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아이의 뒤통수를 때리고 싶다.

언제쯤이면 삶이 단정해 질까.

by 고운

식탁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는 아이, 수학 도둑을 보며 킥킥킥 혼자 배꼽을 잡는 아이, 더워 죽겠는데 방 문을 닫고 구석에 처박혀 불도 켜지 않고 책을 보는 아이(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선포), 잠시도 가만있질 못하고 쉴 새 없이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아이. 하교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활짝 열린 중문, 현관부터 거실까지 중구난방으로 던져진 책가방, 돌돌 말려 던져둔 양말, 여기저기 벗어둔 마스크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작고 동그란 아이들의 뒤통수를 한 대씩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생각뿐이다. 그래, 니들도 하루 종일 공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니. 혼잣말이 되어 버리는 잔소리를 하느니 그냥 내가 치우고 말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꾹 눌러보지만 거실 정리를 한다고 돌아다니는 발소리만큼은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쿵쿵쿵. 분명 내 발소리를 듣고 있을 텐데, 아무도 날 신경 쓰지 않는다. 한마디 할까 하다 겨우 참고 방으로 들어가다 침대 모서리에 무릎을 부딪혔다. 침대는 분명 3년째 같은 자리에 있는데 꼭 성질이 나 씩씩 거리는 날엔 정강이나 무릎을 갖다 박는다. 하긴, 엄마란 인간이 지새 끼 뒤통수나 한 대 때리고 싶어 하니 벌 받을 만도 하다, 생각하다가도 벌겋게 부어오르는 무르팍을 보고 있으니 괜히 섦움이 밀려온다. 하루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 이라니, 사는 게 이토록 고달파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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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첫걸음을 떼었을 때, 나는 네 아이를 안고 업느라 헤지고 낡은 아기띠를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쓰레기통에 넣었다. 아기띠로부터의 해방,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찌릿할 정도다. 아기가 스스로 몸을 뒤집고, 기고, 앉고, 걷고, 기저귀를 떼고, 혼자서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양말을 신는 모습을 볼 때에도 비슷한 쾌감을 느꼈다. 그건 성장하는 아기의 모습 보다도, 곧 다가올 단정한 삶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치랭스와 수유티를 벗어던지고 사람다운 모습으로 제법 사람다워진 아이들과 함께 누리게 될 평온한 일상의 장면들.


하지만 순진하고 철없던 나의 바람은 아이가 말을 하고, 글을 읽고, 생각이란 걸 하면서부터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더는 품 안에 자식이 아닌 존재가 돼버린 거다. 엉덩이를 토닥여주고, 안아주고, 내 안에 있는 가장 아름답고 예쁜 말들만 골라 어르고 달래도 품에 안기는 시간은 잠깐 - “나는”이라는 말로 아이는 내 앞에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알리며 대결을 청해 온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야무지게 제 말을 쏟아내는 입을 보고 있으면 ‘그래,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좋은 거야’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몸이 부르르 떨리고 만다. 그럼에도 제 말을 다 쏟아낸 아이는 냉장고에서 간식을 꺼내먹고(심지어 질질 흘리며),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심지어 박장대소를 하면서) 만화책을 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어디 그뿐이랴. 반짝이는 눈으로 엄마를 노려보는 아이, 무슨 말을 해도 꿈적 않고 앉아 침묵을 지킴으로써 내 속을 뒤집는 아이, 제 물건을 나보고 찾아내라고 소리를 지르는 아이, 비 오듯 땀을 쏟아도 어제 씻었으니 씻지 않겠다는 우기는 아이까지. 매일매일 다양하고 생각지 못한 모습으로 불쑥 자기의 존재를 알리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비트를 쪼개듯 심장이 마구잡이로 날 뛴다.


사는 게 참 유난하고 소란스럽다. 아무리 마음을 다 잡아도 불뚝불뚝 올라오는 화를 참지 못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과 전쟁을 치른다. 나는 아이들의 바닥을 보고 아이들은 엄마의 바닥을 본다. 어떤 날은 아이가 울고, 어떤 날은 내가 울고, 더러는 아이랑 내가 함께 앉아 운다. 처참한 육아의 현장이다. 아이를 붙들고 함께 우는 날이면 내가 정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키우긴 뭘 키우나, 서로를 붙들고 앉아 있을 땐 아이와 나는 전혀 다를 바가 없는데 말이다. 각자의 이유로 분하고, 서럽기는 매 한 가지니까. 그럼에도 내가 우는 날이 제일 많으니, 나는 더 분하고 서럽다. 정말.


침대 모서리에 컬터 앉아 쉼 호흡을 하다 보니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왜 내가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다고 했을 때 나를 말리지 않았을까. 전화를 해서 물어볼까 하다 말았다. 결혼이라도 해야 사람 될 것 같아서, 애 낳고 살다 보면 사람 될까 싶어 그러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만일 엄마에게 물었다면 엄마도 나처럼 내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휴. 오늘도 고달픈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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