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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현 Nov 22. 2019

'힘내'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

삶이란 어려움에 몸이 휘청거릴 때면 들려오는 단어가 있다.  


"힘내"


그 말은 내 입에서 나오기도 했고, 내 귀로 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입에서 나온 것은 허공을 맴돌다 사라졌고, 귀로 들어온 것은 가슴에 닿지 못하고 사라졌다. 나조차 내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힘내라는 말은 나에게 아무 의미가 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이에게 쉽사리 힘내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택한 것이 옆에 있어주는 것이었다. 그 사람에게 닿지 못하고 허공에 사라질 말 대신, 묵묵히 옆자리를 지켜주는 것. 그것으로 그 사람이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사람의 눈에 내가 들어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 그때서야 나는 그에게 힘내라는 말을 건넸다. 겪어본 이는 알 것이다. 내가 너무 힘들면 그 무엇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어쩌면 그때 내가 건넨 그 말조차 그의 가슴에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졌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힘내라는 말을 다시 건넸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 순간이 있다. 추운 밖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왔을 때, 안경에 김이 서렸다가 서서히 그 습기가 사라지는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닷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다가 저 멀리 해수면의 빛이 보이는 순간.


"힘내"


그때 나에게 들려온 누군가의 말은 허공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내 가슴에 닿았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빨리, 그리고 쉽게 그 터널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때 알았다. 언제일지 알 수는 없지만 힘내라는 그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가 큰 힘이 되는 그때가 분명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휘청이는 누군가에게 힘내라는 말을 건넨다. 내 말이 그 사람의 가슴에 닿는 날이 오늘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혹여 오늘이 그날일 수도 있기에 나는 또다시 그에게 말을 건넨다.


"힘내, 항상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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