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 선배를 보냈던 날

by 제이

오늘 같이 일하던 대리님, 같이 일하던 차장님을 동시에 보냈다.

대리님은 6개월의 육아휴직을 가시고, 차장님은 퇴사를 하시게 되었다.

두 분 다 내가 인간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는데, 그 두 분을 한 번에 보내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마지막 인사를 할 때 내 표정이 어땠는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내 표정을 본 차장님께서 본인이 울컥했다고 카톡을 보내셨다.


물론 대리님은 6개월 후에 돌아오실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6개월은 거의 영원 같은 시간이다.

하루하루가 힘든 이 시점에서 일주일 후, 한 달 후, 3개월 후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대리님께 인수인계를 받는데,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점심을 안 먹은 탓에 배도 고프고 그냥 힘들었다. 아.................. 그냥.......... 다 모르겠고......... 집에 가고 싶었다. 한 달 내내 이 날이 올 줄 알았고,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도, 그냥 힘들었다.


혼자 집에 가서 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아, 아는 오빠한테 고기를 먹자고 했다. 강남까지 3km밖에 안되는데, 버스를 타고 가면 갈아타야 되길래... 그냥 택시를 탔다. 버스 타느라 지금도 바닥인 체력을 낭비할 수가 없었다.


택스에 내리자마자 고깃집이 보였다. 오빠는 우리가 자주 가는 돼지갈빗집을 가지고 했는데, 나는 거기까지 갈 자신이 없어, 그냥 눈 앞에 보이는데 가자고 했다. 그냥 뭐라도 입에 넣어야 했다.


"저 주문할게요!!!! "
"네~ 뭐 드릴 까요?"

"갈빗살 2인분이랑요, 냉면이랑요, 공기밥 2개 주세요!"


고기가 익지도 않았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나도 안 익은 거 알았지만, 물었다.


"오빠, 이거 먹어도 돼??"

"음... 좀 만 있어봐, 소고기라 괜찮긴 한데 그래도 속이 안 익었을 거야."

"아니야, 다 익은 것 같아."

"그래........ 그럼 한번 먹어봐."


갈빗살을 집어먹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부드러운 맛보다는 질긴 느낌이었다. 그때는 고기가 안 좋은 줄 알았는데, 안 익은 거였다. 잘 익으니 고기가 부드러워졌다.


정신없이 흡입했다.


"저희요!!!! 우삼겹 2인분만 더 주세요!! 냉면 빨리 주세요!!!"


냉면이 나왔다. 어마어마하게 큰 대접에 나왔다. 와... 냉면이다.


나는 겨자를 팍팍 치고, 후루룩 후루룩 입에 막 밀어 넣었다.


"제이야 냉면 먹지 말고, 고기 먹어."

"응응! 나 냉면도 먹고 고기도 먹을거야!! 이거 냉면 완전 맛있다!!"


그리고 우삼겹도 먹는데 너무 급하게 먹은 탓인지, 너무 배가 불렀다. 고기가 목 밑까지 차있는 느낌이었다.

고기를 워낙에 좋아하지만, 많이 못 먹는 편이다. 그래서 항상 오빠랑 먹을 때는 3인분 시켜서 내가 1인분 오빠가 2인분을 먹는데 오늘은 4인분을 시켰으니, 아마 내가 1인분은 넘게 먹은 모양이다.


공허한 마음을 어떻게든 채워보려고 고기를 먹는 걸 선택했다.

그런데도 대리님, 차장님을 보낸 마음을 채울 수가 없었다. 내일 내 옆자리는 텅텅 빌 텐데... 그 자리를 어떻게 바로 볼까 무섭다. 그분들이 나가도 우리 팀에는 10명의 팀원들이 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편하게 얘기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었기 때문에 지금은 내 마음속에는 팀원이 0명이나 다름이 없다.


조직은 직원 1~2명이 나가도, 잘 돌아갈 것이다. 그들의 빈자리는 누군가는 채울 것이고, 나도 그 빈자를 채우기 위해서 앞으로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사람이 와서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내가 그 빈자리 때문에 좀 마음이 힘들구나, '라는 감정을 알아채 줘야 할 것 같다.

고기를 막 밀어 넣을 때도 몰랐다. 내가 마음이 공허해서 그런지를. 입에 고기를 넣고, 씹고 삼키는 행위를 하면서 채워지는 느낌이었는데, 다 먹고 나니 채워지는 느낌이 없어졌다. 공허한 느낌은 그대로이고 배만 불렀다.


이 감정을 곱씹고, 생각하고, 카톡을 봐도 이 공허한 마음은 채울 수 없을 것이다.

그래, 오늘은 그냥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따뜻하고 포근한 침대에서 좋은 꿈 꾸며 잠을 푹 자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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