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의 고백에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효성은 윤서가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자신도 재혁과 문제가 있을 때 어느 누구든 붙잡고 대뜸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다. 효성의 불같은 성격을 감당하지 못한 지은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이후 효성은 자신의 고민을 항상 민지에게만 털어놓았다. 남에게 관대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는 효성의 옆에는 동그란 눈을 한 민지가 앉아있었다. 민지는 윤서를 빤히 쳐다봤다. 윤서의 옆얼굴을 관찰하며 그녀의 눈 깜박임, 들숨과 날숨의 간격, 그리고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을 보았다. 민지는 윤서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애써 새로 온 하우스메이트에게 빵을 구워줬더니, 기어이 화창한 주말 아침을 망쳐버린 것이다.
“난 이만 가볼게.” 윤서는 침묵을 뒤로하고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괜한 소리를 한 것인가, 걱정도 되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윤서에게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대나무숲이 필요했고, 안타깝지만 희생양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녀는 효성과 민지에게 한편으로 미안했지만, 이사를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신경 쓰이는 일도 아니었다. 평생 친구가 될지 원수가 될지, 아무도 모르지 않은가. 하우스메이트란 그저 월세와 공과금, 그리고 공용공간을 나눠 쓰는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대학 졸업까지 남은 시간은 1년. 하우스메이트라는 관계도 딱 그만큼의 유효기간이 있는 것이다.
"이게 뭐야." 거실에 남은 민지가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접시를 들고 터덜터덜 걸어가 식탁에 남은 식빵을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고 만사가 귀찮다는 듯 한숨을 쉬며 부엌을 이리저리 활보했다. 컵과 접시를 싱크대에 가져가 설거지를 하고, 행주로 남은 물기를 닦고, 빗자루로 바닥도 한번 쓸었다. 푹푹 쉬어대는 한숨과 겨우 뻗어내는 팔다리와는 상반되는 부지런한 움직임이었다. 게으른 건지 성실한 건지 알 수 없는 그녀의 모습에 민지 자신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래저래 윤서의 마지막 말까지 마음속에 남아 머리가 어지럽기까지 했다.
"뭐긴 뭐야. 그냥 푸념하다 간 거지." 효성은 민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어차피 자신과 아무 상관없을 남의 이야기에 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었다. 효성은 그저 빈자리의 공허함을 견뎌야 하는 현 상황이 불만스러웠다. 효성도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어딘가 우울해 보이는 윤서의 얼굴을 마주한 뒤엔 계속해서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방에서 꼼짝 않는 윤서를 밖으로 꺼내오기 위해 오지랖을 부린 것이다. 이런 그녀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이별을 하겠다 말하며 나가버린 윤서는 어쩌면 앞으로의 효성의 삶에 중요한 관계가 아닐 수도 있었다.
‘하우스메이트는 그저 하우스(House=집) 메이트(Mate=동료) 일 뿐.’
"넌 아무렇지도 않아?" 민지가 물었다.
"응,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 효성이 답했다.
“넌 참 정확해서 좋겠다.” 민지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솔직한 건데.” 효성은 다시 한번 당당하게 말했다. “난 솔직하게 말한 것뿐이야.”
민지는 그 뒤로 아무 말 없이 마른 수건으로 싱크대의 물기를 닦아냈다. 효성은 그런 민지의 뒷모습을 보다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쿵쾅쿵쾅. 방으로 향하는 계단을 일부러 세게 밟았을지도 모르겠다. 민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이사 온 지 1주일 된 윤서와 거리를 두고 싶었을 뿐이다. 아직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마음을 다 열어 보이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지와 효성은 처음부터 함께 이사를 왔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지만, 한때 두 사람은 전공과목도 같았다. 대학 입학부터 햇수로 따지면 어느덧 4년째 함께 동고동락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지나간 세월만큼 두 사람 간의 벽은 허물어졌고 효성은 민지에게, 민지는 효성에게 무엇이든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여겼다. 물론 그렇다고 서로를 무조건 믿고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민지는 싱크대가 광이 날 때까지 거칠게 걸레질을 했다. 효성은 그대로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
윤서는 동네 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는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담긴 머그잔을 지긋이 내려다보았다. 라테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배탈이 날 것 같아 참았다. 이런 날에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평생을 수치심에 살 것만 같았다. 머그잔에서 커피의 김이 솔솔 올라왔다. 은은한 커피 향에도 윤서는 요지부동이었다. 요즘 들어 몸을 움직이는 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사실 몸뿐만 아니라 모든 게 쉽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3개나 해도 저축이 힘들었고, 마지막 학기의 성적은 정말이지 볼품없었다. 게다가 오늘, 결단의 날까지 오고야 말았다. 정말로 제대로 된 일이 하나도 없다고 윤서는 생각했다. 그녀는 점차 생각의 범위를 확장시켜 나갔다. 사실 이 모든 원흉은 13살 때 겪은 사건이었다. 윤서는 아직까지도 그때의 일이 생생했다. 그날 밤, 어둠 속에서 받은 상처만 아니었어도, 그때부터 망가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윤서는 고개를 마구마구 흔들었다. 그녀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상담사의 말을 떠올렸다. ‘지나간 일이야. 다 지나간 일이야. 현실로 돌아와.‘윤서는 고개를 멈추고 두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가 놓여 있었다. '한 모금 마실까?'
윤서의 오른손이 움찔했다. 그녀는 마지못해 움직여 커피잔을 얼굴 앞으로 가져와 입김을 불었다. 뜨겁고 쓴 커피가 목구멍으로 내려갔다. 덕분에 윤서의 호흡이 진정되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윤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걸 즐겼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양한 모습으로 한데 어우러져 걸어가는 (또는 뛰어가는, 주로 아이들의 경우) 사람들에게 상상의 사연을 심어 보는 걸 즐겼다. 채광이 좋은 창가에 앉아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써내려 가다 보면, 반나절이 훌쩍 가곤 했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영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겨우 들이킨 커피 한 모금에도 시간은 흘러가지 않았다. 윤서는 시계가 멈추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사실 나쁘지 않은 전개였다. 멈추던 흘러가던, 곧 있을 ‘이별’만 건너뛰어 준다면 어떠한 경우도 환영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릴 없지 않은가. 윤서는 관자놀이를 지긋이 손가락으로 누르며 자신의 말도 안 되는 망상에 마침표를 찍으려 했다. 마침내,
띠링-
카페의 문에 달린 종이 울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잠시 두리번거리다 윤서를 발견하고는 그녀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 “안녕.” 남자가 앉으며 윤서에게 인사를 건넸다. "왔어?" 윤서가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보았다. 남자는 눈을 살짝 피하는 듯했다. "응." 남자가 답했다. 그의 시선은 윤서를 지나 카페 내부를 훑었다. 어딘가 불편한 그의 모습은 주의산만한 강아지를 보는 것 같았다. 윤서는 심호흡을 했다. 주변이 어수선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할 말 있으면 해." 윤서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두리번거리던 남자의 시선은 이내 윤서의 커피잔을 향했다. 그는 잠깐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우리, 그만하자. 헤어지는 게 좋겠어." 남자는 말과 함께 시선을 테이블로 떨궜다. 그는 이제 윤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하아-" 윤서는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남자는 윤서의 눈치를 살피며 되물었다. "너도 원하던 거 아니야?"
윤서는 커피를 마시며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에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윤서에게는 모든 것이 어려웠다. 커피를 마시는 것도, 관계를 끊어내는 것도, 자신의 남은 감정을 털어내는 것조차 그녀에겐 큰 결심이 따랐다. 남자는 점점 지쳐갔다. 사귀는 동안 지겹도록 본 그녀의 모습은 늘 이렇게 정적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그에게 기다림은 언제나 익숙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지막이라는 것에 그는 안심을 하기도 했다.
"그래 맞아." 고민하던 윤서가 마지못해 말했다. "나도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되길 원했던 것 같아."
"그래, 그럼. 잘된 거네." 남자는 서둘러 자리를 파하기 위해 말을 던졌다. 그의 몸이 의자에서 들썩였다.
"그런데, " 윤서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남자는 짐을 챙기던 중 그대로 멈춰 윤서를 보았다.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끝낼 관계였으면, 나는 이 카페에 미리 와 있지도 않았을 거야. 너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도 우리가 어느 정도 대화를 할 거라 생각했어. 자그마치 1년 하고도 6개월이야. 넌 그 세월을 함께한 사람에게 단 10분도 할애하지 못하겠니? 오자마자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내가 더 이상 무슨 말을..." 윤서는 점점 목이 메어왔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말을 멈췄다. 남자는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테이블을 향하고 있었다. 윤서는 그런 남자를 보며 달라질 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남자에게 이 상황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윤서는 더욱 비참해진 자신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후우-." 그녀는 가까스로 진정했다. 그렇지만 다시 목소리를 내는 순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윤서는 목구멍에 걸려있는 눈물을 억지로 밀어내며 마지막 소리를 내었다.
"익, 윽, 음. 꺼져."
윤서는 그대로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바람이 적당히 불어와서 걷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카페가 있는 번화가에서 셰어하우스까지는 걸어서 족히 30분은 걸렸다. 윤서는 차라리 생각을 정리하기에 지금 상황이 적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개를 위로 들어 하늘을 보고, 좌우로 돌려보며 주변도 구경했다. 곧 도착할 집에 하우스메이트들이 있다는 것도 나름 위안이 되었다. 이런 기분으로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방을 마주하면 절망스러울 것 같았다. 윤서는 머릿속으로 셰어하우스의 현관문을 그려보았다. 문을 열고 복도를 지나 공용거실에 들어가면 누구든 한 명쯤 인사를 건넬 것이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윤서를 배웅했던 민지, 조금은 심통이 났던 효성, 또는 신애, 또는 지은일지도 모르지만. 누구든 좋았다. 그녀는 상상의 대화를 나누어보기도 했다. ‘어서 와, 이야기는 잘 하고 왔어?’ ‘잘했어. 같이 밥이나 먹자.’ ‘너에게 잘된 일이야.’ 윤서는 자신이 세운 마음의 벽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감을 느꼈다.
신애는 셰어하우스에서 가장 큰 방을 썼다. 부유한 부모님을 둔 덕에 그녀의 삶은 늘 풍요로웠다. 가지고 싶은 건 모두 가질 수 있었고, 먹고 싶은 것도 언제든지 먹을 수 있었다. 단 한 가지 그녀에게 아쉬운 건 바로 '연애'였다. 태어나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연애는 해마다 신애의 신년목표에 기록되었다. 적당한 키, 늘씬한 몸매, 진한 쌍꺼풀과 두툼한 입술의, 대부분의 남자들이 한 번씩 뒤돌아볼 만큼 매력적인 이 여성이, 연애를 못한다는 건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물론 데이트를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러 가는 흔한 데이트는 숯하게 해보았다. 하지만 그 만남이 연애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그녀와 한번 만난 남자들은 다시는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가는 곳 마다 남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신애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래서 그녀는 연애를 학습해보기로 했다. 가장 효과적인 학습은 ‘실전경험’이 아니겠는가. 신애는 주변의 모든 이들의 연애 이야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늦은 아침 우연히 윤서의 이야기를 엿들은 그녀는 하루종일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신애는 방에서 나와 마침 거실에 있는 효성과 민지에게 물었다. “윤서 왔어?”
"아직." 효성이 말했다. 그녀는 신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윤서에 대한 걱정보다 자신의 호기심이 우선인 신애의 태도가 싫었던 거다. 그만큼 윤서를 위하는 마음은 아니었다. 그저 ‘정의실현’ 정도. 누구에게든 사적인 공간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 남자친구랑 헤어진다고?" 신애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어." 효성은 짜증 나는 말투로 답했다. "금방 올 거야. 저녁 전에 들어온다고 했어." 옆에 앉아있던 민지가 두 사람을 살피며 말했다. "아, 그렇구나." 신애는 못마땅한 듯 효성을 흘겨봤다. 그녀 역시 효성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면 그만이었다. 그녀는 그저 윤서의 빠른 귀가를 바랄 뿐이었다. 이번엔 헤어짐에 대한 이유에 관해 공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애는 그대로 뒤로 돌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책상 위 노트북을 켰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애니메이션을 봐야 했다. 그녀는 만화, 캐릭터,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애니메이션학과 전공답게 그녀는 학우들 중에서도 손에 꼽는 마니아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 큰 성인이 만화를 즐겨보는 게 뭐 어때서? 기분전환을 위한 취미생활에 불과했다. 신애는 <바람이 분다>를 틀었다. 따뜻한 설렘을 주는 감성적인 영화가 필요했다. 그녀는 시선은 노트북 화면에 고정시킨 채, 팔을 뻗어 과자봉지를 자신 앞으로 가져왔다. 와그작. 와그작. 감자칩을 먹으며 그녀는 서서히 바닷가 마을에 빠져들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신애는 방문 밖에서 나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그녀는 영화를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1층 거실 바로 옆에 위치한 그녀의 방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몰래 들을 수 있었다. 윤서가 집으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적당히 해. 너만 힘들어?" '효성이 짜증이 났군. 쟨 매사가 불만이야.' 신애는 흥미로운 듯 신경을 곤두세웠다. "넌 왜 그렇게 말을 심하게 해?"'민지와 다투는 중인가 보네.' 신애는 머릿속으로 거실의 상황을 그려보았다. "지금 얘 과민반응하는 거라고. 누군가는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냐." 효성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얘? 윤서 말하는 건가?' 신애는 아예 자리를 옮겨 방문에 귀를 갖다 대고 소리에 더욱 집중했다. "일단 위로가 먼저지. 우는 사람 앞에서 그게 할 소리야?" 민지가 속상하다는 듯 말했다. '윤서가 울어? 왜?' 갈수록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신애의 두 눈이 반짝였다. "얘도 할 말 다 하고 온 거잖아. 야, 네가 마지막에 꺼지라고 했다며! 근데 뭐가 그렇게 속상해?" 효성이 답답한 듯 윤서에게 소리쳤다.
대화가 중단되고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무언가 떠오른 신애는 천장을 향해 혼잣말을 했다. "근데 나는 왜 이걸 엿듣고 있는 거야?"그녀는 참지 못하고 방문을 열었다. 큰 소리가 났으니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들 요령이었다.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잘했다고! 나 잘했다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윤서가 갑자기 소리쳤다. 벌겋게 달아오른 그녀의 두 볼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윤서는 눈물로 뒤덮인 눈을 소매로 훔치며 다시 한번 크게 말했다. "잘했다고 말해달라고! 나 잘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