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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솔 Oct 16. 2023

20. 브라보 마이 라이프

_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중에서


코로나19 이후로 노래방을 가지 않았다. 물론 그전에도 노래방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러다 저러다 보면 갈 기회가 종종 있었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글쎄,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최근 1년 사이에 한두 번쯤 갔었을 수도 있지만, 취준생인 지금은 노래방에 갈 기회는 전혀 없다.


노래방에 가면, 난 5 자릿수 이상의 최신곡보다는, 주로 4 자릿수 노래)들을 불렀었다. 노래를 듣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부르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은 왠지 따라 부르기 어려운 노래들이 많았다.(평소에 우리나라 가요보다는 외국 노래를 많이 듣는 편이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은 몇 곡 되지 않았다. 그중에 하나가 봄여름가을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였었다. 드라마 김과장 OST로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인 김종진 님이 부른 노래도 있고, 슬기로운 감방생활에서 에릭남이 부른 노래도 있지만, 나에게는 2002년 봄여름가을겨울 앨범에 담긴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최고인 것 같다. 그리고 제목도 왠지 'Bravo my life'로 영어로 쓰는 것보다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고 한글로 또박또박 써야 느낌이 있다.


내가 처음 브런치에 '쉰둘 취준생이 되었습니다.'로 글을 올리기 시작할 때, 난 글을 올리는 기간은 3개월 ~ 5개월 정도, 올리는 편 수는 10편 정도를 예상했었다. 다시 말해, 그 정도 기간 안에 재취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제 취준생이 된 지 6개월이 훌쩍 넘었고, 브런치에 올린 글도 이 글을 포함하여, 스무 편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난 여전히 취준생이다.


쉰둘에 취준생이 되면, 감정적으로 몇 단계의 변화를 거치게 되는 것 같다. 첫 단계는 '분노와 자신감'. 내가 취준생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분노가 있지만, 그래도 난 바로 재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는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혼란과 자기 실망'. 몇 번의 재취업 시도를 실패하면서, '어, 왜 안 되지?'라는 당황스러움과, 그동안 내가 직장생활을 하며, 이루어온 것과 미래에 내가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혼란, 그리고 이에 따른 자기 실망의 단계이다. 주위에 짜증을 많이 내는 단계이고, 서서히 사람들을 피하게 되는 단계인 것 같다. 그다음 단계는 '자기 인정과 탐색'.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의 가치가 내 미래 가치를 증명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단계이다. 재취업을 위해, 흔히 말하듯이 눈도 낮추고, 물량공세를 취해보기도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안 될 수도 있겠다. 그럼 난 무엇을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분야도 탐색하며, 가능성을 찾는 단계이다. 그다음 단계가 무엇일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재취업에 성공하거나, 새로 탐색한 분야에 뛰어들면서 느끼는 감정일 것 같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 중에 하나는, 자신이 살아온 삶에 '가치'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가치'가 인간 사회를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온 힘이 되어 온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내가 살아온 삶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가치를 지키는 것'이지, 내 삶의 가치를 '남이 인정해 주는 것'이거나 '남이 기억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인 것 같다. 이를 혼동하다 보면, 남을 원망하기도 하고, 초조해지기도 하며, 섣부른 결정과 행동으로 나와 우리 모두에게 해를 주게 되는 것 같다.


내 인생이 브라보인 이유는 '지금껏 달려온 내의 용기를 위해'이고,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이다.


내가 그동안 용기 있게 길을 만들며, 여직까지 살아왔으며, 난 앞으로도 내 길을 만들며 앞으로 나갈 것이다. 그래서, 내가 여직까지 만든 길을 누군가가 기억해 주는 것이나,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길을 만든 이유는 내가 그 길을 따라 앞으로 가기 위해서였고, 난 앞으로도 내가 만든 길로 돌아가지 않고, 내 발자국이 닿는 곳에 길을 만들어갈 테니까. 누군가 내가 만든 길을 따라온다면, 그건 그 사람의 인생이고, 아마도 그 사람은 내가 만든 길을 따라오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의 발이 다른 곳으로 뻗치는 순간, 그쪽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갈 터이니, 내 인생에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그동안 내가 만들어온 길의 대부분은 혼자 만들지는 않았다. 우연히(혹은 필연적으로) 만난 사람들과 함께 길을 내기도 했고, 그 길이 다시 갈림길이 되어, 같이 오던 모든 이들과 흩어지기도 했으며, 다시 누군가의 길과 교차로가 만들어져서, 같이 길을 내기도 했다. 그래서 내 인생의 길은 넓은 길, 좁은 길, 갈림길, 교차로가 혼재한 '브라보'한 길이 되었고, 앞으로도 되어가겠지.


그래도, 지금부터 내가 내는 길은 좀 다르게 내고 싶다. 그동안은 곧고 넓은 길이 좋다고 생각했고, 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꼬불꼬불한 오솔길로도 만들고, 굽어가는 길에 작은 물웅덩이(연못)도 만들고, 혹시나 내 길을 따라오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쉬어갈 수 있는 정자도 만들어 보고 싶다. 그래서 먼 먼 훗날 아주 높은 곳에 앉아서 내 길을 보면, 일자 반듯한 길이 아니라, 구불구불하기도 하고, 그 구불구불한 곳에 물웅덩이도, 작은 숲도, 정원도 있는 그리고 가능하다면 교차로나 갈림길이 많아서, 잠시라도 산책하며 지나가는 사람이 많은 길을 만들어보고 싶다. 할 수 있겠지?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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