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ace

am 10:30

by 라일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연하게, 진하게 어떻게 드릴까요?”
“진하게요.”
“4,500원입니다. 드시고 가세요?”
“네.”
“자리로 가져다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연하게, 진하게 어떻게 드릴까요?”
“진하게요.”
“4,500원입니다. 드시고 가세요?”
“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네?”
“따뜻한 커피랑 아이스랑 가격이 같네요?”
“아, 그건.. 그냥.. 왠지 얼음 500원어치 사 먹는 기분이라 영 별로였거든요. 제가 밖에서 커피 사 마실 때. 메뉴판에 따로 적기도 귀찮고... 해서요. 이상한..가요?”
“아니요. 이상할 게 있나요. 그냥 궁금했어요.”
“네. 커피 자리로 가져다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진하게 드릴까요?”
“네.”
“멀지 않으세요.....아, 이 근처엔 회사가 없는데 항상 비슷한 시간에 오셔서 짐작했어요.”
“걷기에 적당한 거리예요. 이 곳이 조용해서 좋기도 하고요.”
“저도 조용해서 좋아요.”
“네? 손님이 북적거려야 좋은 거 아닌가요?”
“아니요. 조용한 게 좋아서 일부러 이 곳을 선택한 걸요.”
“고마워요.”
“네? 뭐가요?”
“조용한 곳에서 카페 하고 계셔서요.”
“찾아와 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커피 자리로 가져다 드릴게요.”
“네.”


“안녕하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진하게 드릴까요?”
“아, 오늘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주세요.”
“날이 꽤 서늘해졌죠?”
“그러게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덥더니.”
“가신 더위가 아쉬우신가요?”
“반대예요. 선선한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많이.”
“다행입니다.”
“뭐가 다행인가요?”
“모두 다요. 커피, 자리로 가져다 드릴까요?”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퇴근이 늦으셨네요.”
“네. 연말이라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었어요.”
“피곤하시겠어요.”
“괜찮아요. 이제 주말이잖아요.”
“주말엔 주로 뭐하세요?”
“전.....특별한 건 없어요.”
“그럼, 함께 영화 보는 건 어떨까요?”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고마워요.”
“뭐가요?”
“일상의 시간을 내어 줘서요.”
“저도 고마워요.”
“뭐가요?”
“그냥요.”
“앉아 계세요. 커피 같이 마셔요.”

나는 언제나 앉는 자리로 가서 의자 깊숙이 몸을 깊숙이 밀어 넣고 앉았다.

이름이 궁금한 그가 가져온 커피를 함께 마시기 위해.



am 11:33

커피를 나누어마시던 그와는 몇 번의 만남 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어요.

회사를 옮기며 카페를 갈 일이 없어졌고,

그 장소에서 밖으로 나온 그와 나는 생각보다 깊이 나눌 수 있는 말이, 없더라고요.

내가 좋았던 건 그가 아니라 그가 만든 그곳이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