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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를 처음 시작했던 이야기

해보기 전 까지는 모른다.

저는 오래전부터 에어비앤비라는 회사를 알고 있었고 그 엔지니어들을 존경했습니다. 에어비앤비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몇 번 했지만 제가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건물을 산 이후에도 말이죠.


저에게는 에어비앤비에 다니는 친구가 있습니다.

2015년에 샌프란시스코에 놀러 갔을 때는 에어비앤비 본사에 초대받아서 멋진 오피스를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봐온 사무실 중 가장 멋졌던 것 같네요.

2015년 에어비앤비 본사에 놀러가서.


에어비앤비 엔지니어들은 블로그에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해주곤 했었는데 저는 이 글들을 읽고 많이 배우곤 했습니다.

블로그의 저자 중 한 명에게 무작정 연락해서 오피스 방문 때 실제로 만나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는데 참 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에어비앤비 친구 어느 날 저에게 얘기했습니다.

"너도 방이 있으니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한 번 해봐. 나도 해외 출장 다닐 때마다 오피스텔을 내놓고 가는데 월세를 다 낼 수 있어. 정말 괜찮아."

"에이, 좁은 원룸을 어떻게 에어비앤비로 내. 너는 오피스텔인 데다가 위치도 강남이잖아. 우리 집 쪽은 외국인 여행 수요가 없어. 아무도 안 올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 해봐. 그냥 사진만 찍어서 올리면 되는데 뭐."


이런 대화 후 얼마 지나 빈 방이 하나 나와서 에어비앤비에 올려봤습니다.

가격을 하루 15,000원으로 설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2015년 1월의 일입니다.

누가 오기나 오겠어? 올 테면 와봐라 하고 가격도 아주 싸게 올렸습니다.


앗, 연락이 옵니다.

방 사진을 보니 침대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잠은 어떻게 자야 하냐고 물어봅니다. ㅋㅋ

문의가 두세 개쯤 왔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수요가 있긴 있구나. 침대 하나에 얼마지? 실제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없다 해도 다시 월세로 돌리면 되니깐 까짓 거 시도해보기로 합니다.


"침대 사줄 테니깐 걱정 말고 와. 다른 것들도 준비해줄게."


그렇게 첫 호스팅이 시작했습니다.

외국에서 온 친구들을 맞이하고 안내해주면서 저 또한 많이 배우고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호스팅을  번 하다 보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수요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환 학생 프로그램.

제 건물 근처에는 대학교가 하나 있는데 여기에 언어 교환 프로그램으로 외국 학생들이 3개월씩 머물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3개월.

최고의 호스팅 기간입니다. 호스팅을 하면서 가장 힘든 날은 체크인 하는 날체크아웃 하는 날입니다.

매일 체크인시켜주고 체크아웃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니 이것만 한 장사가 없습니다.

수요가 많으니 가격을 올려도 계속 방이 차고 열심히 호스팅 해서 리뷰를 좋게 받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집을 선택해주었습니다.

이렇게 한 학기가 끝나고 나면 방학을 합니다.

어? 그런데 방학 때도 언어 교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또 장기 숙박을 받습니다. 방학이 끝나면 다시 학기 중 프로그램.

뭐야. 1년 중 방이 비는 날이 없네.


블루오션에서 사업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아무도 이걸 모르고 있으니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오래전부터 제 주변의 지인들에게는 환학생 이야기를 포함해 저의 에어비앤비 노하우를 많이 들려줬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이 대학교를 나온 지인들 조차 교환학생 이야기를 들으면 무릎을 탁! 쳤다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에게 에어비앤비를 권유해줬던 친구도 이 대학교를 나왔네요. 이 친구 또한 이런 수요는 생각도 못하고 말했겠죠.


이 일은 제게 '해보기 전 까지는 모른다. 머릿속으로 얄팍하게 생각해 보고 결론짓지 말자'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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