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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자아해방 09화

행동 너머 의도를 보기

by 휘바

일요일 아침, 뉴욕 지하철은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생각에 빠져있거나 신문을 읽거나, 혹은 눈을 감고 있었어요. 다음 역에서 지하철이 정차하자 한 남자와 아이들이 올라탔습니다.


그 순간 고요했던 지하철 칸이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돌변했습니다. 아이들은 시끄럽게 소란을 피웠고 남자는 제멋대로 날뛰는 아이들을 아랑곳 않고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어요. 아이들은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는 걸로도 모자라 다른 승객들의 신문을 잡아 뜯거나 물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각자 평화를 즐기고 있던 사람들의 심기가 점점 불편해지자 마침내 한 남자가 나섰습니다.


“저기요, 아이들이 너무 소란스럽네요. 좀 조용히 시키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아이들 관리를 해야 되는데 제가 정신이 없어서... 병원에서 오는 길이거든요. 한 시간 전에 애들 엄마가 죽었어요. 저 녀석들도 저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나 봐요.”




스티븐 코비의 경험담이에요.


행동과 의도는 늘 일치하지 않기에 행동만 가지고 사람들을 평가하는 건 불공평합니다. 윗 이야기에서 행동만 보고 판단한다면 아이들의 아빠는 남들을 배려하지 않는 무개념 부모라고 보기 쉽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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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주 나름의 기준으로 행동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어림짐작을 합니다. 그러나 타인이 우리의 행동만 보고 의도를 왜곡하면 억울해하죠.


We tend to judge others by their behavior, and ourselves by our intentions.
우리는 자기 자신은 의도로 판단되길 바라면서 타인은 행동에 빗대어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남들이 말하지 않는 이상 의도를 알 수 없으니까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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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를 보고 나서 우울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의 기이하고 악독한 행동 뒤에 배트맨보다 개연성 있는 동기를 봐버린 거예요. 처음부터 악하게 태어난 게 아니라 오히려 선했던 사람이 남들보다 운이 없었던 이유로 절대악으로 타락하게 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어딘가 불편해요. 내가 저 상황이라면 저렇게 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그의 동기를 보지 않고 악당이라 손가락질하는 게 더 편했을 거예요.


행동만 보고 그 사람에 대한 성급한 판단이나 주관적인 추측을 하는 것보다는 그에게 그럴 만한 동기가 있으리라 가정하는 게 나에게도 이득입니다. 쓸데없는 추측에서 오는 에너지 낭비도 줄이고 많은 오해도 초장에 잡을 수 있죠.


Give someone the benefit of the doubt
선의로 한 행동이라 가정하며 좋은 쪽으로 믿어주다


Innocent until proven guilty
무죄추정의 원칙, 유죄가 증명되기 전까지는 무죄라고 믿어주다


영어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입니다.


오해로 인한 갈등도 줄여주고 관계에 좋은 도움이 되는 너그러운 인생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보다는 나에게 더 도움이 되는 관점이에요. 나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행동을 보고 추측하기보다 그 사람의 의도를 확인하는 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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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만 보고 판단하는 것을 멈추면 세상을 감싸 안기가 좀 더 쉬워져요. 누군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뒤에는 늘 이해할 수 있는 의미가 있습니다.




*사진 출처: imdb, freepik, C.Valdez, Markus Wink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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