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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감미 Aug 25. 2021

고기를 찍고 공유한다는 것

뉴스아님 세번째

동물은 움직일 동(動), 물건 물(物)자를 쓴다. 네이버 사전에는 이렇게 써있다.


1. 생물계의 두 갈래 가운데 하나. (중략) 주로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섭취하며, 운동, 감각, 신경 따위의 기능이 발달하였다. 소화, 배설, 호흡, 순환, 생식 따위의 기관이 분화되어 있다.

2. 사람을 제외한 길짐승, 날짐승, 물짐승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필자는 동물에 대해 이야기 하기 앞서 조금 친근하면서도 의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동물을 재정의해보려 한다.


“동물 : 움직이고, 인간처럼 기쁨과 슬픔,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



필자 주변에는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이 꽤 있다. 가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강아지 사진, 고양이 사진들이 올라오는 데 그럴 때마다 혼자 까무러치게 귀여워하며 독립하면 꼭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다짐한다. (벌써 이름도 지었다) 그런데 스토리를 넘기다보면 고양이 사진 다음에 고기 굽는 사진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든다. 왜 어떤 동물은 ‘귀여움’으로 전시되고, 어떤 동물은 ‘맛있음’으로 전시되는 것일까.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을 본다. 집이라는 공간을 공유할 수도 있고, 길 위에서 마주칠 수도 있고,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볼 수도 있다. '본다'라는 것은 '인식'한다는 것이고,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방식은 반복을 통해 고착화된다. 이때 우리가 보는 세계는 전지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실제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세계보다 훨씬 넓다.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광장이 생겨났고, 이제 우리는 끊임없이 생산되는 이미지들 속에 살고 있다. 우리는 온라인에서 더 많은 무언가들과 연결되며, 동물들도 그 중 하나이다. 실제로 마주치고, 느끼고, 만지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보는' 방식으로 동물들과 연결될 일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동물은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 올리지 않는다. 동물의 이미지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은 인간이다. 이렇게 넓어진 세계에서 당장 눈 앞에서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사람 외 다수의 사람들은 사진과 영상, 즉 이미지들을 통해 동물과 보고-보여지는 관계를 맺게 된다. 동물의 사진을 찍어 올리는 행위는 그것이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즉시 그 대상에 대한 하나의 인식 방식을 만들어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올리면 보는 사람도 고양이는 귀엽다라고 인식하게 된다. 같은 맥락으로 맛있게 치킨을 먹고 있다는 사진을 본 사람은 그것이 닭의 살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아닌 맛있는 음식으로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정의했듯이, 동물은 '인간처럼' 기쁨과 슬픔,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이다. 필자는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낯선 모습이지만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이들을 존중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육식으로 삶을 이어온 인류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생명체를 존중하고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사회와 문화가 한발짝 더 성장한다고 믿는다. 무엇이든지 '전시'될 수 있는 새로운 가상의 공간 속에서만큼은 먹고-먹히는 관계가 아닌 지구라는 공간을 공유하는 생명체로서의 동물로, 이들이 보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들의 소리를 듣고, 만지고, 교감하진 못해도, 이들의 모습을 포착하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면서 이들을 좀 더 존중해줄 순 있지 않을까.



#뉴스아님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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