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생기면 그만두고 싶어 집니다.
에어비앤비는 평판 시스템이 무척 잘되어있습니다.
게스트가 받은 이전의 리뷰들을 보면 이 사람이 방을 깨끗하게 쓸지 안 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거의 정확합니다. 틀린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후기가 안 좋은 사람들이 예약 요청을 하면 다 거절합니다. 힘든 일들이 생길게 뻔하기 때문이죠.
집안이 더러워지는 게 가장 빈번한 일이고, 여행 준비가 안된 채로 와서 체크인 체크아웃 시에 제가 고생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후기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후기가 없는 게스트가 예약 요청을 하면 저는 고민에 빠집니다.
하아.. 이걸 거절할까 그냥 받을까?
거절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머무는 기간이 잘 들어 맞고 장기 예약이기 까지 하면 욕심이 나서 거절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이번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후기가 없는 사람들의 예약을 받을 경우 고생할 확률이 경험상 3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만, 나머지 70%에 기대를 걸고 예약을 수락했습니다. ㅋㅋㅋ
앗. 앗 그런데...
며칠 지나고 나서 체크인 안내를 해주려고 에어비앤비에 접속해보니 이 게스트의 후기가 한 개 생겨있는 게 보입니다. 아마 가장 최근에 있던 집에서 쓴 리뷰가 게시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딱 감이 옵니다. 이번에는 고생 좀 할 것 같습니다.
예약을 취소할까 하는 생각이 짧게 스쳐 지나갔지만, 이미 한 약속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확정된 예약을 취소해서 슈퍼 호스트 자격이 박탈되는 것도 싫고요.
한 번 저렇게 피드백을 받았으니, 이번엔 신경 써서 잘 머물고 가지 않을까? 하는 낙천적인 생각을 하면서 감당해보기로 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게스트가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청소를 하러 가셨습니다. 저는 혹시 방이 더러우면 치우지 마시고 사진부터 여러 장 찍어 보내 달라고 신신당부를 드렸습니다.
역시나 예상한 대로입니다.
어머니께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시는데, 카톡으로 사진이 하나하나 전송될 때마다 가슴을 송곳으로 찔리는 듯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해놓고 갈 수가 있는 거지? 담배꽁초도 있는 걸 보니 방에서 담배도 핀 것 같습니다.
이불과 수건 등은 다시 쓸 수 없어 다 버렸습니다.
무엇보다 70세에 가까우신 어머니가 5시간 동안이나 청소를 하신 게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일이 지금까지 5년 여 동안 5번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예약을 신중히 받는 편입니다. 아무나 안 가리고 받는 호스트들은 이런 일이 훨씬 잦을 겁니다.
이런 일이 한 번 생기면 에어비앤비고 건물주고 다 그만두고 싶어 집니다.
다행히 에어비앤비에는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 있습니다. 최대 10억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에어비앤비 같은 중개 서비스를 만들어서 돈을 버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숨고, 크몽, 청소연구소, 미소 등 많은 중개 플랫폼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런 플랫폼에서 한 번 맘에 드는 거래를 하면 그 뒤에는 플랫폼 수수료를 내기 싫어서 따로 직거래를 합니다.
에어비앤비의 10억짜리 보험은 이런 이탈을 막아주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어쨌든, 이번에 처음으로 에어비앤비에 비용 청구를 해봤습니다.
버려야 하는 침구류들, 청소하느라 고생한 비용까지 3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에어비앤비 CS 담당자과 몇 번의 이메일이 오갔습니다.
사진들은 다 통과했고, 침구류들의 제품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데 정확하게 해야 한다며 구매한 링크까지 달랍니다. 좀 귀찮았지만 다 찾아줬습니다.
제가 제품 링크를 보내준 가격 그대로 군말 없이 처리해주었습니다.
사실 고생한 청소비가 제일 큰 건데, 청소비는 보내주지 않았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잘 처리해준 편입니다. 저도 더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에어비앤비는 보통의 월세방보다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거의 50% 이상 높게 가격을 책정합니다.
그래서 수익률이 좋아 보이지만, 집주인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이게 과연 남는 장사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이런 일이 생기면 더욱 그렇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에어비앤비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새롭고 기똥찬 돈 버는 방법이라고 광고 하지만, 돈 버는 일 중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에어비앤비 진상 게스트가 다녀간 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