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하는 현대문명
해저 케이블은 거의 모든 국가를 지식과 정보 그리고 데이터로 연결했고, 컴퓨터와 같은 적절한 수단만 가졌다면 인터넷에 뛰어들어 네트워크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앎을 낚아챌 수 있다. 또 머리 위를 도는 인공위성은 대지를 내려다보며 실생활에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것 덕분에 위성항법과 디지털 지도가 24시간 문제없이 작동한다. 우리는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길안내를 받거나 지구 곳곳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 지도로 아직까지 현대인이 탐험하지 않은 노스 센티널 아일랜드란 섬을 내려다볼 수 있다.
1981년 8월 2일, 방글라데시에서 호주로 화물을 싣고 가던 프림로즈 호는 태풍을 만나 인도양 동부 벵골 만에 있는 노스 센티널 아일랜드 근처 해안가에 난파당했다.(10) 다행히 선원들은 구조되었으나, 섬에 살던 원주민이 외부인에게 위협적이어서 화물선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 섬에 대한 영유권을 지닌 인도 정부는, 외부인의 접근을 금지했다. 구글 지도에 접속해 섬이 있는 좌표를 찍으면, 섬 북서쪽에 위치한 난파된 화물선이 명확히 보인다. 인공위성은 변동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같은 위치를 촬영하기에, 우리는 태풍에 휩쓸려 침몰하기 전까지 난파선을 구경할 수 있다. 이처럼 지구에서 현대문명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심해를 제외하곤 어디도 없다.
향후 현대문명은 지구를 넘어 태양계로 확장을 시도할 것이고,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미국 주도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엔 23개국이 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약정 서명을 마쳤다. 이 계획의 최종 목표는 달에다 우주개발 전초기지를 마련하는 것이다.(11) 비슷한 시기에 중국과 러시아는 2035년까지 ‘국제달연구기지(ILRS)’를 건설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12) 각국이 달 탐사 프로젝트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엔 분명 달이 지닌 상업적 가치에 있다.
달에 매장된 자원으론 헬륨-3와 희토류가 있는데, 헬륨-3는 이상적인 핵융합 원료이고 디스프로슘, 터븀, 세륨, 가돌리늄, 이트륨 같은 희토류는 전자장비를 만들 때 없어선 안될 광물이다.(13) 특히 달 표면을 뒤덮은 레골리스엔 규소가 20퍼센트 이상 함유돼 있어, 알루미늄과 같은 다른 원소와 결합하여 태양광 전지판을 만들 수 있다. 만약 전지판으로 생성한 전기를 마이크로파 형태로 지구에 전송할 수 있다면 구름이 전혀 없는 달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처로서 기능할 것이다.(14) 앞으로 달이 가진 여러 잠재가치 때문에라도 우주산업은 차세대 먹거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문명은 다른 어떤 문명보다 성공했으며, 거의 모든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현대인으로 산다. 물론 노스 센티널 아일랜드의 원주민이 현대문명을 거부한 드문 경우겠지만, 이들은 다른 문화권과 교류가 끊긴 채 섬에 있는 한정된 자원으로만 살아낸다. 반면 현대인으로 거듭난 사람들은 과학기술이 일궈낸 혁신이 가득한 현대문명을 향유한다. 그들은 인터넷으로 언제든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 연락할 수 있으며, 디지털 지도로 지구 곳곳을 살펴보며 돈과 시간의 여유만 있다면 언제든 날아갈 수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어서 빨리 우주여행이 상용화되길 손꼽아 기다린다. 이 모든 건 현대문명이 확장하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삶의 모습이다. 이 문명은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내고 뻗어나갈 것만 같다.
헌데 세상 여기저기서 울리는 경고음은 우리로 하여금 확장이 아닌 한계에 주목하도록 강제한다. 자고로 현대문명은 석탄과 석유 그리고 천연가스를 발판 삼아 세워졌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명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생물자원이나 사람의 노동력 같은, 느리고 점진적인 태양 에너지를 뒤로한 채 빠르고 획기적인 화석연료로 눈을 돌렸고, 폭발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화석연료는 화력발전소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자동차나 배 그리고 비행기의 동력원으로 안 들어가는 곳이 없으며, 화학비료로 쓰여 농업 생산성을 크게 향상했다. 이처럼 현대문명이 확장하는데 근간이 되었던 화석연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음 세대가 무조건 해내야 하는 거대한 과제로 자리 잡았다. 21세기 들어 화석연료가 야기한 문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과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난망한 상황이다.
10. 〈STRANDED! Incredible story behind shipwreck off North Sentinel Island that saw 31 terrified crew fight off ‘wild island people’ who shot dead missionary with arrows〉, THE Sun, 2018.11.30.
https://www.thesun.co.uk/news/7864359/north-sentinel-island-shipwreck-spears-arrows-tribe/amp
11. 〈[코리아스페이스포럼2021] “아르테미스 계획은 실질적 목적…보여주기식 아냐”〉, 동아사이언스, 2021.12.06.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50910
“조지 책임은 ‘머지않아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탄 유인 우주선 '오리온'을 달로 발사하고 달 남극에 기지를 짓고, 달 탐사 전초기지인 게이트웨이를 건설할 예정’이라며 개괄적인 아르테미스 계획 내용을 설명했다.”
12. 〈중국·러시아 “2035년까지 달 기지 건설” 손잡았다〉, 동아사이언스, 2021.06.20.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7397
13. 크리스토퍼 완제크,《스페이스 러시》, 고현석 옮김, 메디치, 2021, 176-177쪽.
14. 크리스토퍼 완제크, 《스페이스 러시》, 고현석 옮김, 메디치, 2021, 1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