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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솔 Nov 07. 2024

14. 라인, 라인

_ 라인이 없어지는 것은 불가능할까?

정치기사를 보면 '친~', '반~', '비~'라는 표현으로 사람들을 구분한다.

원래 정당이라는 것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여 정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면, 내 생각에는 '친~', '반~', '비~'라는 모임이 정당 내에 존재하는 것이 그리 탐탁해 보이지는 않는다.

어느 정당이나 '국민을 위해서'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국민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 '국민'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온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을 의미하며, 자기네 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 바로 그 '정당'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것이 정당정치의 본질이기도 하다. 적어도 내가 학창시절 사회시간에 배운 내용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친~', '반~', '비~'라고 하는 모임들은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며,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호칭이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것이 내가 중고등학교시절 사회교과서와 정치, 경제 등의 교과서를 통해서 배운 정당정치, 민주주의정치가 맞는 것인지. 내가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서, 혹시 내가 정당정치의 정의를 잘못알고 있어서,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인생은 줄이야'라는 말이 있다. 또는 '출세하려면 라인을 잘 타야 해'라는 말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줄' 또는 '라인'과 정치권에서 말하는 '친~'이 정확히 같은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느낌에는 정확히 같은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비슷한 말'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거의 30년 전인 거 같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름 대기업에 취직을 했었다. 취직 후, 신입사원 연수를 하고, 부서 배치를 받고, 부서에서 다시 OJT라는 신입사원 교육을 받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사부에서 '지인조사'라는 것을 했다. 양식지가 있었고, 거기에 지인을 적는 것이었다. 적을 수 있는 지인의 기준은 내 기억에, '대기업의 부장 이상의 직급을 가진 사람' 또는 '5급 이상의 공무원'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조사였지만, 이런 조사를 그 당시에는 당연스럽게 했었다. 난 당시에 그냥 백지로 제출했었다. 우리 집안에는 그런 고위직의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친척 중에 없다는 것은 그 친척에서 파생되는(?) 지인 중에도 없다는 뜻이었었다. 당시 백지를 내는 내가 안타까웠던지, 회사 선배가 '야, 대학 동창 중에, 고시 패스한 애 한 명은 있을 거 아니야? 그 이름이라도 적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당시의 나는 젊었기에 끝내 백지를 내었다. 회사 안에서 같은 대학을 나온 선후배끼리의 동창회도 일 년에 한 번씩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고 어찌 생각하면, 대학교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라인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이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최근에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진급한 후배를 만났다. 부장 다음은 이사 혹은 이사보다. 그런데 그 후배에게 내가 무의식적으로 해준 말은, '네가 정말 너희 회사의 모든 사람이 감탄할 만한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사가 되는 것은 라인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을 거야. 부장까지는 순수한 네 능력으로 올라올 수 있었을 수도 있지만. 무슨 뜻인지 알지?'였다. 그 후배 역시, '저도 알아요. 근데 그 라인이라는 것이 복불복인 것 같아요. 요즘은 갑자기 사업부가 통합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다른 회사에 팔리기도 하고, 분사되기도 하고. 그래서, 어느 라인이 앞으로 좋은 라인일지 알 수가 없어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서로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인생은 운이야. 아니, 운이 99이고, 실력이 1인거지. 그런데, 그 운이 정말 왔을 때, 그 운을 잡을 실력이 없으면 안 되니까, 열심히 빡빡 기며 살아봐야지.'


정말 라인이 없는 세상이 가능할까? 같은 학교, 같은 고향, 같은 정파 등등. 그나마, '같은 이익'으로 묶인 라인은 그 형성이유는 분명하지만, 그 외에는 형성 자체도 '운'인 라인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라인이라는 말을 싫어해서, 라인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각종 선발방법들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 선발을 통과하고 나면, 다시 그 안에서 라인이 갈리고, 새로운 라인이 만들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난 라인이 없는 세상을 꿈꾸지는 못할 거 같다. 대신, '운에 의해 형성된 라인'보다는 '내 의지로 선택한 된 라인'이, 그리고 '누구를 보고' 선택한 라인이 아니라, '그 라인이 추구하는 미래나 가치를 보고' 선택한 라인이, 내 인생에 좀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아빠, 운칠기삼이 무슨 뜻이야?'

'세상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모든 일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운이 70%, 노력이 30%라는 의미야.'

'그럼 노력은 30% 밖에 안 돼?'

'글쎄, 아빠 친구들은 운이 90% 이상이고, 노력은 10%도 안 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그럼, 왜 노력해야 돼?'

'운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거든. 근데 운이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그 운을 잡는 것이 실력이라고 생각하는거지. 그 실력을 키우는 것이 노력이고. 그러니까 노력해야지.'

'근데 그 찾아오는 운의 크기는 사람마다 같아?'

'아니, 사람마다 틀리고, 또 찾아오는 운마다 틀리지. 같은 운이라도, 찾아오는 시기에따라 크기가 틀려지기도 하고. 하지만, 크기가 크건 작건, 내 인생에 찾아온 운을 잡을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중요한 거 같아. 아빠 경험에는 큰 운인 줄 알고 잡았는데, 전혀 아닌 경우도 있었고, 조그마한 운인줄 알고 잡았는데, 큰 운인 적도 있었거든. 그래서, 아빠 생각에는 운의 크기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우니까, 할 수 있는 일은 '운인지 판단하는 능력'과 '운이라고 생각되었을 때, 잡을 수 있는 능력'인 것 같아'.


오늘도 글에서도, 내 의식은 두서없이 흐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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