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감미 Aug 25. 2021

춤추는 이유

뉴스아님 다섯번째 | 완벽한 자유를 가져다주는 찰나

▫️본 글에는 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글에 언급된 분들은 나이만 정확히 기재하고 이름의 성은 임의로 바꿔 언급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 춤과의 추억 ★⡀.•☆•.★


필자에게 가장 가슴이 두근거렸던 순간을 꼽으라면, 대학교 2학년 여름, 학교 한마당에 설치된 무대 위에서 춤을 췄던 순간일 것이다. 솔직한 말로 2학년 1학기는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였다. 인간관계, 학교 일 등 여러가지로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고, 욕심껏 채운 스케줄을 소화해내느라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래서 춤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팀원 분들께 죄송스러웠던 순간이 많았다. 아직까지도 죄책감이 든다. 하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메인분과 팀원분들이 필자를 놓지 않아주신 덕분에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그 당시 섰던 무대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얼반 무대와 하우스 무대이다. 얼반 무대는 동아리에서 정말 좋아하고 동경했던 언니들과 함께 한 무대였을 뿐만 아니라 안무가 너무 맘에 들었다. 배울 땐 진짜 어려웠는데, 출 땐 정말 신이 나는 안무였다. 연습실 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야외에서 연습했을 땐, 거울이 없어서 자꾸만 틀렸었는데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는 와중에도 속으로는 연습 자체가 너무 신이나서 양가감정이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연습할 때도 이렇게나 즐거웠는데, 무대에서는 정말 정말 더 즐거웠다. 1학년 때 했던 첫 무대에서는 조명이 너무 쎄고 첫 무대라는 부담감 때문에 즐기지 못했었는데, 이 무대에서는 정말 내가 춤을 추고 있고, 팀원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정말 가슴이 두근거리고 너무나도 신이 났었다.


하우스 무대는 무대 위에서의 기억이 특히 선명하다. 솔직히 연습할 때는 안무가 웃기다고 생각했었다. 하우스는 발 동작이 주가 되는 장르인데, 발동작은 멋있는데 상체를 덜덜 떨거나 폴짝 폴짝 뛰는 안무도 있어서 연습할 때 웃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웬걸. 다 완성되고 나니, 분위기며 구성이며 뭐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하게 멋있었다. 게다가 공연에 설 때는 깜깜한 밤에 무대 조명이 촥- 비치면서 그 위에서 리듬을 타며 춤을 추는 데, 나 포함 6명이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또, 메인 선배가 프리스타일을 출 수 있는 부분도 넣어주셨었는데, 무대에서 프리로 춘 것은 그 때가 유일해서 진짜 짧았지만 너무 행복하고 신나고 재밌었다.



살면서 여러 순간들이 있다. 행복했던 순간, 슬펐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 기뻤던 순간 등. 필자에게 이 순간들에 대해 묻는다면 거의 대부분의 순간들이 춤과 관련이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가장 가슴이 두근거렸던 순간은 무대에서 춤을 췄을 때고, 슬프거나 힘들었던 순간에는 연습실로 달려가 춤을 췄고, 종강의 기쁨을 만끽할 때도 어김없이 춤을 췄었다. 춤은 이렇게 언제 어디서나 필자와 함께했다. 필자는 대학교 1학년 중순에 들어간 춤동아리 덕분에 주변에 필자처럼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춤이 좋아서, 혹은 배우고 싶어서 들어가는 동아리인 만큼,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은 춤을 남들보다 특별히 생각한다. 28살 이씨는 살면서 춤을 추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하우스 대잔치에서 형들과 맥주를 마시며 다같이 춤을 췄을 때"를 꼽는다. 27살 서씨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없다. 왜냐하면 (춤 출 때는) 매번 행복했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또, 학년별 장기자랑으로 춤을 추기 시작한 29살 강씨는,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 때 열린 미니 이벤트에서, 아이돌 곡에 춤을 추고 굿즈를 받았는데 그날 그 자리에 멤버의 부모님이 나를 보고 계셨다. 공카랑 갤러리에도 칭찬글이 많이 올라오고, 상품도 받았다"라며 이를 특별한 추억으로 꼽는다. 22살 한씨는 춤과 관련된 인생의 버킷리스트로서 "앞으로 저만의 작품을 많이 만들어 영상으로 남기고 싶다"라며, 춤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문에 "춤은 저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제 춤을 저만의 예술로 표현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처럼 우리는 춤을 사랑한다.



왜 우리는 어떤 노래를 들으면, 혹은 어떤 리듬이 우리 안으로 걸어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싶어지는 걸까. 왜 우리는 춤을 출 때 행복을 느낄까. 우리는 왜 춤을 출까. 춤은 우리에게 어떤 감정 또는 생각을 일으킬까. 춤이라는 몸짓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걸까.



✵°✵.。.✰ 완벽한 자유로움 ✰.。.✵°✵


필자에게 춤은, 아니 춤을 추는 순간은 완벽한 자유를 가져다주는 찰나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쉽게 이루어진다.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둔 노래 몇 개를 듣다보면 요즘은 세상이 참 좋아져서 알아서 플레이어가 취향에 맞는 노래들을 추천해준다. 그러다가 좋은 노래를 발견하면 주저없이 벌떡 일어나 춤을 춘다. 누군가에게 취미가 춤이라고 하면, 첫번째로 어떤 장르를 추냐는 질문이 나온다. 그럴 때면 사실 대답하기가 어려워진다. 필자는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아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이것저것 춘다고 대답하면 두 번째로 혼자 집에서 추는 것이냐고 물어본다. 맞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상상할진 모르겠으나, 필자의 방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 있고, 불 꺼놓고 스탠드만 키면 작고 완벽한 연습실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이어폰을 꼽고 아까 발견한 그 좋은 노래를 틀으면 끝이다. 춤을 춘다는 것은 필자에게 그냥 정신이나 몸이나 모든 것을 흘러가는 대로 냅두는 것을 의미한다. 음악에 나를 맡기는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생각도 없어지고, 오롯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다. 24살 공씨는 "음악을 듣고 움직이지만 움직임에서 음악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짜릿하다"며, 춤을 출 때면 "춤을 춘다는 인식 외에 다른 생각을 안하게 된다"라고 이야기한다. 또, 26살 장씨는 "춤 출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내 몸이 생각한대로 움직여진다는 생동감이 있다."라며 꾸준히 춤을 춘다고 이야기했다. 필자 또한 춤을 출 때 살아있음을 느끼고 자유와 해방감, 해소감을 만끽하게 된다. 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감정이다.



‎٭⊹¤.•⨳•.*✬감정의 생산과 표현✬*.•⨳•.¤⊹٭


30살 성씨는 춤을 출 때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에 "춤을 출 때 기분은 대부분 음악의 무드에 맞는 기분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춤은 음악을 느끼고 해석해서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표현 또한 춤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댄서가 음악을 온몸으로 느끼지 못하면 보는 사람은 공감을 잘 못할 것이다.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에는 신나는 기분을 느끼고, 부드럽고 끈적한 음악에는 최대한 소울풀한 기분을 내려고 한다"라고 대답했다. 춤은 다양한 기분, 감정을 만들어낸다. 여행을 갈 때 어반자카파의 '목요일 밤'을 들으면 배로 신이 나고, 지치고 힘들 때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를 들으면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처럼, 춤을 출 때에는 음악이 신체 구석구석을 통과하여 빠져나가면서 그에 맞는 기분과 감정을 피우게 된다. 한편, 춤은 어떠한 기분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거꾸로 여러가지 기분과 감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소시켜주기도 한다. 23살 홍씨는 "무기력해질 때 가장 춤을 추고 싶어진다"며 "자존감이 떨어질 때 춤을 춘다. 춤을 추면 불안이 조금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22살 심씨는 "우울할 때 춤을 찾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처럼 춤은 응어리져 낮게 가라앉는 마음들을 해소해준다. 필자는 춤이 없었다면 버텨내지 못했을 순간들이 더러 있다. 춤을 통해 복잡한 감정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행동 기저에는 감정과 생각이 있다. 이들이 협업하여 어떤 판단을 만들어내고, 이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공간을 휘젓는 수 많은 몸짓들 중에서 감정만을 오롯이 표현해내는 몸짓들은 어떤 것이 있을 까. 기쁨 슬픔 등 다양한 감정들을 수 많은 종류의 직선과 곡선의 조합으로 풀어내는 것은 춤이 유일하지 않을까. 27살 임씨 또한 "음악을 내 방식대로 표현해낼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며 춤을 다른 예체능 활동들 보다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음악은 복잡한 생각과 표현 기술에 대한 고민, 담아내고자 하는 감정 등 여러가지가 모여 만들어진 것이지만 결국 감정의 공명을 일으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완성된 음악은 어떠한 감정에 울림을 만들어내고, 춤은 바로 그 음악을 나의 몸 안에 담궜다 뺌으로서 '나 자신'이 묻어난 감정을 표현하고 꺼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 춤의 의미 ٭⊹•꧂


앞서 필자는 '춤이라는 몸짓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라고 자문했었다. 서면 인터뷰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27살 오씨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답했고, 28살 이씨는 "계속 하게되는 것,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25살 여씨는 "그냥 흐르듯이 상황에 맞춰 최선의 선택으로 살아가는 제게 흘러들어온 하나의 무엇"이라고 이야기했다. 서면 인터뷰 응답 내용을 보며 필자는 응답자 모두가 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의미에 대해서 한 글자 한 글자 형태화시켜 적어주시긴 했으나, 15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모두에서 춤에 대한 애정이 이미 한껏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의미를 갖는다기 보다는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모두가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그것이 즐거움이든, 활기참의 원천이든 간에, 그 자체로 삶에 스며들어 일부가 된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춤과 함께하고 싶다. 춤이 있는 한, 어떠한 좌절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다소 우스은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진정으로 춤은 지금껏 필자를 지탱해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춤은 필자에게 있어 행복감, 즐거움 등 생생하고 싱그러운 감정들을 끊임없이 공급해주는, 에너지 보존 법칙에 위배된 내면의 무한동력이다. 이렇게 춤을 사랑하게 된 과정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정말로 감사하다.



서면 인터뷰에 응해주신 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 명 한 명 모두 언급하진 못했지만 덕분에 춤에 대한 애정을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뉴스아님 #20210323



이전 04화 무력감을 제어하는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