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의 크리스마스

성 니콜라스 데이, 크리스마스 , 새해 폭죽, 주현절(Epiphany)

by Jane Anne


12월 6일이다.
아이들이 며칠 전부터 기다려온 날이다.
아침에 벌떡 일어나 쪼르르 창가에 걸어둔 크리스마스 양말 속을 뒤집어본다. "오빠, 여기에 있어." 작은 애가 오빠를 신나게 부른다. 킨더 조이 하나씩과 특별히 넣어둔 5유로씩을 챙긴다. 이 날은 등교 준비를 아주 잘한다. 오늘은 학교에서도 산타 복장을 한 성 니콜라스가 천사와 얼굴에 검은 칠을 한 악마를 대동하고 나타나서는 과자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는 날이기 때문이다.



매년 12월 5일 또는 6일은 성 니콜라스 데이다.
자기 전, 그들의 신발을 깨끗이 닦아 창가에 놓아두면 성 니콜라스가 '달달한 것들: 초콜릿, 작은 과자, 껍질이 있는 통 땅콩, 젤리, 작은 장난감 등'을 착한 어린이에게 놓고 가는 날이다. 장난꾸러기 나쁜 아이들에게는 석탄을 두고 간다.
아이들은 한 명씩 앞으로 나가 과자 선물을 받고, 학교에서 엄마, 아빠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단 것들을 섭취(?)하는 날이다. 그날은 아침에 싸 간 간식들은 고스란히 도로 가져온다.



여러 가정의 테이블에는 4 구로 된 촛불이 등장한다. 크리스마스이브 4주 전부터 매주 일요일에 한 개씩 불이 켜진다. 그리고 이맘때부터 곳곳에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작고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장식품에서부터 나무로 만든 수공예 용품들, 수제비누나 천으로 만든 인형, 장신구들, 애들 장난감, 먹거리 등. 장사하는 사람들과 구경꾼들 그리고 따뜻하게 데운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들썩들썩한다.





아이들은 어드벤처 캘린더를 한 장씩 뜯으며 안에 든 초콜릿이나 작은 장난감, 또는 레고들로 마음을 달래며 크리스마스 때까지 24장을 꼬박꼬박 챙긴다.
아이들은 2주 이상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이했고, 남편도 공식적으로는 2주 휴가가 주어진다.
우리는 이 나라 저 나라 가까운 크리스마스 마켓들을 기웃기웃한다. 어두침침한 날씨 속에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도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눈이 핑핑 돌아간다. 뭐 하나라도 건질 생각에 마음도, 작은 발걸음도 바쁘기만 하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이 곳의 주부들은 집과 커튼들을 청소하고, 크리스마스 쿠키를 굽는다. 그리고 가족들 선물을 사기 위해 큰돈을 쓰는 달이다.
내가 처음에 왔을 때만 해도 오직 '테스코'에서만 냉장 생선을 팔았다. 바다가 없는 이 곳은 냉동생선만 마트에 있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때는 주차장 한쪽에 커다란 수조를 설치해놓고 살아있는 생선을 판매한다. 그 모습에 사지도 않을 거면서 괜히 왔다 갔다 하며 신이 났었다. 그곳에서는 크리스마스의 메인 메뉴를 장식할 잉어를 판매한다. 내가 처음으로 가 본 친구 집에서는 커다란 잉어를 미리 사서 집의 욕조나 큰 대야에 물을 받아 키우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아이들이 놀기도 하고, 실제로 맛도 더 있어진다고 했다. 잉어는 큰 행운과 부를 가져오는 의미이다.


그리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12월 31일.
이곳은 자정이 다가오고, 한국에서는 새로운 해를 맞아 벌써 일출까지 본 시각이다.
올해의 마지막을 붙잡고 있는 우리는 새해를 맞이한 한국의 부모님과 덕담을 나눈다.
밤하늘에서는 폭죽이 사정없이 터지며 이름 모를 이웃들의 창을 찬란하게 물들인다. 군가가 하늘로 향해 뿌려놓는 꽃가루를, 또 누군가가 이어받는다. 여기저기서 무작위로 하늘을 수놓는 불꽃축제는 아름다운 사랑이다. 고요히 어둠 속의 창가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어느새 관객이 된다. 우리 모두를 위한 새해 선물이다. 요란한 폭죽 소리는 자정을 향해 최고점을 찍고도 새벽까지도 드문드문 터뜨려 준다. 암막커튼을 치고 아이들은 꿈나라에서 아득해진 폭죽 소리를 들으며 소곤소곤 잘도 잔다.



남편은 다시 출근하고, 나와 아이들의 시간은 계속된다. 이때에는 어김없이 눈이 온다. 하염없이 낮에도 밤에도,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이 내린다. 멈출지도 모르는 눈이다. 우리는 단단히 무장하고 결국 눈 세상으로 걸어 들어간다. 바닥에 누워서 천사 날개도 간지럽혀보고,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 눈썰매로 신나게도 내려온다. 아늑한 눈 세상에서 아이들과 함께 눈을 굴린다. 우리를 닮은 아이가 방긋 웃는다.



다음 날에는 가까운 언덕을 찾는다. 눈썰매를 신나게 탄다. 내 속도에 내가 놀라 아무리 발을 끌어도 멈추질 않는다. 돌부리에 걸렸는지 내동댕이 쳐진다. 잠시 하늘을 날아올라 썰매와 나는 서로 다른 곳에 착륙한다.
나는 이제 썰매가 무섭다. 꼬리뼈를 다쳤는지 며칠 동안 앉았다 일어설 때 고생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12일째 되는 날이다.
1월 6일, 주현절(Epiphany)이다.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방문한 날이고, 세례 요한이 예수님에게 세례를 주었을 때라고도 한다. 이 날은 법정 공휴일이다. 어느 집들은 이 날을 크리스마스처럼 보낸다고 친구가 얘기했었다.

이 날이 지나고, 하루 더 쉬었다가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바깥 쓰레기 장에는 생목으로 장식했던 크리스마스트리가 나와 있다. 각 도시마다 크리스마스 나무를 수거하는 시기가 공지된다. 1월 6일 즈음해서 2월 말까지도 수거되는 시기가 상이하다. 게으름을 부리던 우리 집의 크리스마스트리도 다시 정리되어 창고로 내려갔다.

추웠지만 따뜻하게, 옹기종기 모여 무료한 듯 즐거웠던 한 달 동안의 겨울 축제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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