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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Oct 21. 2024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

나는 나, 너는 너

최근의 고민에 대해서 쓰고 서로 상담을 써주는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아이가 대학을 가고 약간 허전해요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이에요"라고 적었고 댓글들은 대부분 "본인의 인생을 살아요" 라는 것과 "앞으로 대학원도 가고 결혼도 하고 더 많은 일들이 있을걸요?"라는 답도 있었다.

그래, 대학이 뭐라고 갑자기 엄마가 아닌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숙사에서 돌아온 후 집에 기거하면서 매일 밥밥밥이 몰려오고 있다. 대학생이 돼도 엄마들은 여전히 성적 걱정을 한다. 우리 땐 대학교 성적 같은 건 관심도 없었는데 또 새로운 걱정이 생기더라. 어제도 중간고사 과목을 망쳤다고 드랍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약속을 나간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선배들을 만난다길래 교환학생 좀 물어봐 했더니만

"엄마는 교환학생과 영어에 굉장히 집중하는 거 같아?"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선을 긋는다.

참 나도 그 버릇 어디 안 간다.

앞으로 군대와 결혼이라는 산과 취직도 떡하니 버티고 있는 마당에 고작 대학 능선 하나 넘었다고 육아 졸업 운운하는 것은 비웃을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걱정과 관심을 밀어버리는 중이다. 본인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성인이 되었는데 내가 굳이 관여할 필요는 없다. 점점 바쁘고 할일에 몰두하면서 걱정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중이긴 하다.

과거 모든 여행 일정을 내가 다 짜고 데리고 다녔던 아이에게

"해외여행 이번에 혼자 엄마가 한번 갈까 하는데 어때?"라고 하니 나를 걱정한다.

이젠 오히려 챙겨줄 대상이 되어버린 느낌을 지난 겨울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받긴 했다. 영어며 길찾기며 모든 면에서 훨씬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그간 어리바리해져 버린 나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내 건강, 노후, 즐거움을 생각하는 게 아이의 인생 걱정하는 것보다 더 아이에게 도움을 주는 것일 수도.

아이는 이미 성큼 앞으로 나아갔고 이제 나만 독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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