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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피자 Aug 10. 2024

지긋지긋하다면 길 위로 도망쳐 달리자

‘달려서 뭐하게?’ 라고 물으신다면 ‘달리 달라’ 라고 대답할게요



“달려서 뭐하게?”

“달린다고? ?”

미쳤어? 이 더운 날 왜 달려?”

“엄마 이상해. 또 달려?”



내가 달리기를 하니까 가족과 회사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습니다. 그만큼 제 주변에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지요.

야근 많은 직종, 삶이 바쁜 워킹맘 일상에 달리기는 좀 기이한 행동이기도 했죠

 

하지만 나는 달리려고 달린 게 아니었다는 걸 사람들은 몰랐지요. 그저 회사에서, 육아에서, 집안일에서, 과중한 삶의 무게를 못 견뎌 ‘36계 줄행랑치러 달려 나간 것’이니까요.


답답해서 휘적휘적 걷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뛰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하며 시작된 달리기. 생애 최초로 자발적 달리기를 하던 날,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숨차고 힘들었지요.


달리다 보니 점점 달리는 거리가 늘어나고, 달리기에 재미가 붙었습니다. 달리기의 효과를 알게 된 후, 내가 왜 달리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글도 쓰게 되었으니까요.




처음 팟! 하고 달렸을 땐 달리는 내 뒷모습이 부끄러웠어요 부끄러워서 더 도망쳐 달렸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달리다 보니 “어? 조금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거 해 볼만 한데?”하는 자신감이 들었어요.

달리기로 쌓인 작은 자신감들은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복잡한 문제를 푸는데도 시도해 볼 자신감을 주었어요



퇴근 후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도망치듯 달려서 닿은 곳, 광안리 바닷가를 바라보며 반짝이는 불빛들을 멍하게 바라보지요. 회사에서 이리저리 들볶여 괴롭던 나를 털어버리고, 그저 달리는 나와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오는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길 위로 도망쳤지만 다시 돌아왔습니다. 걱정과 시름을 다 길에 버리고 돌아왔지요. 달린 뒤  마음은 고요해지더라고요. 숨을 헉헉 몰아쉬지만, 몸속 호르몬 ‘아드레날린’ 덕분에 입가에는 씩 웃음이 새어 나왔죠.


달리면 기분이 단순해집니다. 나는 원하는 만큼 달릴 수 있는 건강한 사람. 이런 은근과 끈기로 도전하고 해낼 수 있다는 걸 발견하는 길이 달.리.기.였어요. ‘아 나 살아있구나. 이 펄떡이는 심장이 뛰지 않을 때까지 달려보자. 살아보자 라고요.



달리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없이 달리는 나를 응원해 줍니다


의식을 어딘가
다른 데 두면서 달리노라면
무리 없이 자연스러운 속도로
긴 시간 조깅을 계속할 수 있다.
내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저 묵묵히 결승점을 향해서
발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풍경 속에서 나는
한없이 조용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


달리기는 할 때마다 죽도록 힘들지만, 죽지는 않더라고요 오히려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주고요 내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다시 ‘까짓 거 한 번 더 해보지 뭐’ 하게 만든다는 걸요.


이제는 압니다. 달리기가 인생 자체를 바꿀 순 없다는 걸요. 하지만 달리기는 인생을 대하는 내 태도와 표정을 바꾸고 있었다는 걸요.



"달려서 뭐하게?"

라고 물으신다면

달리면 잡생각이 줄고

달리면 잠이 잘 오고

달리면 살이 빠지고

달리면 씩씩해지고

달리면 자신감 생기니

달리면 달라진다!

"달리 달라~!"



지긋지긋하다면 길 위로 도망쳐 달려보는 것 어떨까요? 달리 달라~!

실패 계단을 뒹굴며 세상 속으로 달려가는 ‘초보 러너의 생존 달리기 프로젝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롤로그

-도망친 달리기가 살리는 달리기로


1부

-술꾼에서 러너로

-발모광에서 러너로

-중2병맘에서 러너로

-하비에서 러너로

-사십춘기에서 러너로


2부

-달리기 실패 계단

-책으로 읽는 달리기

-뇌를 속이는 달리기

-달리기는 역시 템빨

-달친들의 뼈있는 멘트


에필로그

지긋지긋하다면 길 위로 도망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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