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끊임없이 진짜 내가 살아있는 순간을 발견해야 한다.
내가 교사인지 일처리 기계인지 헷갈리도록 업무에 시달린 날은 퇴근 즈음이 되면 짜증과 지침 그 사이 어딘가의 상태가 되어있다.
원하지 않는 일이지만 별 수 없이 나의 소중한 에너지가 갉아먹힘을 인지할 때 올라오는 감정이다.
심지어 오늘은 퇴근 시간이 지나도 퇴근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며 그 감정은 극에 달했다.
수업 연구도 아이들에 관한 일도 아닌 업무 처리에 온종일 시달릴 때면, 이런 상황을 종종 겪는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오면 힘을 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발견한 것은
우리는 생각보다 진짜 내가 없는 것들에 많은 ‘열심을 다해’ 살아간다는 것. 이는 끊임없이 순간순간을 잘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내가 없는 것에 열심을 다하다 보면 몸이 상하고 그게 계속되면 마음이 상한다.
글 쓰는 순간
지금처럼, 어떤 순간에 대해서 글로 내 생각을 쓰다 보면, 진짜 나를 만난다. 어릴 적엔 글쓰기가 숙제 같은 부담스러운 존재였는데 요즘은 내게 힐링의 수단이다. 부담감이 아닌 내 속에 있는 걸 아주 자유롭게 의식의 흐름으로 끄집어낸다. 오늘처럼 지치고 짜증이 밀려올 때도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내가 깨달은 건 뭔지 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글은 내게 새로운 활력을 주어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다.
아이들과의 순간
감사하게도 업무가 아닌 아이들과의 수업과 이야기들, 순간들 속엔 진짜 내가 있다. 교실 속 순간들을 통해 의미를 발견하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를 배우고 결국 삶에 대해 배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사랑, 관계, 배움이 교실 속에 다 있다.
고3 때 교대에 지원하는 나를 보며 친한 동생에게서 “누나는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교사가 되려고 해?”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친구 한 명도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왜 학교같이 작은 공간에 갇히려고 해?”라고 물었었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인데, 이 질문들은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내내 생생하다.
실제로 내가 겪은 교실은 그와는 정 반대로 상상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 한 명 한 명은 우주 같은 아이들이었고, 그 아이들과 마주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교실은 어디에서도 겪을 수 없는 값진 배움과 성장의 공간이다.
교실 속 순간들에는 진심을 다하고 이를 내 삶과 일치시킬 수 있어 좋다. 아이들과 하는 수업, 내 말속에 내 삶을 반영하며 삶과 하는 일이 일치할 수 있단 거 참 축복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각이 아닌
내가 바라는 나
진짜 내가 있는 순간들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기계같이 일처리를 하고 난 오늘도 글을 쓰다 보니,
나를 만났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은 순간순간에서 감동과 의미를 발견하고 나누는 삶. 내가 하는 일과 내 삶이 일치되는 삶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