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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awa Mar 03. 2024

아주 오래전 기억

프롤로그

아주 오래전 기억을 꺼내보고자 합니다. 내 마음속에 뒤죽박죽 박혀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불쑥 튀어나오는 마음들을요. 차곡차곡 그 마음의 감정들을 어루만져 보려고요.


엄마와 살면서 엄마라는 존재는 원래 그런 줄 알았습니다. 나와 다른 존재기에 내 마음을 전혀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사춘기 시절에는 어른이 되기만 하면 집을 나가서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이어졌습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 거라고요.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엄마가 정해준 학교에 다니며 학교-집-학교-집의 굴레 속에서 살았습니다. 아무것도 못한 채 아주 조용히 살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의견을 특별히 내지 않고, 튀지 않고,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로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세요. 저는 특별히 학대를 받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엄마가 악의가 있었던 것도 전혀 아니었습니다.

엄마는 분명 나를 사랑했습니다. 나에게 충분히 모든 것을 제공했다고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알기에 어른이 된 지금은, 나도 엄마가 된 지금은, 엄마에게 어떤 감정을 느껴야 좋을지 고르고 또 골라봅니다.

그저 자신의 삶이 더 중요했던 사람, 자신의 삶으로 충분히 힘들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아이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차마 알지 못한 탓이라고요.


그래서 단 한 번도 엄마에게 내 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했어요. 지금 엄마는 저를 아주 많이 사랑하세요. 제가 어디라도 다칠까, 아플까, 고생할까 늘 걱정뿐입니다. 늘 집에 내려가면 저에게 싸 줄 음식을 잔뜩 해두고 기다립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 저에게 주려고 아껴둡니다.

그런 엄마에게 어릴 때 왜 그랬냐고 따져 물어 무엇할까요. 나 그때 그런 일로 상처받았다고 이야기해 무엇할까요.


어쩌면 글을 쓰다 보면 그 속에서 모르고 지났쳤던 엄마의 사랑방식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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