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지금 이 순간을 밑줄 긋고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 마치 미리 계획된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다.
일단 쓰자. 쓸수밖에.
무엇을 쓰고 싶은지 명확히 잡히지 않은 채 어렴풋한 빛만 더듬더듬 따라간다. 이야기하고 싶은 처음엔 아이가 있고 우리의 시간이 있고 달라진 내가 있다
육아(育兒)로 육아(育我)했다
약 18년동안 엄마로서의 삶은 나 자신보다 무거웠다. 소중하지만 일종의 수련과정 같았던 그 시절을 육아서들이 가르키는, 가르치는 방향과 다르게 적어보고 싶었다.지금도 고군분투 중인 엄마들의 마음이 떠오른다. 육아선배라고 짐짓 아는 척할 비법따윈 없다. 그러나 적어내려가다 나도 모르게 자꾸 잘키운 양 잘난 척한 건 아닌지 걱정이다. 맙소사.
균형이 기울어졌다한들 나를 잃은 것은 아니였다. 숨죽인 상태로 활개를 치지 않았을 뿐 여전히 나는 나였다. 온 정신이 아이를 향해 몰입했던 그 때에도 단지 엄마이지 않던 마음들을 풀어놓는다.
이제는 육아졸업중인 나는 이를테면 엄마사람이다. 졸업을 한다 한들 엄마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다른 위치에 놓여졌을 뿐이다.이 균형점이 꽤 마음에 든다.
밑줄은 내가 좀더 단단히 망설임없이 나아가도록 하나의 의미 있는 매듭을 짓는데 쓰여질 것이다. 멀리 있다고만 생각했던 오십이 되어 다가오는 시간들을 나의 언어로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