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에서 지하철을 탔다. 독일인 친구들과 나는 영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갑자기 자리에 앉아있던 터키인으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나보고 "너 도너츠 좋아해?" 한다. 나는 "응? 뭐라고?" 했다. 그는 계속 "도너츠 도너츠" 하는데 약간 "도널드" 같이 들렸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도널드? 도너츠? 도널드? 도널드 트럼프 좋아하냐구?" 하며 장난을 쳤다. 그러자 그는 "도널드 트럼프? 난 도널드 트럼프 좋아해. 너는? 너 미국인이야?" (보통 이런 말을 공공장소에서 하긴 쉽지 않다. 그의 용기에 박수) 한다. 그래서 "ㅇㅇ! 내가 도널드 뽑았어!" 라고 해버렸다.
참고로 미국은 대선은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내가 직접 대통령을 뽑는 구조는 아니다. 선거인단에게 투표로써 대통령 선출권을 이임해주는 구조다.
터키인 아저씨는 거기에 또 매우 진지하게 "오 그건 잘한 선택이었어" 한다.
이쯤에서 나는 지나치게 진지한 이 터키아저씨에게 진실을 알려줘야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나 사실 미국인 아니야" 했고 아저씨는 다시 "그럼 어느나라 사람이야?"해서 "Korea," 한뒤 잠시 숨을 들이마시고 "North" 라고 해버렸다. 내가 자주 치는 장난이다.
그런데 일순간 지하철의 모든 시선이 내게 쏠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삐용삐용 위험하다!
나는 황급히 "아니 아니, 싸우쓰 싸우쓰" 했다.
남한이라 다행이다.
도널드 도너츠 사건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