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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솔 Jul 02. 2022

추락하지 않고 내려앉기

_ 다시 함께 날기 위해서

오늘 비가 많이 내린다. 비가 내리면, 새들은 하늘을 날지 않고, 어딘가 나뭇가지에, 혹은 어딘가 둥지에서 앉아서 날개를 쉬인다. 비가 올 때만이 아니라, 새들은 어느 정도 시간 혹은 거리를 날고 나면, 나뭇가지에 내려앉아서 날개를 쉬인다. 힘든데 쉬지 않고 높이 날다가, 날개 힘이 빠지면, 추락한다는 것을. 그리고 추락을 하면 다시 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필요할 때, 나뭇가지를 찾아 내려앉는다.

나뭇가지를 찾을 때, 얼마나 튼튼한 지를 확인하는 것 같지는 않다. 내려앉고 싶을 때, 근처의 나뭇가지에 그냥 내려앉는 것 같다. 혹시나 나뭇가지가 부러지면, 바로 다시 날개짓하여 옆의 나뭇가지로 간다. 내가 쉬고 싶을 때, 내려앉은 새는 언제라도 다시 날개짓할 수 있는 자신의 날개를,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


사람은 어떨까? 내가 쉬고 싶을 때, 근처의 나뭇가지에 내려앉을 수 있을까? 세상의 누구도 내려앉아서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지는 않는 것 같다. 계속 날갯짓해야 한다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쉬면 뒤쳐진다고 ‘독촉’은 열심히들 해준다. 날개짓에 지쳐 추락할 때까지, 아니 추락하고 있더라도, 계속 이야기해준다. 계속 날개짓을 해서 올라가야 한다고. 쉬면 안 된다고.


가끔은 나뭇가지에 내려앉혀 주기도 한다. 물론 내 의지와 상관은 없다. 난 지금은 날고 싶은데, 갑자기 누군가 내게 명령을 한다. 저기 보이는 나뭇가지에 내려앉으라고. 그리고 다시 부르기 전까지는 날개짓하지 말라고. 어떤 새들은 너무 말을 잘 들어서, 내려 앉혀진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데도, 날개짓하지 못하고, 두발로 나뭇가지를 꼭 움켜쥐고 나뭇가지와 같이 추락하기도 한다.


쉬고 싶을 때, 내려앉은 새는 언제라도 내 의지와 힘으로 다시 날개짓하며 날아오르지만, 내려 앉혀진 새들은 다시 날개짓을 하려면, 내려 앉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용기와 내 날개가 아직 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난 지금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새이다. 내가 내려 앉았는지, 내려 앉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내가 다시 날개짓을 시작하는 데에는 더 유리하다. 난 지금 하늘을 나는 새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리고 언제 멈추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힘든 날개짓을 하고 있은 새에게 말을 건다. 잠깐 내려앉아서 같이 쉬자고. 쉬어도 괜찮다고.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내 말을 듣고 내려앉은 새들이 10마리가 되었을 때, 그리고 마지막 내려앉은 새도 충분히 쉬었을 때, 난 이렇게 말한다. ‘이제 다시 날아보자. 그런데 혼자 가지 말고, 철새들처럼 V자로 날아보자. 그리고 철새들처럼 규칙을 정해서 위치를 바꾸자. 맨 앞에서 난 새는 그다음에는 맨 뒤에서 편하게 날 수 있도록. 그리고 8시간 날고 나면, 무조건 눈에 보이는 나뭇가지에 내려앉아서 쉬고, 다음날 다시 같이 날자. 가장 높이 날지는 못하더라고, 가장 행복하게 날자’


난, 나를 포함한 열 마리의 동료 새들을 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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