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기자의 편지_4
클럽하우스, 정말 아이폰 유저들은 다 쓰는 건가봐. 나는 사실 클럽하우스가 좀 마땅찮아. 결국은 인싸들을 위한 멍석처럼만 보여서 말이지. 그래도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는 알겠어. 인스타 하트는 진짜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누른건지, 가짜 계정인지 알수 없지만, 목소리는 진짜고, 사람이잖아? 카메라의 감시 없이 시선을 편히 두면서도 진짜 사람들에 둘러싸인 기분, 좋을 것 같아.
더 큰 매력 포인트는 내가 원하는 사람, 동일한 관심사의 사람, 비슷한 성격과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다는 거겠지. 모든 SNS와 콘텐츠 플랫폼의 기본 요소잖아. <사용자의 취향에 기반한 맞춤형 콘텐츠 제공 알고리즘> 한 번 클릭하면 그와 비슷한 것이 정말 '다 떨어질 때까지' 무한히 볼 수 있으니, 우리에게 부족한 건 콘텐츠가 아니라 시간과 체력이지ㅎㅎ 클럽하우스도 관심주제와 팔로잉하는 사람들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추천해준다고 하고.
그런데 이런 것에 너무너무 익숙해지다보니까 새삼스럽게 신기해진 게 있어. 내가 만드는 신문 말이야. 출근전에 집에서 아침 신문을 1면부터 주루룩 읽고 있는데 , 퍼뜩 '도대체 이게 무슨 시대와 동떨어진 일인가' 싶더라고?
종이가 문제가 아니었어. 내 취향과는 조금도 상관없이, 온갖 세상만사들이 분야별로 죄다 들어있는 무언가를 '통째로' 읽고 있다는 사실이 그랬어. "당신이 좋아할만한", "당신을 위해 추천하는", "당신이 본 것과 비슷한" 등등으로 가득한 콘텐츠 세상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지.
내가 하나도 관심이 없었던, 혹은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분야이지만, 그냥 '거기에 있기 때문에' 읽고 알게 된다는 점이 그렇게 새삼스러웠다는 거야. 그래봐야 기사 한 토막이니 깊이 알 수 없고, 어쩌면 방향도 한 쪽으로 치우쳤을 수 있어. 하지만 그래도 꽤 중요한 전날의 사건들은 웬만큼 얹힌 지면이야. 중요한 건 크게, 아닌 것은 작게 배열해놨으니 나름대로 가치판단을 해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신문사 다니면서 자주 듣는 얘기중에 속상한게 뭔지 알아? "왜 언론에서는 이런 중요한 것들은 하나도 다루지를 않냐고!!" 같은 훈계야. 물론 진정으로 억울한 항변도 정말 많아. 언론이 마땅히 다뤄야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들... 그런데, 언론이 안 다뤄서 없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안 읽어서 못 본 것도 적잖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들이, 자기 눈과 귀에 안 들어오는 것들은 남 탓을 하는 게, 그렇게 속상했어.
본 것, 들은 것을 또 보고 또 듣는 건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지겠지. 그게 더 입맛에 맞고 재미있으니까. 그렇지만 내가 별 관심 없는 것이 누군가 목숨을 건 문제고, 어딘가에서 세상을 흔들어놓고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
내가 알고리즘이 고르고 골라 떠먹여주는 것만 대충 씹어 삼키는 동안, 옆 동네나 이웃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눈치도 못 챈다구. 설령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앓다가 쓰러져버린다고 해도, 나는 무지와 외면 탓에 앉은 자리에서 그 사실을 놓칠지도 몰라. 고갤 안 돌린 내 탓은 하지 않고, "내겐 안 보였다"고, "안 들렸다"고 항변하면서 말이지.
난 오로지 내 이해관계에만 관심갖는 사람이 되기는 싫어. 남이사 어떻게 살든 상관없는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그런 점에서 사람들이 신문을 읽었으면 좋겠어. 우리 신문일 필요도 없어. 아니, 잡지여도 좋고,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이라도, 저녁 TV 메인뉴스여도 좋아. 그냥 무언가 종합적이고 총체적인거. 알고리즘이 추천하지 않은, 세상만사가 한데 모여있는 그런 것을 시작부터 끝까지 보고 듣고 읽어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