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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Jun 23. 2024

해단식


해단식에는 그동안 '어른아이 친목모임'을 거쳐간 모든 어른아이들이 모였다. 정부 인사가 됐건, 경찰이 됐건, 군인이 됐건 그들이 오면 해단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들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눈물을 흘리는 어른아이들도 있었다.


"오늘 우리는 헤어지지만, 우리는 살아있기만 하면 돼요. 그럼 우리가 이기는 거예요"

재홍-올리버는 끝까지 어른아이들을 격려했다. 그때였다.


"전부 총을 가지고 있어요!"

조금 늦게 도착한 어른아이 한 사람이 다급하게 외쳤다.

"뭐 군인이 오나보죠"

재홍-올리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아니에요! 분위기가 이상해요!"


활짝 열어놓은 창고로 그들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총구의 방향은 어른아이들을 향하고 있었다. 지석-데이비드는 재홍-올리버부터 찾았다. 그가 지금 목숨을 걸고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면 그건 재홍-올리버였다. 지석-데이비드와 눈이 마주친 재홍-올리버는 씩 웃어 보였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이내 얼굴이 날아가며 웃는 얼굴도 사라졌다.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창고를 가득 채웠다. 지석-데이비드는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군번줄을 손에 꼭 쥐었다. 그의 마지막 전투였다. 지석-데이비드는 재홍-올리버가 그랬던 것처럼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극단적 테러를 모의한 어른아이 집단이 오늘 정부군에 의해 모두 소탕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이들은 정부의 해산 명령을 거부하고 정부군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때문에 정부군의 피해도 큰데요, 정부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극단적 사상을 가진 어른아이를 주변에서 발견하면 즉각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 날의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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