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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by 유수

“안녕.” 윤서의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곧장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기 물을 틀었다. 뜨거운 물이 그녀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언젠가 어디선가 뜨거운 물로 몸을 씻으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걸 읽은 기억이 났다. 하지만 윤서는 그것이 단지 통계에 불과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수건으로 몸을 말릴 땐 한결 홀가분해짐을 느끼긴 했다. 어렵사리 내린 그녀의 결정 덕분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갈 채비를 마친 윤서는 집을 나섰다. 어느새 계절이 바뀌었는지 바깥공기가 차가웠다. 그녀는 외투 깃을 손으로 잡아끌어올렸다. 목도리를 하고 나올걸, 후회가 되기도 했다. 윤서는 서둘러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 역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경계하는 듯했다. 오랜만의 외출에 그녀는 한껏 긴장된 모습이었다. 이윽고 열차가 들어왔다. 열차 입구에 선 채로 한참을 사람들이 빠지기를 기다린 윤서에게 남아있는 좌석은 없었다. 그녀는 최대한 구석진 곳으로 가 벽에 몸을 기대었다.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지금부터 아주 긴 여행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윤서는 자연스럽게 매표소로 가 표를 끊었다. 버스 시간이 여유가 있어 작은 식당에 들러 밥도 든든하게 먹었다. 모든 것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윤서는 이제껏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이토록 순조롭게 진행된 적이 있었나 싶었다. 그러기에 자신의 마음에 더욱 확신이 생기는 그녀였다. 버스에 올라탄 그녀는 창밖을 보다 이내 눈을 감았다. 목적지까지 족히 3시간이 걸릴 예정이었다. 윤서는 편안한 낮잠에 빠져들었다.


윤서와 통화를 마친 신애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하우스메이트들에게 연락을 했다. 우선, 가장 말이 통하는 지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혹시 윤서한테 전화 왔었어?” 그녀의 물음에 지은이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너도 왔었어? “ 두 사람은 서로 윤서와 있었던 일을 주고받았다. 특별히 다른 이야기는 없었지만, 윤서는 신애에게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된 것을 축하해 주었고 지은에게는 아마추어 자전거 선수가 된 것에 존경심을 표했다. ”그리고? 혹시 다른 말도 했어? “ 신애의 물음에 지은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답했다. ”그리고는 ‘안녕’이라고 말했어. 마치 멀리 떠나는 사람처럼 말이야. “ 그녀의 답을 들은 신애가 말했다. ”맞아. 내게도 그렇게 말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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