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시 '함께' 인형 만들기

by Jino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파주, 고양 어르신들과 <어르신은 인형작가> 수업을 했다.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어르신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공모해 선정된 덕분이었다.

처음 진행하는 긴 호흡의 수업이어서 시작할 때 마지막 수업이 어떨지 예상하지 못했다.


수업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특히 참여하신 어르신들과 깊은 정이 들었다.

다행히 어르신들도 그러셨던 모양이다. 느슨하게 수요일에 모여서 인형을 만들자는 한 선생님의 제안에 따라 시간 되는 분만 다시 수요일에 박물관에 모여서 인형을 만들기로 했다.


연일 최저 온도 행진을 벌이던 1월의 어느 수요일, 두 분의 선생님이 오셨다.

인형 수업 때도 열정적이셨던 두 선생님은 다시 인형을 만들게 된 것을 반가워하셨다.

나도 좋았다. 이렇게 일부러 시간을 잡아 만들지 않으면 박물관의 다른 업무에 밀려 내가 혼자 조용히 인형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해 만들었던 인형에서 보다 업그레이드된 인형을 만들고 싶었다.

마침 사두었던 인형 만들기에 관한 원서가 있어서 그중 몇 가지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처음 만들기로 꼽은 인형은 헝겊 관절 인형.

헝겊인형이지만 팔과 다리의 관절을 간단히 구부릴 수 있는 인형이다.

사이즈도 우리가 만들던 것보다 조금 크게 했다.


세 명이서 나란히 앉아 천을 재단하고 바느질을 하는데 괜히 마음이 푸근했다.

'그래, 수요일엔 인형을 만들어야지.'

뭔가 허전했던 것들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초보 수준의 헝겊 관절 인형은 여전히 조금은 투박한 형태였다.

하지만 헝겊인데도 관절을 나누어 꺾을 수 있다는 게(왠지 좀 잔인하게 들리지만^^) 맘에 들었다.


모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인형이 어떤 모양인지 살피고 재단하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결국 한 번만에 완성하지 못한 채 두 선생님은 집에 들고 가셨다.


그리고 다음 주, 선생님들이 들고 온 인형은 완성되어 있었다.

한 선생님은 더 통통하게 만들어서 속바지만 입힌 채로, 또 다른 선생님은 어느새 레이스 달린 원피스를 입히고 머리카락까지 다 완성한 채였다.


"원래 책에는 발이 양옆 바깥으로 보고 있는데 이렇게 앞으로 오는 게 더 예뻐서 바꿨어."

27331717_1688994157788226_3767999879849969857_n.jpg 처음으로 만들어 본 헝겊 관절인형

그러고 보니 인형들 발이 다 앞으로 와 있다.

두 분 선생님은 같은 책을 보고 똑같이 재단해서 인형을 만들었는데도 분위기가 달랐다.

통통한 다리와 발은 그런 대로 귀여운 맛이 있고 비교적 가는 다리를 갖게 된 인형은 옷과 어울려

꽤나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바느질 때문에 침침해진 눈 걱정 잠시 하고서 우리는 다음 번에 더 섬세하고 어려운 헝겊 인형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인형의 손맛을 알아버린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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