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있던 학원에 학폭 피해자였던 학생이 입학하고 싶어 했던 적이 있었다. 그 학원은 모 유명 고등학교 수학 내신을 해주는 유일한 학원으로 대다수의 학생이 다니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피해자인지 몰랐으나 그 아이가 다닌다고 하자 가해자 엄마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다수의 가해자에 의해 따돌림을 당했던 그 아이가 진행한 학폭 때문에 생기부가 엉망이 되어 그 아이들은 모두 수시는 포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어머니들은 절대로 그 아이와 같은 학원에 다닐 수 없다고 강하게 어필을 하였고 결국 아이와 엄마 모두 울면서 강사와 상담을 하고 피해자 학생은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 사건의 진실이 어떠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학원을 다니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일심동체가 된 그들의 모습을 통해 대략적인 짐작을 할 뿐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종종 인용된다.
그만큼 많은 주변의 도움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 적용하여야 할 이야기이다. 하지만 타인의 아이를 위해서 이 말을 쓰지 않고 다만 자신의 아이에게만 적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자신의 아이가 수시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에만 꽂혀서 다른 아이가 겪었을 고통은 전혀 안중에도 없다. 아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기심의 끝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초등 때부터 수도 없이 많은 학폭이 열렸다. 아이 중학교 2학년 때는 한 학기에 같은 학년에서 70여 건이 열렸다고 한다. 진짜 심각한 사안도 많았지만, 어처구니없는 사안도 많았다. 길을 지나가다 축구공에 맞아 안경이 부러졌다고, 사소한 아이들의 말다툼에 아이의 입장에만 감정 이입하여 분개하여 열기도 했다. 모든 사안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들만 듣고 학폭을 열거나 방어하거나 했고 결국 변호사까지 등장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지인들도 연루된 적이 있고 그건 가해일 때도 피해일 때도 있었다. 억울한 부분도 있었을 테고 속상한 일도 있을 터이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태도 중 가장 안 좋은 것은 이 말이었다.
- 애가 원래 좀 이상했다
예전 같은 학원 실장은 자신의 아이가 영재고준비반에서 다른 아이를 괴롭혔다고 상대방 엄마가 학폭을 걸겠다는 이야기를 학원에서 전해 들었다. 학원에서 만난 아이에 대해 학폭을 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녀의 첫 반응은 미친년 아니야였다.
-아니 30등 하는 우리 아이가 100등 찍는 그 아이 때문에 학원을 그만둬야 해요?
-애가 깐죽대서 애들이 같이 밥 먹는 데서 뺐대요.
-이 주 전부터 울면서 학원을 안 갔다는데 이제야 연락한 건 이상한 일 아니에요
상대방 아이의 마음 상처에 대해서는 당연히 관심도 없었던 그 실장은 거품을 물면서 덧붙였다.
- 그 아이 이상하니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해야겠어요.
부모를 보면 아이가 보이는 것은 맞다. 어떤 경로로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엄마의 태도를 보면 아이가 올바르게 행동했을지에 대한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타인과 첨예한 상황에 부닥치곤 한다. 너무나 소중한 나의 아이를 마음 아프게 한다는 사실에 매몰되어 누군가의 '온 마을'임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타인들은 우리 아이를 위한 '온 마을'이어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