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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 말고 달 Aug 30. 2024

진로란 '나'라는 기업 만들기이다!

타이완 진로 여행

   비행기는 타오위안 공항에 접근합니다.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서 풍력발전기가 인상적입니다. 농촌과 해안 풍경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군데군데 저수지가 많이 있어 눈길이 갑니다. 앞자리의 여학생은 애착 인형 '테디 베어'를 창가에 두고 연신 사진 찍기에 바쁩니다. 소중한 추억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합니다. '이런!' 갑자기 비행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립니다. 비행기는 착륙을 포기하고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다시 상승을 합니다. 순간, 기내는 침묵과 웅성거림으로 바뀝니다. 공항 부근의 기류 변화가 매우 심합니다. 가을이라 좋은 계절의 여행을 기대했는데 타이완은 아직 늦여름이라 그런지 오늘은 흐리고 기류 변화도 심합니다. 두 번의 선회 끝에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행의 

'놀람'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여행 3일째인 2023년 10월 24일(화)에는 지진을 만났습니다. 대만 동부해역에 6.2 강진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우리가 머물던 타이베이는 진도 3이라서 다행이었지만 호텔 식당의 전등이 흔들리고 식탁과 의자에서 진동을 느꼈습니다. 여행이란 경험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건 기업 만들기

  2023년도에도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진로 여행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6개 고교에서 온 여학생 4명과 남학생 2명으로 구성된 팀의 멘토를 맡게 되었습니다. 7월부터 11월 초까지 '기업 만들기'라는 주제로 멘토링이 진행되었습니다. 멘토와 멘티가 처음 만나는 결연식, 총 4차에 걸친 멘토링, 여행 오리엔테이션, 5박 6일의 타이완 진로 여행, 하루 종일 진행되는 발표 자료 제작 및 최종 보고회 등의 세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1차 멘토링에서는 아이스 브레이킹, 팀 로드맵 설계 및 역할 나누기, 5분 자기소개 활동, 창업 아이템 아이디어 발굴 회의 등의 내용으로 진행했습니다. 물론 사전 과제와 SNS 소통이 병행되어야만 알차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팀 역할은 기업 내 역할 및 팀 내 역할로 구분했는데, 개인의 특성, 희망, 역량에 따라 나누었습니다. 개발자(CTO, 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책임자)는 탐색이, 운영(COO, Chief Operating Officer, 최고책임운영자)은 기록이, 총무(CFO, Chief Financial Officer, 최고재무책임자)는 나눔이, 리더(CEO, chief executive officer, 최고 경영자)는 대표 및 총괄, 위험관리(CRO, Chief Risk Officer, 최고 위기 관리자)는 지킴이 및 타임 키퍼, 마케팅(CMO, Chief Marketing Officer, 최고마케팅책임자) 담당은 알림이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팀 이름과 브랜드명은 'Team 5 「BUFFERFLY EFFECT」', 줄여서 BE COMPANY로 부르기로 했고, 브랜드명은 'Begin Vegan'으로 정했습니다. 창업 아이템을 '비건'에서 찾았는데, 비건 도시락 업체에서 시작해서 비건 디저트, 비건 반찬, 비건 토털 식품 생산 및 서비스 회사로 커나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후, 건강, 동물권, 시장 성장 가능성 등을 탐색하고 공부한 결과 이같이 결정하였습니다. 팀 이름과 회사명은 '소 한 마리와 나비 효과'에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소 한 마리 가지고 남한으로 내려와서 글로벌 기업 창업한 것처럼 "우리도 이처럼 해 보자!"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고, 그 이후 논의과정에서 조금은 글로벌하고 세련되게 다듬어지게 되었습니다.

  2차 멘토링은 기업인 인터뷰 및 멘토링, AI툴 활용 창업 방법 배우기, 시장조사 발표하기 등 창업 프로젝트를 더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다듬는 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업인 인터뷰와 멘토링은 당시 CJ대한통운 허신열 상무(경영리더, 2024년 현재 부사장)가 흔쾌히 재능기부를 해 주셨습니다. 구글 미트로 참여해서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셨는데, 이 활동에서 배우고 느낀 점이 많았다고 쓴 학생들의 소감문이 많아서 더 뜻깊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AI툴 활용 창업 배우기에서는 Chat GPT에서 창업 질문하기, Whimsical에서 창업 마인드맵 및 아이디어 보드 활용하기, traw에서 창업 동영상 정보 요약하기, Gamma에서 창업 프레젠테이션 만들기 등을 배웠습니다. 시장조사 발표는 본도시락, 한솥도시락, 맥도널드, 스타벅스, 국내 비건 스타트 업체 지구인 컴퍼니, 조인 앤 조인 널담 등에 대해 조사해서 발표했습니다. 창업 프로젝트를 더 구체적으로 다듬기 위해서 특허정보 검색서비스인 특허정보넷 키프리스(www.kipris.or.kr/)에서 창업 아이디어가 기존 특허와 충돌하는지 독창성 검증을 했고, Whimsical을 통해서 창업 아이템을 정교화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 팀은 조리과정 CCTV를 클라우드 현장 감독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하는 아이디어,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하는 아이디어, 알레르기, 식중독, 맛집 정보가 담긴 음식 정보 앱 개발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업에 반영했습니다.

  3차 멘토링은 우리 지역의 메이커 페스타 축제에 참여하여 여러 부스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창업과 만들기 활동에 참여하고 참관했습니다. 이 행사가 열린 삼성창조경제센터는 삼성그룹의 초창기와 관련된 여러 전시물과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데 처음 탐방한 학생들은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곳 카페에서 타이완 여행과 관련하여 팀 일정과 경로를 계획하고 준비했습니다. 우리 팀은 타이완 펑리수 체험, 타이완 차 체험, 타이완 음식 산업 체험 및 탐방 등의 팀 활동을 구상하여 다른 팀과 차별화하였습니다. 


  타이완 진로 여행

  타이완 여행은 공통 프로그램과 팀별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통 프로그램은 안캉고등학교(新北市立安康高級中學) 1일 수업 참여, 타이베이 KOTRA 탐방, 타이완 국립대 탐방 및 타이완 대학교 박준록 교수님의 'Market Design and Auction’ 강연 듣기, 국립고궁박물관 및 TSMC 박물관 탐방 등이 있었습니다. 

  팀 프로젝트는 팀 활동 방향에 맞게 자유롭게 계획하여 추진하는 프로그램인데, 우리 팀은 '기업 만들기'에 도움이 되도록 대만 경제를 배우는 활동을 주로 하기로 했습니다. 교통비, 체험비, 식사비가 제공되기에 한정된 예산에 맞게 잘 계획해야 하며, 이동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이동 동선도 고려해야 합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팀 프로젝트에서 우리 팀에도 위기가 닥쳤습니다. 팀원 중 한 명이 타이완 여행 오기 바로 전에 발목을 심하게 삐게 된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여행 주간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중 부상을 당했다고 합니다. 이동에 불편함도 많았지만 다른 팀원도 생각해야 하고 또 안전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고생했는데 저는 팀원들 모두 다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저는 팀원, 본부팀, 학부모님과 SNS 소통하면서 의사 소견서를 받아 제출하고, 한국에서 최대한 치료를 받도록 했고, 여행 일정과 교통수단을 수정하고 교체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팀 프로젝트 이동은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지만 다른 대안도 마련했습니다. 처음에는 타이완 택시가 최대 6인승(기사 제외)까지라 이를 이용하려 했는데, 팀 인원이 7명이라 2대를 이용해야 하기에 안전상에 문제가 있어 포기했습니다. 여러 방법을 모색하던 중 안전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11인승 미니버스를 찾았고, 이를 활용해서 이동 거리와 환승이 많아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날의 불편함을 해결했습니다. 

  용산사를 탐방하고 시먼딩 거리를 걸으면서 타이완의 현지 문화를 느끼고 배웠습니다. 타이베이 101 타워, 세계적인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 타이완 최대 면세점인 네이후 에버리치를 탐방하면서 타이완의 저력과 미래를 살펴보았습니다. 타이완 최대 현지 서점 및 문화 상품 복합 매장인 청핀 생활 엑스포 신의점을 방문하여 창의적인 문화 제품을 탐색했고, 파인애플 과자인 '펑리수 만들기 쿠킹 클래스'와 타이완 차를 체험했고, 타이완과 세계의 다양한 상품들을 비교 탐색하는 '대만 시장 경제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대만 시장 경제 투어는 스린 야시장과 화시지예 야시장 체험, 까르푸 꾸이린점 탐방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대만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지우펀에서 멋진 경치을 만끽 하면서 타이완 차 체험을 즐겼습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아기자기한 캐릭터 상품이 많은 이곳에서의 활동이 가장 멋진 추억이었다는 말하는 팀원도 있었습니다. 모든 배움과 경험은 다 소중합니다. 팀원 모두 제각기 다르겠지만 그래도 각자 가슴속에 소중한 추억을 남겼으니 성공입니다!


  최종 발표회

  우리 팀은 기업 만들기와 팀 프로젝트를 하는 전 과정을 '상상하기-계획하기-실행하기-강화하기'의 방법을 적용하여 진행했습니다. 구글 미트로 진행한 4차 멘토링에서는 기업 만들기, 팀 여행 프로젝트 결과 발표를 위해 자료 제작과 발표 역할을 나누고 준비하도록 했습니다. 우리 팀은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네이버 밴드를 자료 저장소인 아카이브로 활용하여 사진, 동영상, 과제물 등을 체계적으로 모아두었기에 팀원 모두가 효율적으로 자료 제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타이완 여행 기간 동안 매일 아침에 전날 활동 사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3~5장을 각자 올리도록 해서 자료를 모았습니다. 발표 준비를 하면서 다른 팀원들의 배우고 느낀 점을 공유하면서 서로가 배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최종 발표회는 이번 활동에 참가한 5개 팀, 총 30명의 학생들이 모두 모여 오전부터 오후까지 자료를 제작하고 마지막으로 발표하는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팀 발표는 팀당 15분이 주어졌습니다. 우리 팀은 팀장이 팀 소개 및 발표 진행을 맡았고, 기업 만들기 프레젠테이션은 협의 하에 2명의 여학생이 맡았습니다. 4개월 간의 팀 활동 모습과 여행을 소개하는 팀 프로젝트 UCC는 또 다른 학생이 발표했습니다. UCC는 day6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배경음악으로 했고, 사진과 동영상을 적절히 편집한 3분 35초짜리의 동영상으로 만들었는데 발표 후 많은 호응을 받아 팀원 모두들 뿌듯해했습니다.


  진로란 '나'라는 기업을 만드는 것

  타이완에서 귀국하는 날 아침, 호텔에서 저는 많이 바빴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는 여행자들을 위한 휴대용 디지털 손저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혹시 모르니 가져가라고 넣어 준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이용한 비행기는 저비용항공사(LCC)였고, 위탁 수화물 무게가 15kg으로 제한되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돌아갈 때는 트렁크가 무거워지기 마련이죠. 호텔 로비에 저울이 있긴 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트렁크를 다시 다 열어야 하니 번거롭기도 하고, 또 보여주기 민망한 자신의 속을 어쩔 수 없이 보여줘야 하는 난감한 경우도 발생합니다. 카톡 방에 전체 알림을 하니 많은 방에서,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합니다. 덕분에 바쁜 아침이었습니다. 아주 쓸모 있는 제품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든 사람들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업가 정신과 아이디어는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욱 그 진가가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타이완 여행을 통해 두 가지를 배우고 느꼈습니다. 진로란 '나'라는 기업을 만드는 것입니다. '나'라는 기업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첫째, 자신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저울'을 활용해서 조율을 잘해야 합니다. 자신의 흥미, 적성, 가치관, 성격, 역량 등을 '저울'로 잘 재야 합니다. 각자 자신의 저울을 만들고 무게를 재야 합니다. 버리고 더하는 연습을 해야 하고, 균형을 잘 잡는 방법도 익혀야 합니다. 저울의 신뢰성은 자신의 특성과 욕구가 얼마나 잘 반영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둘째, 기업 만들기는 '상상하기-계획하기-실행하기-강화하기'를 통해서 완성됩니다. 아이디어는 계획과 실행으로 연결되고 피드백을 통해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늘 위험은 닥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위험 관리를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꿈만 꿔서는 안 됩니다. 계획하고 실행하는 도전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취하고 성공합니다. 도전은 위험과 실패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위험과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늘 피드백을 해야 합니다. 늘 성찰하고 자신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마음이 한 뼘씩 더 넓어지고 더 자라남을 느낍니다. 떠나기 전의 강렬한 설렘만큼이나 돌아온 뒤의 뿌듯함과 충만함은 오랫동안 뭉근하게 남아 있을 여행의 소중한 선물이겠지요?

 진로는 경험입니다. 세상은 책으로 아는 지식과 더불어 경험으로 깨닫는 지식과 지혜가 있습니다. 그러니 많은 경험과 체험을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게 되지만 반대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고 행복한 진로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멘토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사람입니다. 팀원 모두가 자신을 잘 이해하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그런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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