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님 아홉번째
필자가 사는 아파트는 단지 내에서 도로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꽤 높은 층에 살고 있음에도 밤낮 할 거 없이 도로 소음이 굉장히 잘 들린다. 시위하는 소리, 트럭장사의 스피커 소리, 자동차 소리 등. (선거철에는 정말 돌아버릴 뻔했다.) 가장 시끄러운 건 오토바이 소리다. 야행성인 필자는 새벽 3시까지도 잘 안자곤 하는데, 그 시간까지 오토바이 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아마 대부분 배달 오토바이일 것이다. 실제로 신호등을 기다릴때면 뒤에 철박스(?)가 달린 오토바이가 쌩쌩 달리는 것을 자주 본다. 어찌나 큰소리를 내며 빨리 달리는 지 볼때마다 놀랄 지경이다. 이들은 항상 급하다. '배달'이라는 '노동'을 하는 내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달린다. 작년에 식당과 카페 알바를 했었는데, 두 곳 모두 배달을 병행하는 곳이었다. 일단 주문 알람이 뜨면 초조하고 급해지는데, 배달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그럴까.
스마트폰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받고 배달하는 사람을 이르러 '플랫폼 노동자'라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플랫폼 노동이란 디지털 플랫폼 상에서 노동과 서비스가 거래되는 형태를 뜻하며, 이러한 형태 안에서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을 플랫폼 노동자라 한다. 앱을 통해 배달하는 사람, 청소대행을 하는 사람,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 등이 모두 플랫폼 노동자이다. 필자는 사실 이 용어가 굉장히 기이하게 느껴졌다. 플랫폼?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는 장(場) 자체를 이르는 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굳이 디지털 서비스라는 특정 서비스에서의 노동을 플랫폼 노동이라고 부른다는 게 이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서비스 이면의 진실을 알고 나면, 이러한 용어가 붙은 내막이 이해가 되면서도 섬뜩하게 느껴진다.
이들은 장(場) 위의 거래되는 '노동력'으로 계산되고, 이용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떠한 물건을 사게 되면 자연스럽게 물건에 가치를 판단하고 평점을 매긴다. 그리고 이 물건을 계속 구매할지, 이 물건을 파는 상점을 계속 이용할지 등을 결정한다. 고객의 평가와 평점을 보고, 상점의 주인은 이 물건을 계속 생산할지를 결정하고, 판매 방식이나 가격 등을 고민하고 바꿔나간다. 이렇게 상점과 고객 사이에 거래되는 물건처럼,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노동'은 거래되고, 평가되고, 다뤄진다.
플랫폼 노동이라는 게 이렇게 무시무시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 행하는 노동이라는 움직임이 플랫폼이라는 무대 위에서 하나의 사물에 지나지 않게 취급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동자라는 용어가 붙어 언급되고 있지만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개인사업자(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이 말은 즉슨, 배달업의 경우 노동자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소속되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는 중개만 할 뿐 플랫폼 노동자가 개인사업자로서 배달앱에 가입한 상점들과 위탁계약을 맺는 것이다. 이에 이들은 노동법으로도, 배달서비스 회사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다. 게다가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편리한'이 목표인 서비스 위에서 행해지는 노동인만큼 배달수수료에 수입을 의존하고,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벌금을 내고, 서비스 제공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계약을 조금이라도 지키지 못하면 바로 계약해지를 당하는 등 목숨이든 돈이든 큰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법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비단 이것은 필자의 생각이 아닌 '사실'이다. 킥보드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탄생했음에도 아직도 주행과 주차 등에 세밀한 규범이 마련 및 적용되지 않고 있고, 유튜버라는 직업이 붐인데도 이들이 역사왜곡을 하든, 혐오발언하든 간에 손놓고 있으며, 디지털 세상에서 새로운 성범죄 형태가 나온지 굉장히 오래인데도 불구하고 처벌은 저만치 떨어져있다. 노동도 마찬가지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노동 형태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나오는 족족 사각지대에 놓여 값싼 노동력으로서 플랫폼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들에 의해 '사용'되고, '이용'된다.
입법은 물론 신중해야한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개인과 집단을 아우르는 사람들 간 약속인만큼 뚝딱뚝딱 만들어져선 안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사회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더더욱 많은 시간을 집중적으로 들여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끊임없이 변화를 반영하고 보이지 않는 곳을 자꾸만 보이는 곳으로 끌어와야한다. 더 이상 노동자가 죽고 또 죽는 뉴스를 보고 싶지 않다.
#뉴스아님 #2021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