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연스럽게 완경이 되었다.
마음의 준비를 할 건 따로 없었지만, 문득 완경이라니 좀 어이가 없다. 이렇게 갑자기? 벌써 5~6개월은 되었나? 둔한 나는 그것도 모르겠다만 기억할 수 없이 오래전인 것을 보면 완경이 맞는 거 같다.
그분 덕에 이제 겨우 오십이 되었다. 어찌나 헷갈리던지 사람들한테 몇 번을 확인하고 며칠 전 오십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이가 대단하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딱 떨어진다니 공교롭다.
확연하게 술이 줄었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아 "미안하지만 뭐라고"를 달고 산다. 눈이 안 뵈는 거야 이제 더 얘기할 필요도 없고 귀찮아 안 챙기던 영양제도 주워 먹는 것이 늙긴 늙은 모양이다.
이래저래 이런 때를 인생의 전환기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50살의 점프!
이 말을 적어놓고 꽤 마음에 든다. 점프를 해서 멀리 멀리 높이 올라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먹고 훌쩍 내 몸을 움직여 다른 곳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은 거 같다.
요즘 나는 다양한 수업을 듣고 매일매일을 바쁘게 지내고 있다. 술꾼의 마지막은 술 제조라고 막걸리 빚는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 직접 막걸리를 빚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쏠쏠하고 맛도 기가 막혀 맥주파에서 막걸리파로 순식간에 갈아탔다. 이런 세상이 있었다니 너무 재미있잖아. 서울시민대학이며 50플러스며 도서관이며 계속 뒤적이며 흥미로운 것이 있으면 무작정 신청하고 본다. 바빠 죽겠는데 그 욕망을 참지를 못한다. 손재주라고는 젬병이라 절대로 만드는 일은 쳐다도 안 봤는데 양말목 공예를 배웠다. 역시 못하지만 재밌다. 동영상 편집은 무언가 궁금해 캡컷을 배웠다. 왜 그렇게 쉬운 것을 멀리까지 가서 배우냐는 몇몇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 거리를 감내하며 참석했다. 캔바를 배워서 책 디자인도 하고 학원에서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인터넷을 찾아가면서 접근하니 나보고 이과 스타일인가봐요, 디자인을 잘하시네요 라는 소리들을 한다. 극문과형 인간에 새로운 문물 거부증세가 있는 데다 디자인 쪽은 얼씬도 안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모든 프로그램에 참석하면 그토록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여 평소 무대공포증에 목소리가 달달 떨리는 나는 죽을 맛이었건만 이제는 점점 심드렁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뭐든 계획을 세우면 용두사미가 되던 사람이 매일 브런치에 글도 쓰고 다음 스텝을 준비한다.
무엇이든 하면 달라진다. 사람이 안 변하긴! 꾸준히 스스로 움직이는 만큼 미세하게라도 변한다. 해보지 않으면 모를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요즘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나는 지금 나를 여행하고 있는 거 같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도 아직도 내가 모르는 내 안의 미지 영역이 많고도 많다. 쉽게 규정내리지 않는 나의 장점이 이럴 때는 좋다. 어디 한번 해보자구!
벼락 같은 불행이 닥칠지도 모르는 인생이 두려웠을 때도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는데 점점 진짜 나이가 드는구나 신체적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저절로 움직이게 되나보다.
글쓰기로 뒤적뒤적 내 마음을 휘저어본다. 배출되고 나면 진심인 줄 알았는데 의심스러운 것도 생기고 모르고 있던 내 마음도 눈치챌 수 있다. 글쓰기의 힘은 그런 거지.
모든 길은 여기서 시작되고 이곳에서 마무리 지어 질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