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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ldon Nov 27. 2020

뉴욕 광고 대행사 첫번째 인턴쉽: Ogilvy

[미취광이 광고인] 유학생활 


내가 상상한 전형적인 미국 광고인의 이미지


2016년 3월, 나는 한 번도 내가 광고회사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미국 광고회사?라고 하면, 막연하게 미국 드라마 MAD MEN을 떠올렸던 것 같다. 뉴욕의 메디슨 에비뉴에서 멋진 슈트를 입고, 담배를 끼고 살고, 하루 종일 고민하고, 쓰고, 그리고, 생각하는 직업. 까칠하고 뇌가 섹시한 남자가 매력적인 여자를 밤마다 만나는 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생각했다.


미국 드라마 속 광고회사는 현실에 없었고, 친절한 미치광이들 천지였다.


드라마와 현실이 같은 유일한 점은 끊임없는 '생각'인 것 같다.


2016년 3월, 뉴욕 메디슨 에비뉴에 있는 오길비 뉴욕에 처음 출근한 날이 기억난다. 


아트 디렉터 인턴으로 벅찬 가슴을 껴안고 데비이브 오길비가 최초로 설립한 헤드쿼터인 Ogilvy NY이라는 광고회사에 아침 8:50에 도착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뉴욕 메디슨 에비뉴를 거닐고 광고회사에 출근하다니, 너무 감격스러웠다. 이어서 함께 인턴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다들 들떠 보인다. 저 멀리서, 파마머리를 한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흑인 여성이 미소를 머금은 채 우리에게 다가왔다. 


"반가워요, 에일리라고 해요. 오길비 뉴욕의 인사담당자예요.

 그런데... 아무도 슈트를 안 입고 왔네요. 광고회사에 정장 입고 오는 거 모르셨어요?"


우리는 총 8명이었는데, 다들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 파트너로 총 4팀의 크리에이티브 인턴들이었다. 다들 대학교를 졸업하고 25-28 정도의 광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 또래들이었다. 당연히 우리 중 그 누구도 정장을 안 입었었다. 이미 오길비에서 인턴을 하고 있던 선배(?) 카피라이터 인턴이 에일리의 말에 거들었다.


"에일리, 언제까지 1960년도에 살 거예요?"


그리고 우리들은 여느 직장인처럼 건물에 입장하는 카드를 받았다. 이 카드는 그 어떠한 문도 열리게 해주는 마법의 개목걸이. 나는 개목걸이는 한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뉴욕도 다를 바 하나 없었다. 개목걸이가 손에 쥐어지고 나니 아직까진 특별하게 다른 건 없구나 싶었다.


초콜릿 빌딩을 개조해서 광고회사 건물로 쓴다고 들었다. 
건물에 들어서면 맞이하게 되는 오길비 뉴욕이라는 광고회사의 입구.



바빠요? 미안한데, 저녁까지 광고 시안 10개 정도 만들어 줄 수 있어요?
대답은 예스. 미국이어도, 인턴은 인턴이다.



돈 드레이퍼는 혼자서 치열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담배도 혼자 폈고, 위스키도 혼자 마셨다. 아차! 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아니지! 아트 디렉터 인턴에게 일생일대의 광고인이 될 기회가 왔다.


대충 오후 5시 즈음됐을까? UPS라는 배송회사의 프린트 광고를 만들고 있었다. Sr. Art Director (5-7년 차)가 나에게 오더니, 너무 바빠서 그런데 조금 도와줄 수 있냐고 묻는 거다. 난 생애 처음 하는 인턴이었고, '일만 주신다면 집에 가지 않고 일하겠습니다'라는 열정이 가득하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나는 시니어 아트 디렉터의 요구에 따라서 광고 시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날은 저녁 11:30에 택시를 타고 집에 가게 되었다. 당시에는 뿌듯했던 것 같다. 미국 광고대행사도 똑같구나. 야근할 수 있냐고 돌려서 물어보는 건 세계공용어인가 보다. 그렇게 차츰차츰, 미국을 배워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미국도 미치광이들 천지구나. 드라마에서 보던 화려한 생활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광고시안에 열안이된 자기 일에 미친 사람들 천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그들과 같은 미치광이라는 사실에 기뻤다.


지금은 다들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로 활약 중인 친구들. 당시엔 다들 인턴이었다.
흔한 광고회사 회의실. 브라질 광고쟁이들이 뉴욕에서 광고를 만들고 있다.



역시는 역신가... 칼퇴는 안 되겠지. 안될 거야...
인턴이라면, 인턴이라서, 인턴이니까.



광고회사마다 다르지만, 뉴욕의 대부분의 종합 광고 대행사의 경우에는 9시 출근, 6시 퇴근이 일반적이다. 물론 인턴에게 정시 퇴근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정시 퇴근이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상당한 괴리감이 존재한다.


먼저, 처음으로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한다. 하지만 인턴이더라도 1달이 고비다. 1달이 넘으면, '아... 일이 너무 많아... 대체 왜 이렇게까지 일이 많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점점 6시 혹은 더 일찍 집에 가는 일은 이뤄질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든다. 세상 어느 곳이던지, 칼퇴는 안된다는 진리를 인턴 때부터 깨닫게 된다. 


매일매일 녹초가 된 나를 거울을 통해 비쳐 본다. 다시 한번, 드라마 속의 섹시한 돈 드레이퍼를 떠올린다. 그리고 깨닫는다. 이번 생엔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못 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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