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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awa Mar 17. 2024

내 것은 하나도 없었어

우리 가족은 여행을 자주 갔어. 이제 생각해 보니 참 여행을 좋아하는 부모님이었어.

잊고 있었는데 여름이면 친척들과 계곡에도 놀러 가고, 날 따뜻한 봄이면 잔디밭으로 소풍도 자주 갔어.  등산도 가고 기차여행도 하고.

참, 기차역에서 내려 모두들 어디가 있는 동안 나 혼자 짐을 지키고 있을 때가 생각이 나. 아마 화장실도 가고 티켓도 사러 가고 그랬던 거 같아. 짐이 산더미였어.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짐을 지키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나한테 물었어.

"이거 다 네 짐이니?"

그렇게 묻던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그 중 하나의 짐을 들더니 그대로 기차역 문을 열고 나가버리는 거야. 깜짝 놀란 나는 그 아저씨를 따라갔어. 용감하게.

"그거 제 짐이에요. 돌려주세요."

뒤돌아본 아저씨는 마치 자신이 착각했다는 듯이 다시 다가와 짐을 돌려주었어.

"미안, 내 거인줄 알았어"


나 진짜 용감했지?

이렇게 용감한 나인데 왜 엄마에게는 그렇지 못했을까? 용기 있게 내 의견을 말하지 못했을까?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있어. 여행을 가면 사촌들과 사진도 많이 찍었어.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 그때 생각이 나. 즐거웠던 기억이 아니야.

나.. 나도 예쁜 옷을 입고 싶었어.

내가 거의 업어 키운 사촌 여동생이 유치원에 갈 만큼 컸어. 이모는 동생에게 이쁜 옷을 많이 사주셨어. 그중에 팔랑거리는 치마와 판초 카디건이 너무 부러웠어. 나보다 5살이나 어린 동생의 옷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언니라니.

나도 공주옷이 입고 싶었어. 아니, 공주옷은 아니더라도 치마만이라도.

나는 항상 오빠의 옷을 물려 입었어. 언니도 아닌 오빠 말이야. 그래서 내가 입는 옷은 항상 헐어있었고 남자옷이었으며 바지뿐이었어.


엄마는 그때를 회상하며 늘 좋은 옷을 사주었다고 자랑하곤 해. 그 어린 꼬마 시절부터 내 운동화는 나이키였대. 

하지만 엄마가 말한 나이키운동화는 모두 오빠 것이었어. 오빠가 신다가 물려준 운동화.  

 것은 새것이 하나도 없었어. 그래서 난 치마도 없고 구두도 없었어.


사진을 찍으며 난 사촌동생만 바라보고 있었어. 사진을 찍는 카메라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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