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피디의 편지_7
내일은 월요일. 평소 같으면 별다를 바 없이 한 주를 시작하는 날이었겠지만 이번엔 다르네. 대체 공휴일이란 빨간 글씨가 덧붙여졌기 때문이지. 그치만 라디오피디는, 뚠뚠, 내일도, 뚠뚠, 생방송을, 뚠뚠, 하러 간다, 뚠뚠. 3일 연휴의 마지막 날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주를 여는 날 녹음을 하면 맥이 빠지니깐 우리는 내일도 생방송으로 달리기로!
리셋 증후군을 한번쯤 앓았을 수도 있는 현대인들에게 매일 F5를 누르는 곳은 희망적인 공간일까? 오늘 방송을 망치면 내일 더 잘하자! 라는 다짐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 "우리는 매일 일하는 사람들이야. 어떻게 매일을 잘할 수 있겠니. 그러다 지친다. 힘들어서 못 버텨. 일주일에 하루이틀이라도 잘해내면 돼."라는 말을 몇 년 동안 수도 없이 듣기도 했고.
인간은 어리석고 잘못을 반복한다...는 말이 있던가? 나 역시 한 인간이라 어리석은 욕심을 끝없이 부리네. 자꾸만 매일 잘하고 싶어져. 실시간 댓글, 문자 메시지, 각종 인터넷상 반응들을 살펴보면서 다리를 달달달 떨곤 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고사성어를 배우지 말았어야 했어. 매일 청구서처럼 날아오는 백지를 어떤 내용으로 수납해야 할지, 머릿속은 세찬 눈보라로 하얀 대지밖에 보이지 않는 극지가 되곤 해. 살려주세요, 여기 창의력이 소진된 사람 하나 있어요! 살려주세요!
이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어디 라디오피디나 기자뿐이겠어. 일상을 꾸려나가는 우리 모두는 시지프스겠지. 아둥바둥 언제까지 이렇게 애써 살아남으려 살아나가야 할까... 늦여름 해질녘 노을을 보면서 아득함과 그래도 끝이 있을 거라는 안도를 동시에 느끼곤 해.
도망치고 싶은 일상이지만 결국 우리는 일상으로 회귀하지. 그 일상은 또 라디오의 힘이 되기도 한다? 소소하게 오늘은 뭐했어요, 그러셨군요 저는 이랬는데요, 내일은 소중한 이의 생일입니다, 그럼 축하해드려야죠. 일상적인 대화를 청취자와 제작진이 나눌 수 있는 곳이 라디오잖아. 매일 같은 시간에 그 사람을 기다리는 게 라디오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일상을 마감하며 잠시 마음을 쉬려고 라디오를 찾을 수도 있을 거야. 내게는 도망치고 싶은 일상이지만 많은 분들에겐 일상이자 특별한 순간일 수 있으니까 오늘도 도망은, 예정된 실패.
애정하는 드라마 SBS '연애시대'에 은호(손예진 역)의 내레이션으로 이런 명대사가 나와.
"일상은 고요한 물과도 같이 지루하지만 작은 파문이라도 일라치면 우리는 일상을 그리워하며 그 변화에 허덕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일상처럼 자리 잡은 라디오에도 잘 어울리는 이야기 같아. 평소에 글을 남기지 않는 청취자들도 디제이가 휴가를 가거나 그러면 갑자기 나타나 영문을 물어오거든. 그립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하도 반응이 없으셔서 관심없는 줄 알았거든요! 츤데레셔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얼굴엔 미소를 띰) 그러니 내일도 휴일이지만 출근해야지. 청취자 여러분들은 귀만 열고 푹 쉬시는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