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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 Sep 16. 2021

묵찌빠 게임기의 가르침

나의 유년시절 이야기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현란한 소리를 내는 게임기가 있었다.

일명 묵찌빠 게임기.

자주 지나다녀도 단 한 번도 실제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그날따라 묵찌빠 소리에 이끌려 자리에 앉았다.

게임 금액은 100원.

역시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만약 진다면 100원을 그냥 날리는 셈이었으니까.


후-

짧고 굵은 한숨을 한번 내뱉고는 100원을 투입했다.

그리고 이내 현란하게 불빛이 돌면서 묵찌빠 손 모양이 교차하는데,

탁!

주사위는 던져졌다.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돌아가던 게임기는 점점 속도가 줄어들면서 나와의 가위바위보 게임 결과를 토해냈다.


결과는,

빠 라라 라빠 밤!

이겼다!!!!!

"와!!!"

너무 놀라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당시 그 게임기의 최고 금액이 2,700원이었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최고 금액이 당첨된 것이다.

만져본 적도 없는 금액이 생각할 틈도 없이 토출구로 마구 쏟아져 나왔다.

손바닥 위로 무수히 쏟아지던 동전은 너무나 황홀했다.

그 황홀함만을 마음에 품고 그대로 바로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으면 됐는데, 이미 공짜 돈을 맛본 내가 그럴 리가 없었겠지.

받은 돈을 다시 넣고 하다 보면 한번 더 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무모한 기대감으로 그만 해서는 안될 도전을 하고 말았다.

한 번만 더 이기면 조금 돈을 보태서 다른 애들처럼 전과를 살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멍청한 도전을 시작했다.

100원, 100원, 100원, 100원.....

속절없이 100원씩 앗아가는 게임기.

결과는 너무나 뻔하게도 대실패.

손에 가득 담겨 쥘 수도 없었던 동전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다.

모든 금액을 잃고 돌아서는데 나 자신에게 너무나도 화가 나서 감당이 되질 않았다.


"아까 얻은 돈만 챙겨서 집으로 갔다면 모자란 금액은 엄마에게 얘기해서 전과를 구매하는데 보태달라고 하면 됐을 건데 왜 다시 한 건데?"


되돌릴 수도 없는 후회의 볼멘소리를 혼자 터덜터덜 집으로 가면서 무한 반복했었다.

그리고 그날 겪은 그 일로 나는 도박이 이래서 패가망신을 하는 거구나 깨달았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절대로 두 번 다시는 이런 도박성 게임은 하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저런 것은 거들떠보지 않는 비교적 바른 사람으로 자랐다.


아빠와는 다른 그런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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