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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자아해방 10화

남을 평가하는 칼은 나의 등에 날아와 꽂힌다

by 휘바

남을 평가하는 잣대는 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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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에게는 냉정하고 야박하면서 자신에게는 너그러워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남을 세세하게 평가하고 판단하는 사고방식은 뇌에 그대로 굳어 우리에게 화살로 돌아와요.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도 그렇게 평가하고 비난하게 되니까요.


남들은 마음을 읽는 능력이 없는 이상 나의 무자비한 평가에 대해 알 방법이 없지만 나는 나에 대한 혹평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그대로 듣게 되죠.


허벅지 두꺼운 거 봐 코끼리야?
그렇게 간단한 사실도 모르다니 IQ가 떨어지는 거 아냐?


친구가 했다면 싸움날 수준의 비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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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감정은 어디 가지 않고 독이 되어 우리 몸속에 남아 해를 끼쳐요. 남을 혐오하면서 나를 사랑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행복한 사람들의 마음은 사랑으로 넘실대서 남들에게도 넘쳐흐를 수밖에 없어요.


남과 나한테 기준이 높아서 엄격한 사람들도 장점은 있습니다. 바로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다는 거예요.


완벽한 예로 유재석을 들 수 있어요.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이 다 나가떨어져도 늘 지치지 않고 한 컷 더 찍자고 하는 사람은 유재석입니다. 나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기준이 높으니 대충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자기 관리를 보면 자기 자신에게 냉혹하고 철저하다는 느낌을 주기까지 해요. 더 대단한 것은 보통 나에 대한 기준이 높으면 남에 대한 기준도 높은데 유재석은 남한테는 또 한없이 너그럽다는 거예요. 늘 남의 의도를 좋게 가정하고 배려를 하는 모습에서 자신한테 보이는 엄격함은 찾아볼 수 없죠.


그래서인지 유재석은 자기 일에서 늘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주며 몇십 년간 국민엠씨 소리를 들으며 사랑받고 있어요. 가히 유느님이라 불리실 만하네요. 유느님마저 인성 논란이 나면 앞으로 티브이 보기 힘들 것 같아요.


반대로 남과 나를 향한 기준이 낮은 사람은 그렇게 편안하고 여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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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있으니 걱정도 압박도 없어서 자신감은 자연스레 따라와요.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 느긋한 태도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죠. 자신에게도 남들에게도 너그러우니 사랑이 넘치고 나와의 관계는 물론 남들과의 관계도 당연히 성공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 다 장단점이 있는 양날의 칼이지만 신랄한 비판은 남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아껴두는 편이 좋아요. 남을 평가하는 건 나한테 해가 안 갈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마음은 어디로 가지 않고 부메랑처럼 나에게 되돌아옵니다.


남과 나한테 너그러우면서 내가 내는 결과물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신경 쓰는 게 제일 좋은 방법 같아요.


가끔 형편없는 식당에 가거나 서비스를 받을 때면 수준이 이것밖에 안돼? 하고 까대고 싶은 충동이 들어요. 하지만 흠을 잡아 옳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틀리더라도 사랑이 넘치고 행복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평가는 너그럽게, 사랑은 넘치게.





*사진 출처: Pch.vector, Rawpixel, Martin Castro, Birmingham Museu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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