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현란한 소리를 내는 게임기가 있었다.
일명 묵찌빠 게임기.
자주 지나다녀도 단 한 번도 실제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그날따라 묵찌빠 소리에 이끌려 자리에 앉았다.
게임 금액은 100원.
역시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만약 진다면 100원을 그냥 날리는 셈이었으니까.
후-
짧고 굵은 한숨을 한번 내뱉고는 100원을 투입했다.
그리고 이내 현란하게 불빛이 돌면서 묵찌빠 손 모양이 교차하는데,
탁!
주사위는 던져졌다.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돌아가던 게임기는 점점 속도가 줄어들면서 나와의 가위바위보 게임 결과를 토해냈다.
결과는,
빠 라라 라빠 밤!
이겼다!!!!!
"와!!!"
너무 놀라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당시 그 게임기의 최고 금액이 2,700원이었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최고 금액이 당첨된 것이다.
만져본 적도 없는 금액이 생각할 틈도 없이 토출구로 마구 쏟아져 나왔다.
손바닥 위로 무수히 쏟아지던 동전은 너무나 황홀했다.
그 황홀함만을 마음에 품고 그대로 바로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으면 됐는데, 이미 공짜 돈을 맛본 내가 그럴 리가 없었겠지.
받은 돈을 다시 넣고 하다 보면 한번 더 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무모한 기대감으로 그만 해서는 안될 도전을 하고 말았다.
한 번만 더 이기면 조금 돈을 보태서 다른 애들처럼 전과를 살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멍청한 도전을 시작했다.
100원, 100원, 100원, 100원.....
속절없이 100원씩 앗아가는 게임기.
결과는 너무나 뻔하게도 대실패.
손에 가득 담겨 쥘 수도 없었던 동전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다.
모든 금액을 잃고 돌아서는데 나 자신에게 너무나도 화가 나서 감당이 되질 않았다.
"아까 얻은 돈만 챙겨서 집으로 갔다면 모자란 금액은 엄마에게 얘기해서 전과를 구매하는데 보태달라고 하면 됐을 건데 왜 다시 한 건데?"
되돌릴 수도 없는 후회의 볼멘소리를 혼자 터덜터덜 집으로 가면서 무한 반복했었다.
그리고 그날 겪은 그 일로 나는 도박이 이래서 패가망신을 하는 거구나 깨달았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절대로 두 번 다시는 이런 도박성 게임은 하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저런 것은 거들떠보지 않는 비교적 바른 사람으로 자랐다.
아빠와는 다른 그런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