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무뇌아처럼, 망나니처럼 사는 것도 아니니
나는 굳이 생각하면서 살기보다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다.
구간구간 목표치에 따라 노력하면서 살아본 적도 없고
그냥 처하는 대로 살다보면
내 마음이 이거구나 알게 되었다.
선택의 순간이 와서 나의 마음을 한참을 들여다보고 또 봐도
잘못 선택한 순간이 있었고
그러면 어느새 뒤돌아서 도망치고 있었다.
폭발적으로 많은 수업을 신청해서 듣다가도
그중에 마음에 맞는 것만 취해서 집중하는 것도
애초에 왜 그리 많이 생각 없이 신청했냐고 지적할 수 있으나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그냥 부딪혀보는 식이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보다
머리가 없으면 발이 있다는 말이 좋다.
후회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붙잡고 에너지 소비하고 싶지 않아서다.
이렇게 대단한 의지와 생각 없이 흘러가다 보면
사실 후회할 일을 많이 만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흐름에 맞추어 몸을 내맡기는 법밖에 모른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런 성향은 변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마음 하나 세워두고
내 맘대로 통상적인 것들에 의해 방향을 잡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이 최고라는 지침을 가지고 살았다.
'억지로, 꼭'이란 말을 피해가며 요리조리
잘도 여기까지 왔다.
예전에는 이런 내가 문제가 있나 했다.
대단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주칠 때마다
이렇게 시시하게 살다 죽나 싶고
아이의 로드맵을 차곡차곡 밟아가는 엄마들에 비해
허술하게 접근하여 놓치는 것이 있나 싶고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시도하기 위해 희망할 필요도 없고, 지속하기 위해 성공할 필요도 없습니다.
—롤랑 바르트《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희망도 성공에 대한 의지도 없이
그냥 산다.
그게 가볍고 좋다.
지금은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이제 어디로 떠나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