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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향기 Feb 14. 2022

글을 쓴다는 건

"페달을 밟고 힘껏 달리면서 다른 쪽 발을 올려 같이 구르면 돼!"

아들이 가르쳐 주는 대로 해도 자전거 올라타기가 쉽지 않다. 

두려움이 앞선 몸은 경직되어 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손잡이를 잡은 손도, 팔도 빳빳해  넘어지기 일쑤다. 


중학교 때, 대학교 때 배우다 여러 번 다치고 굴러 놓고서 다시 자전거를 연습한다.


 "엄마!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어! 앞을 보지 말고 멀리 보면서 천천히 가! 넘어져도 괜찮다 생각하고 가야 돼! 안 넘어질 거라고 용쓰다 다친다니까! 참!"     


누가 교사 자녀 아니랄까 봐 이리저리 내뱉는 잔소리가 많기도 하다.      

몸은 마음 같지 않다. 몸은 두려움을 기억하고 아픔을 안다. 그럼에도 달리고 싶고 피부로 바람을 느끼고 싶고 뿌듯함을 갖고 싶어 한다.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 여유롭게 다니고 더 실력이 붙는다면 멀리 나가 좀 멋진 척해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역시 자전거를 아는 것과 타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글을 잘 쓴다고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고서 들어본 적이 없었던 말 들... 

 특유의 소심함이 주위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틈틈이 웃긴 말과 생각들을 연결시켜보았던 것이 꽤나 잘 통하나 싶었다.     

 나는 늘 '해야 할 일이 많다. 주말 부부다'라고 종종걸음 치며 사람 만나는 일보다 일찍 집으로 회귀하는 것은 사람에게 내어 줄 마음의 품이 부족해서인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애들이 다 크면 나도 떡하니 사람들과 함께 시간과 세월을 여유롭게 바라보면서 히히덕 웃으며 같이 어울릴 수 있으리라 했다. 그러나 스스로는 안다. 바쁨이 아니라 마음의 품의 문제란 걸 안다. 항상 부족한 마음의 품을 스스로 넓히지 못하고 누군가가 채워서 넓혀주기를 바랐기에 내 글은 누군가를 향하고, 바라고, 갈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글에 내 삶이 있다. 유머로 가려진 과도한 진지함이 있고 따뜻함으로 위장한 관계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요즘 브런치에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며, 글을 쓴다는 것과 삶을 산다는 것은 같은 말이란 생각을 한다. 

 좋은 글은 쓰겠다고 다짐할 때가 아니라 그 자신의 생활과 삶이 진솔할 때 나오는 것 같다. 


 자전거를 잘 타겠다고 다짐하지 말아야겠다. 어찌 됐든 끌고 나가 페달을 굴리며 동네 한 바퀴라도 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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