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피자 Jul 06. 2024

뇌를 속이는 달리기

달리기가 내 두뇌에 비밀 초능력 버튼을 눌렀다



달려서 뭐하게?


저에게 달리기란 팍팍한 삶에서 도망치는 36계 줄행랑이었어요. 반복되는 생활, 술을 먹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고, 불안한 마음만 가득할 때 도망치듯 달리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달리기가 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되자 ‘달리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기 마음속에 5개 마법 버튼들이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저에겐 달리기가 바로 그 버튼이었어요. 달리기가 어떻게 뇌의 비밀 초능력이 되었는지 말해볼게요




첫 번째 버튼은 긴장을 풀어주는 버튼입니다. 바로 엔돌핀 버튼이죠. 퇴근 후 운동화 끈을 꽉 묵고 문밖으로 나가 천천히 뜁니다. 처음 1km 뛸 때가 가장 힘들고, 몸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하지만 곧 호흡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아름다운 광안리 밤바다 눈부신 광안대교가 반짝반짝 빛납니다. 눈 호강을 하며 달리는 거죠.


달리기가 자연스러운 기분 상승제 역할을 하고 좋은 에너지가 나오는 순간입니다. 그럼 꽤 활력이 생기고요. 한번 해보자 라는 마음을 먹고 맞설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버튼은 창의성 스파크 버튼입니다. BDNF 버튼이죠 달리는 동안 뇌세포에 성장을 촉진하는 신경 성장 물질이 나옵니다. 달리면 뇌가 더 똑똑하고 창의적일 수 있다니. 이거야 말로 달리기 마법이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리기를 하는 동안 나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바빠서 잊고 있던 것들을 떠올리게 해주, 창의성 저장소를 열어주는 것 같았죠.


두 발이 꾸준히 달리면 생각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명상 상태가 됩니다. 바로 이 순간에 영감이 떠오르고요. 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떠올랐습니다. 달리기는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비밀 무기인 거죠. 두뇌 잠재력을 활용하는데 데 도움을 주더라고요



세 번째 버튼은 스트레스 지우개 버튼입니다 코르티솔 버튼이죠. 코티솔은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호르몬인데요. 직장에서 긴 하루를 보내면 스트레스가 압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 무거운 걱정들을 길가에 내다 버린다고 상상합니다.


그저 달리기를 하는 순간 잡생각이 사라지고, 한 발 한발 뛰는 것만 집중하게 됩니다. 숨을 고르게 쉬고 달리는 데만 집중을 합니다. 그럼 문제에서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하며 마음이 차분해져요



네 번째는 해냈다 버튼입니다. 도파민 버튼인데요. 달리기는 무척 힘들지요 하지만 꾸역꾸역 달려가며 맘속에 정해놓은 피니시 라인을 향해 전력 질주할 때 드는 기분,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면 손목 워치에서 ‘오늘 노력한 당신 참 수고했어요’라고 알람이 뜨는 것을 확인할 때, 도파민 버튼이 무한으로 팍팍 눌러지는 거지요.


이렇게 달리기로 작은 성취를 이룬 뒤 ‘나는 할 수 있는 사람. 나는 조금 더 해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어요. 도파민은 어떤 행동을 해서 동기를 유발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죠. 달리기와 같은 규칙적인 운동은 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즐거운 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섯 번 째는 오늘 밤 꿀잠 버튼입니다. 멜라토닌 버튼이에요 달리기를 한 날과 하지 않은 날은 수면 농도가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달리기를 하며 잡생각을 버리고 온 날은 잠도 푹 자게 되었거든요. 평소 걱정으로 윙윙거리던 마음을 멈추고, 더 편안하게 잠에 빠질 수 있었어요


내 몸이 스위치를 꺼버리는 거죠. ‘내일 생각해. 지금은 그냥 자’ 라며 깊이 재워주고, 다음 날 더 상쾌하게 일어나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게 되었어요. 멜라토닌은 수면 주기를 조절해 주고 신체 생성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해요. 달리기로 육체를 혹사했는데 뇌를 더 상쾌하게 만들어준다니. 뇌는 나를 잠들게 하고 회복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무려 100킬로미터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을 마치고 나서 이렇게 말했어요


"위험스러운 일을자진해서 맡아
그것을 어떻게든
극복해 나갈 만한 힘이
내 안에 아직도 있었구나."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



달리며 풍경들을 바라보면 잠시 힘든 걸 잊게 되고,

달리기 좋은 날씨엔 오늘 달려볼까 생각이 들고,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고생스러운 동질감이 느껴지고,

달리는 나를 보면 작은 자신감이 다시 생깁니다.



달리기는 나에게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건 삶의 방식이에요. 달리는 동안 나는 독을 빼고 땀을 뺍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니 길 가다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기억하세요. 단순히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요 두뇌의 비밀 초능력을 활용하고 있는 거라고요. 그리고 누가 알겠어요? 언젠가 여러분도 운동화 끈을 직접 묶고 이 놀라운 뇌 초능력 버튼들을 팡팡 누르며 가볍게 달리기를 하게 될지도요


달리면 달라진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달려갑니다

이전 08화 달리기 실패 계단 극복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