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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Dec 02. 2022

마늘장아찌의 추억

엄지손가락이 부어오게 만든 장아찌 만들어 먹지도 못하고 버린 일

실패한 장아찌

아주 오래전 일이다. 무엇에 꽂혔는지 마늘장아찌를 담아 본다고 큰 결심을 했다. 한 번도 담아본 적이 없었는데 시작부터 아주 크게 일을 벌였다. 그때는 메이슨 병이 있는 줄도 몰랐고 half gallon들이 병이 있어서 그것으로 시작을 했다.

사온 마늘을 까기 시작을 했는데 아무리 까서 채워도 차지를 않아서 다시 사서  까기를 반복했다.


엄지손가락이 아파오기 시작했지만 한번 시작한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드디어 마늘과 저민 양파와 무를 수북이 담고 물과 진간장, 식초를  넉넉히 들이부어 한가득 병에 담았다. 지금 기억에 몇 주 있다가 간장물을 꺼내서 다시 달여 부어야 했는데 이를 두 번 정도 반복을 해야 했다.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었고 한 번은 꺼내서 달여 부었다. 병뚜껑을 열어 보니 진한 간장 냄새가 올라왔다. 병에 담아 둔 채 거의 잊고 있다가 두 번째 달이는 것을 깜빡했다.


장아찌가 익었는지 눈으로 확인을 해봐도 색이 들지가 않아서 아직도 안 익은 것 같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한국 식당에서 주는 마늘장아찌의 맛이 나지 않아 레시피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맛이 있었다면 상관이 없는데 맛도 없는 데다  먹고 나면 가스가 너무 많이 나와서 (그때는 미국 사람들과 같이 근무하던 시기라서) 민폐?라는 생각에 아깝지만 아낌없이 버렸다.


성공한 장아찌

마늘장아찌를 잊고 있다가 유튜브 쇼츠에 올라온 마늘장아찌를 이렇게 담으면 아주 쉽고 맛있다는  동영상이 눈에 띈다. 맥주와 진간장과 사과식초로 담는다. 메모를 해놓았다. 그리고 이번엔 작은 쿼트 병에 담을 만큼의 마늘과 무를 샀다. 미국 무는 빨간색이고 동그란 감자 크기 만한다. 색이 너무 예쁘고 단단해서  장아찌에 제격이다 싶다. 낱개로 파는 맥주 캔 하나를 사서 집에 오자마자 시작을 했다. 병이 작아서 마늘은 조금 무를 더 많이 넣고 홍고추를 한 개 저며서 넣고 맥주를 반쯤 부은 다음, 진간장을 붓고 사과 식초를 마지막에 조금 넣었다.(대중해서)

색깔이 진한 모든 것을 사랑한다 특히 야채나 과일,

 마늘, 적색 무, 자색 양파, 홍 고추의 색이 진 간장의 색과 합쳐져 진한 적갈색을 만들어 낸다.


색이 너무 옅은 것 같아서 간장 맛을 본 다음 진간장을 조금 더 넣었다. 왠지 색깔도 좋고 냄새도 향긋해서 담은 지 1 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꺼내서 시식을 해보았다.

흠, 간장이 짜지도 않고 무의 톡 쏘는 맛이 마늘보다 더하네. 설탕을 넣지도 않았는데 이 달착지근한 맛은 뭐지? 너무 맛있다.~

기대 이상이다. 맥주의 톡 쏘는 콜라 같은 맛과, 사과 식초의 상큼한 사과의 맛이 부드러운 진간장과 합해져 절묘하게 어울린다.

그러고 보니, 맥주, 사과 식초, 진간장 모두가 발효 식품이라서  물을 넣을 필요가 없고 따라서, 다시 끓여 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그전의 레시피는 맥주 대신 물을 넣어서 혹시 모를 곰팡이가 생길 것을 염려해 두 번씩 달여서 다시 붓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나의 엄지 손가락에 작은 옹이가 맺혀 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그때 마늘을 까면서 아팠던 엄지손 마디가 다 나아서 통증은 없는데 옹이가 박혀 있다. 마치 영광의 상처처럼. 이 옹이를 볼 때마다 마늘장아찌의 추억을 떠 올리며 나름 성공한 마늘장아찌를 육식을 하는 날에 조금씩 꺼내어 입가심처럼 갈무리한다.


김치를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마늘과 매운 칠리 페퍼의 자극적인 맛 때문 아닐까 생각하며 김치 대용으로 마늘장아찌가 작으나마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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