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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인생을 바꾸는 500가지

by 하늘 Mar 25. 2025

강아지. 내 강아지 크림이 소식이다. 언니의 결혼 후, 가족 구성원이 한 명 사라지니 우리 집은 방이 한 개 남게 되었다. 남은 방을 보니 강아지를 들여도 될 것 같았다. 사실 강아지가 방 한 칸을 쓰는 것도 아닌데, 난 자리가 커 보였던 것 같다. 강아지를 키우기에 충분한 공간도 있고, 집에 항상 상주해 있는 사람도 있으니, 강아지를 키울 환경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2020년 겨울, 내 인생 첫 강아지 크림 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막상 데리고 오니 큰 사고를 쳤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었다. 강아지가 너무 귀엽고 소중하긴 한데, 앞으로 이 아이에게 들어갈 돈과, 양육에 대한 부담감이 압박스럽게 다가왔던 것이다. (지금은 인간 아가를 낳기 전에 마음가짐을 예행연습한 것 같아서 그때의 그 감정은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거운 마음은 얼마가지 않았고, 어느 순간 이 강아지가 점점 내 심장을 물렁물렁하게 만들어줬다. 심장이 물렁해지니 표정도 풀리기 시작했다. 집에서 굳어 있던 무표정한 내 얼굴이 그의 표정을 닮아가 점점 입이 벌어지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인간이 아닌 동물 가족이 생긴 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산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절을 느끼며, 내가 사는 동네의 구석구석을 보게 되었다. 우리 동네에 이런 조그마한 언덕 위 공원이 있었다니. 봄에는 아파트 담벼락에 개나리가 정말로 풍성하게 만개했었구나.. 우리 강아지 아니었으면 모르고 넘어갈 아름다운 순간들을 그와 함께 많이 보았다. 매일 저녁 산책을 하며 나와 함께 들르는 장소들이 많아졌고, 부모님이 잠든 밤시간에 배고프다 조르면 몰래 간식 하나 주면서 ‘나 밖에 없지?’ 말 걸면 시큰둥하게 간식 먹으면서도 ‘응. 너밖에 없어.’라고 얘기해 주는 것처럼 자기 엉덩이를 내 허벅지에 붙일 때, 말은 하지 않아도 대화가 되는 것 같았다. 개는 개답게 키워야 한다지만, 정말 내 동생 같았다. 애석하게도 크림이 와는 긴 시간을 함께 살지는 못했다. 나는 결혼을 했고, 크림이는 매일 같이 있어줄 마당이 있는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결혼할 때 부모님과 내 동생 크림이 와 이별을 한 것이다. 31년 인생에 그와 함께 지낸 시간은 고작 4년뿐이었다. 그런데 부모님과의 이별만큼이나 힘들었다. 사실은 눈에 더 밟혔다. 크림이는 내가 왜 갑자기 사라지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부모님이 들려주시는 크림이 소식엔 언제나 자동적으로 반응을 하게 된다. 어린이집 원아노트처럼 매일매일 무엇을 했는지, 뭘 먹었는지 알려주면 좋겠지만 그건 부모님 학대이니 눈치껏 부모님이 들려주시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가족 단톡방에 사진과 함께 크림이의 일상이 올라오면 그 사진을 몇 번이고 다시 보며 확대해 보고, 질문하고 그의 모습을 그려보곤 한다. 그럼 옆에 있는 것처럼 또다시 가슴이 몽글해지는 경험을 한다. 

사랑에 대해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있어서 참 행복한 밤이다.


여러분은 어떤 것에 자동적으로 반응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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