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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SS Sep 25. 2022

캐나다의 식품 알레르기와 스타벅스

제품 개발자가 보는 영양 평가 분석표와 원료 리스트


캐나다에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급식을 하지 않습니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모두 하지 않아 집에서 직접 간단하게 만들거나(주로 샌드위치나 피자, 파스타) 판매하고 있는 패키지 음식을 점심으로 준비해서 학생들을 등교시킵니다. 급식을 하지 않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식품에 관련된 알레르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식품 알레르기는 특정 음식을 섭취한 후 발생하는 신체의 면역체계 반응으로 증상으로 입 주위와 목안의 가려움, 부어 오름, 피부의 두드러기, 물집, 어지러움 등 이상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며 과민증으로 심한 경우 호흡곤란, 급성 저혈압 및 쇼크 등 생명징후에 위험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CFIA(캐나다 식약청)에서는 다음 식품에 대하여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Eggs (달걀과 이를 원료로 한 제품)

- Milk (우유와 유제품)

- Mustard (겨자)

- Peanuts (땅콩과 땅콩을 원료로 한 제품)

- Crustaceans and molluscs (갑각류와 연체동물)

- Fish (어류와 어류를 원료로 한 제품)

- Sesame seeds (참께와 이를 원료로 한 제품)

- Soy (대두와 이를 원료로 한 제품)

- Sulphites (이산화황이 포함된 제품)

- Tree nuts (견과류와 이를 원료로 한 제품)

- Wheat and triticale (밀과 글루텐이 포함된 제품)




작은 아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아토피가 매우 심한 편이어서 단순히 피부 문제로만 각했었는데 자라면서 몇 가지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와 천식 증상도 보였습니다. 특히 견과류 중 마카다미아 너트(Macadamia Nut)에 대해서 매우 심한 반응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아이가 두 살 되었을 때 마카다미아 너트를 먹은  입으로 볼에 입맞춤을 해주었는데 30분쯤 지났을까 우연히 방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는 얼굴과 심지어는 눈동자까지 전부 부어오르고 물집이 생겨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입맞춤한 볼이 알레르기 반응으로 가려워지자 손으로 긁고 그 손으로 다시 눈과 얼굴을 비벼 그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조금 뒤부터는 기도가 부어오르는지 심한 기침을 하며 호흡 곤란을 일으키기 시작하여 급하게 911에 연락해서 앰뷸런스를 부르고 병원 응급실로 향해서 겨우 응급조치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911에 전화하고 끊지 않고 있었는데 응급차와 소방서 차가 정확히 5분 만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까이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도착할 수 있었는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 반응하는 식품의 이름을 새겨놓은 팔찌와 에피펜(EpiPEN)이라 불리는 펜 모양의 응급처치용 주사기를 항상 지니도록 하여 응급상태 시 주위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EpiPEN (사진 출처: Google)

이러한 식품의 알레르기 문제로 대량으로 공급하는 식재료나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되는 판매용 가공식품에는 제품에 들어간 원료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재료가 직간접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에 대한 명확한 표기를 포장에 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제품 개발 책임자로 일할 때였습니다. 새롭게 출근한 지 열흘 정도 지났을까요 어느 날 품질 관리 책임자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소비자 불만에 관한 편지를 받았는데 내용이 매우 심각하니 회의실로 모여주기 바랍니다."


편지는 회사 제품의 포장에 자신이 반응하는 알레르기 원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안전하다고 확인하고 먹었는데 심한 알레르기 증상으로 거의 사경을 헤매다 가까스로 응급실로 실려가 치료받고 살아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소비자 불만 편지와 피해 제품 포장은 회사와 CFIA(캐나다 식약청)에도 이미 보낸 후여서 며칠 뒤에 식약청에서 직접 방문해서 감사를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식약청의 감사를 통해서 제품에 사용된 원료인 건조한 살구에 포함된 이산화황 그 알레르기의 원인으로 확인되었고 그 제품은 전량 리콜 대상으로 지정되어 모두 폐기하도록 처분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많은 말린 과일 제품에는 변색과 품질 보존을 위해 이산화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포장에는 이산화황 성분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실제 생산에 사용한 건조 살구이산화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재차 확인되었습니다.


처음에 출시한 제품에는 이산화황이 없는 살구를 사용했으나 교체한 살구에는 이산화황이 포함되어 었고 바뀐 원료 사양에 따라 인쇄된  포장지를 사용하고 기존 포장지는 폐기했어야 하는데 담당자실수였던지 아니면 회사의 관리 소홀이었던지 사전에 철저하게 검사하여 문제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되었습니다. 책임 소재를 추적해보니 제품 개발 책임자인 사직한 제 전임자와 품질관리 부서장 두 사람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부서장은 문제의 여부를 미리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인정해 사의를 표명했고 리콜 처분된 모든 제품을 수거하고 폐기하는데 많은 인력, 시간과 비용을 지불했고 무엇보다도 회사의 신용도큰 손상을  사고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판매하는 포장이 안된 요리나 디저트 또는 베이커리 제품은 어떨까요? 이런 경우는 업소나 매장에서 판매하는 각 제품이나 요리의 사양서(Specification Sheet)를 반드시 구비하도록 되어있고 고객이 자신의 알레르기 반응을 우려해 원재료를 확인하기 위해 요청하면 반드시 보여주도록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저와 같이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료의 공유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일 고객인 회사로부터 어느 카페에서 팔고 있는 무슨 제품을 벤치마킹한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매장을 직접 방문하여 제품을 구매하면서 알레르기 문제로 사양서를 보여달라고 요청하는 일입니다. 제품 사양서에는 기본적으로 사용된 원료들의 리스트와 아래와 같은 영양분석표가 있습니다.


영양평가 분석표와 원료 리스트 (사진 출처: Google)


두 가지 정보로 대략적인 제품의 레시피와 어떤 특별한 원료를 사용한 제품인지 바로 알 수 있고 직접 눈으로 보고 실제로 먹어봄으로써 프로세스와 Sensory Evaluation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Starbucks)와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널드 (McDonald's)는 기본적으로 판매하는 커피와 햄버거의 종류의 메뉴는 유사하지만 각 나라마다 특성에 맞게 일부 제외시키거나 추가되는 다른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캐나다의 스타벅스에서 팔고 있는 커피를 제외한 디저트 스낵과 베이커리 제품의 류와 가짓수는 조금 다릅니다.


예전에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로 캐나다에도 수많은 매장을 가진 고객으로부터 다양한 베이커리 제품의 공급 경쟁입찰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기획제품들의 설명서를 보니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스타벅스의 제품과 유명한 프리미엄 쇼핑점의 제품들을 벤치마킹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기존 스타벅스와 프리미엄 쇼핑점의 제품들을 샘플로 구입하면서 각 제품의 사양서를 매장에서 요청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기초로 해서 각 제품의 기본 레시피를 만들고 몇 차례의 Sensory Evaluation Test를 통한 조정을 거쳐 품질로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개발하였고 입찰에서 최종 공급업체로 선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일이 계기가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 후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스타벅스 캐나다의 프로젝트를 파트너로서 함께 일하게 되어 업무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계속된 Starbucks Reserves 프로젝트로 Seattle로 갈 기회가 마침내 찾아왔지만 고민 끝에 사양했습니다. 아무래도 안정적으로 정착한 오랜 캐나다의 토론토 생활을 다른 미국의 도시로 옮겨야 한다는 부담감과 이젠 젊지 않은 나이 탓에 예전 같지 않은 체력과 떨어진 감각을 얼마만큼 되살릴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의 전성기를 알고 물러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 아닐까요. 그 자리에 머무르고 싶겠지만 내려올 때를 아는 사람이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사람의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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