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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영 Oct 17. 2021

푸른 밤 함께 있고 싶은데

김시종 <시퍼런 테러리스트>

 테러도 만날 수 없어

 사람만 그냥 죽는다.


- 김시종, <시퍼런 테러리스트>, <<잃어버린 계절>>, 창비, 2019.



    죽고 싶던 계절이 있었다. 2017년 가을의 끝자락이었다. 자주 우울했고, 신경질적이었고, 많은 친구들이 떠났다. 침대 없는 방, 바닥에 누워 꼼짝 않는 생활이 이어져갔다. 창가로 스며드는 겨울의 한기가 나를 동사(凍死)시키면 좋겠다는 나쁜 생각도 했었다. 어린 마음에 이런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내가 영영 안녕, 인사하고 안녕해지면 그제야 사람들은 나를 사랑해줄까.     


    그러던 같은 해 12월 18일,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보컬 종현이 작고했다는 비보를 들었다. 16년 끝자락, 고3 생활의 “하루의 끝”*은 종현DJ의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 밤〉이었는데. 그의 목소리는, 목소리만으로 나의 감정선을 그었는데. 그런 그가 생에 금을 긋고 갔다.

    희망이 참 덧없다, 그랬었다.     


    연예인이 안녕,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고 한다. 그리하여 몇몇 사람들은 연예인들의 죽음을 힐난하였다. 그들에게 누군가의 비극은 테러였다.

    하지만 종현도 그저 한 사람이었을 뿐인데, 그이야말로 “테러도 만날 수 없어/ 사람만 그냥 죽”은 게 아니겠는가.     


    그가 생의 테러리스트라면, 나의 생을 깨부수었기에 난 지금까지 살아있다. 나는 매일 밤 꼭 세 번씩 공황발작이 일어났고, 새벽 5시가 돼서야 지쳐 잠들 수 있었다. 그 공황이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삶에 대한 공포였다. 따라서 죽음으로써 나는 생존할 수 있겠다고 굳게 믿었다. 그건 ‘죽음=삶’이라는 역설이 아니라, 죽음과 삶이 반전되어버린 사고의 이상증세였다.

    그러나 종현 덕분에(―라는 표현이 또 슬프지만)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때 깨달은 것은 이랬다.     


    내가 이리도 슬프니, 내가 죽어도 그건 슬픈 일이겠다.     


    2018년 1월, 나는 치료를 시작했다. 사람만 그냥 죽어나갈 때, 당신들의 생이 누군가를 살리리. 알고 싶지 않은 어딘가로, 무지개다리 없이 건너간 이들에게,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지 못한 지난날들을 후회한다. (2021.10.17.)



† 글의 제목은 라디오 〈푸른 밤〉의 로고송 가사의 일부이다.

* 종현 작사 작곡.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그댄 나의 자랑이죠”

** 이재무 시인의 〈한 줌의 눈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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