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행동
"언니 얼마 전에 만난 친구가 다른 건 몰라도 애들 습관 들이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얼마만큼의 공부를 시키는 걸 연습시켜야 한다는데 그래야 해요?"
"내가 뭘 알겠어. 근데 초1 때부터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수학 문제 풀리는 습관을 들인다는 엄마를 봤는데 결국 애가 나중에는 공부 때려치우더라고. 할당된 책을 읽지 않으면 나가서 못 놀게 하던 엄마도 있었는데 걔도 사춘기 때 공부 때려치웠고. 그런 거 보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도 같고"
그간 미리 달리다 때려치운 아이들에 대한 사례를 수도 없이 많이 보았던지라 편협된 판단을 내리게 되었을지도. 근데 습관은 본인이 만들어가야지 누군가 만든다고 들여지는 것일까? 근본적인 의심을 두고 있긴 하다.
습관이라는 명목하에 우리 아이도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
초2 때 논술팀 수업을 들어간 적이 있다. (어렸을 때의 팀 수업은 친구 관계를 위해 이루어지곤 한다.) 논술 선생님은 팀모가 큰애 때부터 배웠다던 이전부터 명성이 자자하다는 선생님을 초빙해 왔다.
그 분이 제일 중요시하던 것이 습관이었는데 매일 공 부계획표를 적게 하고 여러 가지 습관에 관련된 지침을 내려주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학교 쉬는 시간 10분에 이전 시간에 배운 것을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겨우 초3의 아이에게. 나는 굳이 그래야 하는가 싶었긴 하지만 팀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질질 끌려갔다.
여러 차례 그러한 습관에 관련된 안 그래도 과하게 모범적인 스타일의 아이를 더 옭조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서 팀을 나오고 싶었으나 팀이란 것은 그렇게 쉽게 떨치고 나올 수 없는 것이라 4학년인가 5학년 때까지 계속 했었다. 결과적으로 습관이고 뭐고 자유로운 사고에 악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습관이라는 것도 참으로 희한하다. 목표를 세우고 시간 관리를 하고 피드백을 갖고 어쩌고저쩌고. 팁이라고 나오는 많은 것들을 보면 나라면 글쎄. 누가 자꾸 습관을 키운다는 명목하에 이러저러한 것을 하라고 푸쉬가 들어오면 모락모락 마음에서 반발심만 생겨날 거 같다. 어릴 때나 고분고분하게 따라 하지 나이를 들면 과연 누가 시키는 대로 하겠는가.
양육자는 조력자가 되어 아이가 올바른 길을 가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이기에 좋은 습관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아이가 원치 않는다면 말짱 꽝일 수밖에 없는 것. 대신 살아줄 수도 없고 말이지.
타인에 의해 이루어진 습관이 본인의 것이 되는 데 든다는 6개월(미국의 한 연구기관이 그러하고 하더라만)이 고역의 순간이 될지 향후 공부하는 데 큰 무기가 될지는 오로지 아이만 알고 있으리.
그러나 생활 습관은 아무래도 보고 배우는 것이 무서운 거 같다.
남편은 기어이 8시간을 자야 하는 사람인데 아이도 그것을 보아서인지 8시간을 자지 않으면 피곤하다는 둥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잘 안 씻는 사람이 포진해 있는 우리 식구들의 모습을 보아서인지 아이도 그러한 성향이 강하다. 기숙사 시절 아이들이 너무나 깔끔하여 깜짝 놀랐다고 하니 약간 내 탓인가 하는 찔림이 있기는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정리도 하지 않고 옷도 아무 데나 벗어두고. 차마 내가 잔소리를 할 수 없는 것이 내가 그런 사람이라 그렇다. 미안해 아들 너가 보고 배운 생활 습관은 과하게 자유롭구나.
결국 습관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보고 배운 것과 본인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
습관은 너의 것이나 보고배운 것은 어쩔 수 없구나. 너가 우리 집에 태어난 것을.
자의적이지 않은 것들은 무력하고 타인의 말은 보여준 행동보다 힘이 약하다.
좋은 습관을 가지고 싶다면 고민해서 고치거나 만들어 가려무나~홧팅
나야말로 시급하단다 좋은 습관 가지기! 나나 알아서 잘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