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피디의 편지_1
누구든 그러한 요즘이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친구들 만나기가 조심스럽네. 답답하더라구. 일상을 같이 이야기하면서 뾰족해진 나의 한 귀퉁이를 토독 떼어내는 건데 혼자 견디다 보니 날이 서. 생방송 끝나고 나서도 같은 팀원들과 밥 먹기 조심스러우니 더 그래.
퇴근하고 집 가는 길에 1시간 정도 걷다 보면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1달을, 또 1년을, 삶을 보내겠구나 싶어진다? 길이 계속 이어지고 나는 혼자 한발짝 한발짝 가고 있어. 누구에게든 생은 오롯이 혼자만의 몫이니까 하고 초탈한 척하려 하지만 잘 안 되지.
최근에 어떤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고인이 된 분을 주변인들의 발언과 함께 조명하는 내용이었어. 그걸 보면서 내 삶이 어떻다 하고 정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 누구의 목소리로 가능할까 고민되더라구. 그러니까 누구의 증언으로 내 삶을 증명할 것인가. 배우자? 엄마? 아빠? 친구? 직장 동료? 이들의 한마디씩을 모으면 일관된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질까? 잘 모르겠어. 더욱이 올해는 같이 사는 가족 말고는 교류가 정말 없었어서 서로 더 모르게 된 것 같기도 해.
어쨌든! 단편적인 시선이 진실을 가리키진 않는다. 그러니까 영화 '라쇼몽'은 고전이 되었고 소설이란 장르는 복잡한 세계를 가진 한 인물의 진실에 가닿으려 수많은 글자를 빌려오겠지. 기자였을 때 사실을 단정하는 듯한 마침표가, 분량에 맞게 줄인 인터뷰이의 생략된 말이 못내 걸렸던 이유이기도 해.
내가, 신입도 경력도 아닌 애매한 출발선에서 시작한 라디오 피디 4년차가, 서울의 한 방송국에서만 있어본 경험으로, 라디오 피디에 관해 글을 남겨도 될지 많이 고민했어. 이게 나름의 결론이야. 내 증언이 라디오 피디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사고하는 역할이냐는 질문의 정답은 아니라는 것. 지금의 위치에서 겪고 갸우뚱한 순간을 담으려고 해. 그러니 부담 내려놓고 라디오 피디의 일을 기록해나갈 것이며, 부담 없이 읽어줬으면 한다는 것.
아마 네가 써내려가는 신문 편집기자의 일도 그렇겠지. 코로나 19 때문에 서로를 더 모르게 되는 요즘이지만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다보면 조금은 더 알게 될 거야. 혼자 길을 걷더라도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처럼, 흘러나오는 노래처럼, 옆에 있어주는 길동무 정도는 되어줄 수 있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