'은 한국어 교육 기반 사업이라 이에 어울리는 재미있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다가 우리 팀에 어울릴 것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새콤달콤, 칙칙폭폭, 콩닥콩닥, 들썩들썩, 알록달록, 폴짝폴짝, 이글이글, 반짝반짝, 생글생글, 덩실덩실, 이렇게나 예쁘고 설레는 말들이 많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모두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갈팡질팡, 느릿느릿, 흥청망청, 포동포동, 힐끔힐끔, 차일피일, 어영부영, 엉거주춤… 이런 단어도 때론 필요하지만 이번 활동에서는 이런 말들은 잠시 접어두고 멋지고 설레는 말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팀 역할을 정했습니다. 먼저 공연, 푸드, 뷰티 등 세 모둠으로 편성했고 공연 모둠에서 한글 교육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공연과 한글 교육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끔이는 총 4명으로 전체 팀장 1명과 모둠장 3명으로 구성했습니다. 전체 팀장은 희망자가 2명이라 소견 발표를 듣고 민주적으로 결정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우즈베키스탄어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데 이번 활동에서는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학생들이 4명 선발되었습니다. 이 학생들도 희망에 따라 세 모둠으로 편성하였습니다. 통역이는 우즈베키스탄 문화 탐방과 행사에서 통역 및 활동을 진행합니다. K-POP 공연과 한글 교육에 2명, K-FOOD와 K-BEAUTY 활동에 각각 1명이 배정되어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기록이, 알림이, 나눔이, 깔끔이를 일부 선정하고 모둠 내 활동 특성에 맞게 적절한 역할은 활동을 하면서 세부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 계획을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참가 학생들의 학교 학사 일정을 미리 조사하여 표로 작성했습니다. 준비와 연습을 위해서는 기말고사, 여름 방학, 학교 행사 등 일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준비 캠프, 모둠별 준비와 연습, 전체 연습, 최종 리허설 등의 활동을 위해 날짜와 장소를 결정했습니다. 소통을 위해 전체 및 모둠별 소통방을 개통하고, 활동 기록을 저장하고 공유하기 위한 아카이브 공간도 만들었습니다. 공적인 활동이니 만큼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 등 국내 SNS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준비캠프 우즈베키스탄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자신의 분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 모두가 이 활동 전체를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활동이 아닌 그저 개인의 재능을 뽐내는 그런 자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문화 탐방에만 관심을 둔다면 그냥 잘 짜인 패키지 관광 여행을 다녀온 것이나 다름없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활동에는 꼭 준비 캠프가 필요합니다. 인솔진 회의에서 준비캠프를 제안했고, 현충일에 교육청 공간을 빌려서 진행했습니다.
준비 캠프에서는 문제해결기반학습(Problem Based Learning)을 적용했습니다. 이것은 주어진 과제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교육 방식인데, 학생들은 활동 과정에서 유연한 지식, 문제 해결 능력, 자기 주도성, 협업 능력을 활용하고 계발할 수 있습니다.
캠프를 시작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프로젝트에서는 팀원 모두가 이런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분업화, 전문화된 직업 세계와 창의적 인재가 더욱 요구되는 미래 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은 소통 능력과 협업 능력입니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이 이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안전에 대한 당부도 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여행도 다치거나 아프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모두가 '안전한 사이가 되자.'라고 약속했습니다. 안전하고 사이좋게 다녀오자는 의미입니다.
준비 캠프는 우즈베키스탄 프로젝트의 목적과 취지 공유, 팀원 및 자기 응원하기, 개인 및 세부 행사 기획안 작성, 모둠별 행사 기획안 작성, 모둠별 발표 및 팀 전체 공유, 아이디어 및 의견 수렴 등으로 진행했습니다. 응원하기, 모둠별 발표, 아이디어 빨랫줄 만들기 활동은 갤러리 워크 형태로 진행했습니다. 결과물을 벽면에 붙여두고 모든 팀원이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먼저 응원 나무가 있는 대형 포스터에 과일 메모 스티커로 자신 또는 팀원에게 전하는 응원 메시지를 작성하여 붙이고 공유했습니다.
행사 기획서 작성을 위해서 대학교 공연 학과나 공연 기획사에 사용하는 기획서를 토대로 만든 개인세부 기획서와 모둠전체 기획서 양식지를 배부하고 작성했습니다. 학생들은 먼저 개인〮세부 기획서를 작성하고 난 뒤 모둠별 활동을 통해 모둠 기획서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전체 우즈베키스탄 팀 기획서를 작성했습니다. 개인 및 모둠 기획서에는 프로그램명, 일시, 대상, 제안자명, 제작 형식, 참여 인원, 러닝 타임, 기획 의도, 프로그램 개요, 제작 방향, 제작 일정, 소요 물품 및 비용, 참고 자료 등이 자세하게 담기고, 행사장 및 무대 배치를 그림으로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모둠 및 전체 기획서에는 개인 및 세부 기획서에 담긴 세부 프로그램들을 모아 순서를 정하고 수정하고 조정한 전체 행사 내용과 러닝 타임 등이 담깁니다. 이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 학생들이 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고, 둘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 계획 및 준비해야 할 것, 도움이 되는 자료를 어떻게 찾고 요청해야 하는지 탐색하고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고, 셋째, 교사는 이러한 학습 과정을 잘 관찰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획서 작성 과정에서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구체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스캠퍼(SCAMPER), PMI, 마인드맵(mind map)과 만다라트 기법을 활용하도록 안내했습니다. 활동 중에 건의하거나 반영하고 싶은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이를 언제든지 아이디어 빨랫줄이 있는 대형 포스터에 메모 스티커로 붙이도록 했고, 활동 끝에도 다시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준비 캠프는 세부 활동을 디자인하고 준비를 잘하기 위해 기획을 하는 단계입니다. 우리는 전체 및 모둠별 목표를 수립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구체화하고 발전시켰습니다. 공연, 전시, 교육, 체험의 전체적인 주제와 방향성이 설정되었고, 행사 콘셉트가 나왔고, 학생 교류를 위한 세부 내용도 정리했습니다. 공연을 위한 음향 장비와 무대 점검, 조리를 위한 재료 조달 및 도구 준비, 뷰티 활동을 위한 도구와 재료 준비 등 다양한 아이디어와 준비물이 이야기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아이디어와 준비물로 혼란스러웠지만 대략적인 전체 기획안이 완성되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림이 보이고 퍼즐이 조금씩 맞춰지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준비와모둠별연습기말고사가 다가왔습니다.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모둠 및 전체 모임은 잠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은 기말고사 준비에 들어갔지만 인솔진은 기획안에 따라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행사 예정 장소가 갑자기 변경되었습니다. 참여 학생 모집, 40도 가까운 여름 날씨, 야외에 있는 무대와 부스 등 현지 여건이 나빠 장소를 새로 구해야 했습니다. 참여 대상이나 장소가 확정되어야 거기에 맞게 준비를 할 수 있는데 마냥 기다려야 하니 답답했습니다. 타슈켄트 한국교육원도 열심히 현지 학교를 알아보고 있었으나 우즈베키스탄의 학교는 6월부터 이미 여름 방학에 들어갔고, 행사 목적에 적합한 학교를 섭외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6월 중순에 학교가 확정되었습니다.
현지 학교는 굽키나 리째이(GubKina Litsey T3-23)로 우리나라로 치면 10~11학년 고등학생들이 다니는 직업계 마이스터고등학교 같은 학교였습니다. 방학 중이긴 하지만 50명 정도 학생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타슈켄트 한국교육원을 통해 공연을 위한 강당 및 무대 사용 가능 여부, 마이크, 앰프, 스피커, 인터넷, 스크린, 노트북 등 방송 및 음향 장비 상태, 요리를 위한 식수, 조리용 가열 장치 종류 및 사용 가능 여부, 주방 상태를 체크했고, 푸드, 뷰티, 한글 교육을 위한 부스 설치에 대해 문의하고 확인하고 준비하면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현지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학교와는 여건이 다른 곳이고 확인이 안 되는 것도 많았습니다. K-FOOD를 담당하는 인솔 교사도 현지의 더운 날씨, 식재료 조달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여러 가지 다른 여건과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준비는 더 철저히 해야 했습니다. K-POP 공연팀에서는 공연을 위해 모은 MR도 분실과 고장 방지를 위해 2개의 휴대용 저장 장치와 구글 드라이브에 복사해서 담아 두었고, 아리랑 합창을 위한 유튜브 영상 주소를 텍스트 문서 파일로 저장해서 현지 노트북과 호환이 되도록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현지 학교에서 개회식을 진행하기 위해 한국교육원, 현지 학교의 허락과 협조를 얻어 우리 학생이 러시아어로 진행하기로 했고, 당일 행사 계획서를 작성해서 관련 기관들에 전달했습니다. 행사 홍보를 위해 현지 언론기관에 취재 보도 협조 요청을 한국교육원과 현지 학교에 부탁했습니다.
문화탐방을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리나라와의 국제 교류 역사와 관계, 활동 취지 및 교육적 목적을 고려하여 여행 장소와 경로를 조사하고 선정하여 여행사로 의견을 보냈습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늘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여행 지리> 교과서를 참고합니다. 여행의 종류와 주제에 따라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행정 요원은 현지에서 필요한 물품 목록을 수합하고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고, 전체 총괄하는 본부팀에서는 여행사 계약 및 세부 협의 등으로 바빴습니다.
개회식, K-POP 공연, K-FOOD, K-BEAUTY는 그런대로 준비가 되어 갔지만 한글 교육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센터, 다문화센터, 한글 교육센터를 탐색하고 다양한 교육 자료와 방법을 찾았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국립 한글박물관 사이트에서 한글 교육과 관련된 좋은 자료를 찾았습니다. 너무 기쁜 나머지 무턱대고 관련 부서로 전화해서 목적, 취지, 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습니다. 다행히 업무 담당자께서 친절하게 응대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시간은 필요했지만 잘 해결되었습니다. 국립 한글박물관에서 한글 교육 교재를 지원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외국인 단체 대상으로 하는 한글문화 체험 교육 학습자료인 '손으로 꽃 피우는 한글'을 신청해서 한글 캘리그래피 교육 자료 키트와 교육 방법 영상을 제공받았습니다.
연습은 K-POP 공연과 한글 교육을 제가, K-FOOD와 K-BEAUTY는 요리 전공 인솔교사가 맡아서 학교의 조리실과 연습실, 교육청 공간을 빌려서 진행했습니다. 최종 리허설은 학교 시청각실과 진로교육실에서 진행했고,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는 호텔의 세미나실을 빌려서 진행했습니다.
중앙아시아에펼쳐진 K-ROAD 전날 밤늦게까지 이어진 연습과 준비 과정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연습할 때마다 점점 더 좋아지고 나아지기 때문이기도 했고, 예정된 시간인 밤 10시를 넘어서도 연습을 더 하기 위해 세미나실 사용 연장을 요청할 정도로 열정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학생들이나 자녀들에게 '제발 그만 공부하고 쉬어라, 그만하고 자라!'라고 얘기할 때 느끼는 그 뿌듯함과 대견스러움,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동이었습니다. 외국에 오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실수에 따른 낙담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극복하고 점점 더 좋아지고 성장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드디어 현지 학교에서의 행사날이 밝아왔습니다. 오늘 아침은 준비물도 잘 챙기고 약속 시간에 맞춰 호텔 로비에도 잘 모였습니다. 조금은 서먹했던 우리 팀은 어느새 서로를 챙겨줄 만큼 친한 사이로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현지 학교로 가는 버스 안에서 뷰티팀 학생들은 공연팀 학생들을 위해 메이크업을 해주고 머리를 손질하고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있었습니다. 민간 외교사절단이 되니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잘합니다. 우리는 한 팀입니다.
행사장은 강당과 로비인데, 개회식과 공연은 강당에서, 한글교육, K-FOOD, K-BEAUTY 행사는 로비에서 진행합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준비하느라 무척 바빴습니다. 로비에는 모둠 활동을 위한 부스를 설치했고, 포스터, 세로 배너 입간판 게시물, 플래카드를 부착하고 한복 체험 사진 촬영용 배경 스크린을 설치합니다. 강당에서는 공연을 위해 무대를 점검하고 방송 장비와 인터넷 및 스크린 상태를 확인합니다. K-FOOD를 맡은 학생들과 선생님은 학교 조리실에서 김밥을 만들기 위한 전처리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한글 교육을 위해 책상과 의자를 배열하고 학습 자료를 준비합니다. K-BEAUTY 모둠은 페이스 페인팅과 메이크업, 한복 체험을 위해 자리를 배치하고 준비합니다.
개회식은 Gubkina Litsey 교장 선생님의 환영 인사말, 한국 단장님의 감사 인사말, 한국교육원 원장님의 축사, 학교 및 참가 학생 기념품 증정, 기념 촬영 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개회식과 공연 진행은 우리 학생 2명이 진행했습니다. 개회식이 끝나고 K-POP 공연이 이어집니다. 아쉽지만 K-FOOD 모둠은 준비를 위해 조리실과 부스로 이동합니다. K-POP 공연은 '밀양 아리랑' 가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우리 팀 막내, 중3 여학생이 공연을 멋지게 시작합니다. 공연은 '사이렌', '수퍼노바', 'ETA' 등의 K-POP 댄스로 이어져 흥을 돋우고, K-POP 가창 '박하사탕', '넌 내게 반했어'로 공연장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합니다. K-POP 가창을 맡은 우리 팀 막내 중3 남학생은 가수 싸이(Psy) 같습니다. 싸이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기는 겁니다!" 이제부터 관객과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 아리랑 합창 시간입니다. 외국인들이 쉽게 보고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아리랑 유튜브 동영상을 스크린에 띄워 놓습니다. 객석에 있는 현지 학생들을 무대 위로 초대해서 같이 노래를 부릅니다. 이어지는 시간은 다시 흥을 돋우고 텐션(tension)을 올리기 위해 K-POP 댄스팀이 출격합니다. 댄스팀은 여고생 6명으로 구성된 팀입니다. 마지막 K-POP 댄스는 싸이의 'that that'입니다. 댄스가 끝나고 K-POP 댄스를 따라 배우는 시간입니다. 참여할 학생을 무대 위로 초대했는데 너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무대가 꽉 찼습니다. 댄스팀은 미리 준비한 대로 'that that'의 안무를 단계별로 가르치고 마지막에 모두가 함께 하는 작은 공연을 합니다. 모두가 함께 하고, 모두가 즐거운 시간입니다.
한글 캘리그래피 키트를 활용한 한글 체험 교육은 한글의 특징과 우수성을 설명한 후 체험으로 진행했습니다. 파우치를 열고 내용물을 설명하고 활동지에 따라 선 그리기, 모음과 자음 연습, 종합 연습 순서로 진행했고 한글 카드 및 벽걸이 장식물 만들기를 진행했습니다. 현지 학교에서는 한국어 수업이 주 1회 개설되어 있어서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K-FOOD 한국 음식 체험은 김밥, 호떡, 미니 약과, 오미자 에이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행사 당일 가장 분주한 모둠이 K-FOOD 모둠인 것 같습니다. 부스에서 음식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고 행사 후에는 뒷정리와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김밥을 만들기 위해 당근, 오이, 깻잎을 다듬고 데치고, 계란으로 지단을 만들고, 소고기를 볶고, 참치 캔을 뜯어 속재료를 준비하고, 단무지를 손질하고, 밥을 하고, 김밥을 쌀 김을 크기에 맞게 준비합니다. 김밥을 만드는 게 쉬운 줄 알았는데 정말 많은 정성이 들어갑니다. 팬(pan), 볼(bowl), 생수, 전기 등 시설과 물품이 부족하고 환경도 낯설어 당황하기도 했지만 미리 현지 여건을 감안하여 연습했기에 준비한 대로 잘 진행되었습니다. 부스에는 김밥을 소개하는 자료를 태블릿 PC로 보여주면서 더욱 알찬 체험과 홍보가 되도록 했습니다. K-BEAUTY 모둠은 한국 뷰티 체험을 페이스 페인팅, 메이크업, 한복 체험 등으로 구성하여 진행했습니다. 한국 뷰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우즈베키스탄도 예외가 아닙니다.
K-POP 모둠이 공연을 하는 동안 뷰티 모둠이 활동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K-POP 모둠은 한글 교육에 일부 남고, K-FOOD와 K-BEAUTY로 이동하여 다른 모둠 활동을 도왔습니다. 미리 약속한 대로 잘 협력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준비한 부스 활동과 친선 및 우호의 학생 교류 시간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헤어질 시간입니다. 현지 학생 교장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가 로비에서 정중하게 환송을 해 주었습니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공연, 전시, 교육, 체험을 그냥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어울리고 함께 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아리랑을 같이 부르고, K-POP 댄스를 따라 배우고, 인터뷰를 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문화와 삶과 꿈에 대해서 알아가고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은무엇으로성장하는가?
모두가 같은 여행을 했지만 배우고 느끼고 성장하는 과정은 각자 다를 것입니다. A4 용지 1장 소감문 쓰기가 그렇게나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글쓰기보다 동영상과 슬라이드 만드는 것이 쉬운 세대입니다. 익숙한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배우고 느끼고 얻은 것이 많았다는 학생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여행 때마다 느끼는 것은 참여 학생들이 참 멋있고 훌륭하다는 것입니다. 학생들도 교실에서 펼칠 수 없었던 숨겨진 재능과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용기를 얻습니다. 이번 여행 역시 모두의 경험과 모두의 성장이 중요하기에 발표회 준비에도 모두가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소감문을 쓰고, 발표 동영상을 만들고,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드는 공동 작업과정에서 많은 에피소드와 감상이 오고 갑니다.
여행 전에 우즈베키스탄을 알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전문가인 인하대 성동기 교수님의 책과 동영상을 활용했는데, 사마르칸트에 있는 티무르 왕가 묘인 구르에미르 앞에서 너무나도 우연히 만나 기쁘게 기념 촬영했던 기억, 사마르칸트로 가는 기차 창 밖으로 펼쳐진 건조 기후 경관을 보면서 혜초 스님의 세계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을 떠올렸던 기억, 고구려 사신 벽화가 그려진 아프로시압 박물관과 주변 발굴 유적지를 탐방했던 기억, 레기스탄 광장의 야경과 그곳에서 K-POP 댄스를 추는 모습, 주요 방문지마다 '손 잡고 뛰어가는' 플래시 몹(flash mob)을 하는 학생들, 부하라에서 현지 가정식 쁠롭(중앙아시아 볶음밥)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먹었던 기억, 전통 시장을 구경하고 견과류를 샀던 일, 타슈켄트에서 아름다운 지하철역을 구경하고 지하철을 타고 신기해했던 기억, 우즈베키스탄 전통 빵인 '논'과 꼬치구이인 '샤슬릭'을 먹었던 기억, 큰 식당마다 무대가 있어 춤을 즐기던 우즈베키스탄 사람들과 그들과 어울려 함께 춤을 추고 K-POP 댄스 공연을 했던 기억, 낯설었던 이슬람 사원과 건축물 그리고 이슬람 문화, 가는 곳마다 한국 방문단을 환대해 주었던 흥이 많고 한국어를 잘하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우즈베키스탄 프로젝트는 최종 발표회를 마지막으로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우리의 활동은 우즈베키스탄 국영방송(Dunyo Bo'ylab) TV에서 특별 보고서(специальный репортаж)라는 프로그램으로 방송되었고, KBS TV 뉴스를 통해 활동 모습과 참가 학생의 멋진 인터뷰도 보도되었습니다.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마무리에는 만날 때마다 점점 좋아지고 성장했던 학생들, 협조가 잘 되었던 본부팀과 인솔진, 많은 도움을 주셨던 가이드, 현지 기관 관계자, 현지 학교 학생 및 교직원 등 모두의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계획, 준비와 연습, 모둠별 활동, 문화 탐방과 진행에서 어려움과 좌절이 있었고, 때론 실패와 불안에 어쩔 줄 몰라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최종 리허설 때 개회식과 공연 사회 파트 준비가 많이 부족해서 난관에 부딪혔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실의에 빠진 학생을 위로와 격려를 통해 다시금 용기를 주고, 역량에 따라 역할을 조정하고 보완하여 잘 극복했습니다. 조정은 하되 경험의 기회에서는 한 사람도 배제하지 않고 참여할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이번 활동은 외부적으로는 행사를 깔끔하고 완벽하게 잘 치러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학생들이 좋은 경험을 많이 하도록 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일이었습니다. 이 모두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잘 준비하고, 더 잘 조율하고, 언제나 학생의 배움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교사가 원하는 대로 만든 계획을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을 중심으로 진행했다면 보기도 좋고 행사도 잘 치르겠지만, 학생들 스스로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활동보다는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과 배움은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산책을 하다 아내가 갑자기 이런 질문이 합니다. '자기는 왜 그렇게 프로젝트를 열심히 준비하는 거야?' '먹고살려면 열심히 해야지! 20~30대 젊고 잘 생기고 예쁜 선생님들은 그저 가만히 있어도 인기 폭발이야. 근데, 우리같이 몸매도 별로고 머리숱도 없어지는 50대는 둘 중의 하나는 선택해야 돼. 농담도 잘하고 K-POP 댄스도 코믹하게 잘 춰서 웃기고 재미있는 선생님이 되거나, 아님 친절하고 성실한 선생님이 되거나. 근데, 친절하게 설명하면 말이 많고 꼰대라고 하고, 말을 적게 하거나 가만히 있으면 관심이 없다고 불만이야. 그만둘 때가 된 거지.' 지인들이 하는 웃픈 이야기입니다.
'글쎄, 갑자기 물으니 나도 잘 모르겠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게 내 진심이니까.'라는 대답이 떠오릅니다. 조금은 민망하지만 이게 제 진심입니다. 진심(盡心)이란 '마음을 다함'이란 뜻입니다. 저는 진로전담교사로서 진로상담과 진로활동에 진심입니다. 1~2등급 11%가 아닌 89%의 학생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찾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인생에서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하게 사는 길은 하나의 길이 아닌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수많은 성공 사례를 통해 알고 있고 학생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여행과 시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즈베키스탄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제각기 자신의 강점과 특기를 살려 우리의 말, 멋, 맛을 잘 표현하고 모든 구성원이 한 팀이 되어 협력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경험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했고, 이것이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한 관건이었습니다.
경험만큼 소중한 자산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소중한 경험을 소홀히 하는 걸까요? 왜 이 소중한 경험의 기회와 시간을 자꾸만 뒤로 미루는 것일까요? 그것은 학생들 잘못이 아닙니다. 과도한 입시 경쟁 시스템과 문화 때문입니다.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불안하고 조급해서 그렇습니다. 경험은 성장에 좋은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공정성이란 잣대 때문에 평가에 반영하는 데 논란이 발생합니다. 경험과 성장의 과정을 입시 반영에서 줄이니 당장의 시험과 입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게 되고 그러니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나, 다 때가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 경험해야 하는 것은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현명한 교육입니다.
저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너무 많이 얻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금 확인한 점이 있습니다. 첫째, '사람은 어떻게 성장하는 것일까?' 사람은 생각, 실행, 경험으로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우즈베키스탄 프로젝트를 통해서 해답을 다시금 확인했고, 교육적 효과도 확실히 보고 느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생각하게 할까? 어떻게 연습하게 할까? 어떻게 경험하게 할까? 끊임없이 궁리했습니다. 교사가 준비만 잘한다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과 소통을 통해 학생들의 욕구와 희망을 잘 반영한다면 더 좋은 성과와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둘째, 학생들은 자주 만날수록 잘 어울릴수록 점점 더 좋아지고 나아지고, 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이런 무대를, 이런 경험의 기회를 많이 만들고 자주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아이들의 미래도 밝아지고, 우리 사회도 지속가능해질 것입니다.
완전한이륙
우즈베키스탄 진로 여행에서는 세 번의 이륙이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 이륙을 알리는 기내방송은 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줍니다. 비행기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이륙합니다.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촌티 날까 부끄러워 태연한 표정과 자세로 앉아 있었지만 사실은 가슴이 두근거려 어쩔 줄 몰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요? 비행기를 처음 탈 때 느끼는 두근거림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왜 그렇게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감 없이 소심했을까요?
여객기는 하늘 높이 올라갑니다. 어느새 구름을 뚫고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을 만납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깨닫게 되는 것은 태양은 언제나 빛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감각과는 상관없이 말이죠. 위도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동지 때에 기껏해야 10시간 미만으로만 태양을 볼 수 있습니다. 일몰 후에는 태양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대류권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흐린 날에도 태양이 빛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태양은 24시간 내내 빛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야 쉽게 흔들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이루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여객기는 이제 통상적인 비행 항로를 따라 이동합니다. 승객들도 편한 자세로 여행을 즐깁니다. 승무원들은 기내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여기서 퀴즈? 우리 비행기는 지금 대기권 중에서 어디를 비행하고 있을까요? 정답은? 바로 성층권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대기권은 지상에서부터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비행기는 주로 성층권을 통상 항로로 이용합니다. 그 이유는 성층권 하부는 온도와 공기 밀도가 낮기에 비행기가 양력을 유지하면서 더 빨리 날 수 있고 연비 향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기류변화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안정된 상태로 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는 안정적인 비행 항로까지 다다르는 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륙에 모든 것을 집중합니다. 비행기도, 파일럿도, 승무원도, 심지어 승객들도 모두 이륙에 초집중합니다. 비행기에 따라서는 안정적인 비행 항로에 도달하기까지 연료의 절반 가까이나 쓰기도 한다고 합니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실은 로켓은 더하겠죠? 로켓이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연료의 80% 이상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라이프 사이클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돈입니다. 돈을 많이 또는 필요한 만큼 모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로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시드 머니(seed money), 즉 종잣돈을 만드는 것입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아무리 그럴싸한 계획도 종잣돈을 만들지 못하면 그 계획은 결국 무용지물이 됩니다. 부자의 꿈은 항상 물거품으로 끝나기 마련입니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비행기의 이륙과 똑같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붓듯 종잣돈 모으기에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 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가요? 자신의 진로에 제대로 진입하기 위해 얼마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나요? 그 에너지를 분산하지 않고 한 군데로 모아 전심전력으로 집중하고 있나요? 채 10%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다고, 노력은 했는데 안 된다고 이륙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야 어떻게 안정적인 비행경로에 도달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시작은 어렵습니다. 시작에는 늘 어려움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안 하던 것을 하면 우리의 뇌도, 몸도 적응이 안 되어서 힘들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그 어느 때보다 전력을 다해 집중하고 몰입해야 합니다. 그것만 성공한다면 그다음에는 관성의 법칙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훨씬 더 부드럽고 안정적이고 행복한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안정적인 비행을 위해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 진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인생의 행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완전한 이륙을 해야 합니다. 완전한 이륙을 위해서는 먼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전심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모든 인생은 생각, 연습과 실행, 경험으로 더 나아집니다. 불안할 때는 생각에 빠져 있기보다는 몸을 같이 움직이면 훨씬 좋아집니다. 자, 이제 준비가 되셨나요? 이제 완전한 이륙을 위해 첫걸음을 내디뎌 볼까요?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모두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