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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나 Jan 11. 2024

2. 내 모습이 낯설다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 선생님이 놀라 물으셨다.

- 넘어진 것 맞아요? 어떻게 이렇게 심하게 부러질 수가 있어요?

- 네? 의사 선생님이 저한테 물으시면 어쩌나요.


간호사들도 몇 번이고 물었다.

- 혹시 계단에서 굴렀나요?

- 아니요, 그냥 계단 아래에서 미끄러졌는걸요.


친구들이 물었다.

- 골다공증이나 뭐 그런 거 있었어?

- 응? 나 그런 거 없는데...


다들 이상하게 생각되는 일이 왜 하필 오늘 나에게 일어난 것일까. 


넘어지고 이상하다고 느끼자마자 바로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로 는 차 안에서 앉지도 눕지도 못하겠다. 다리를 펴지도 굽히지도 못한 채 엉성한 자세로 겨우 버텼다.


응급실에 도착해서는 엑스레이를 찍느라 조금만 움직여도 죽을 것 같았다. 휠체어는 도저히 안 되겠어 침대채로 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통제가 몸 안으로 흘러들고 있었지만 효과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엑스레이를 찍느라 이 침대에서 저 침대로 이동하는 것조차 너무나도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리의 큰 뼈가 두 동강 났는데 멀쩡할리가 없었다. 그 작은 미끄러짐으로 다리의 큰 뼈와 작은 뼈들이 부러지고 금이 쩍쩍 갔다.

보통은 붓기가 좀 가라앉고 2~3일 뒤 수술을 잡는데 병원의 사정에 맞추어 오늘 수술하지 않으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며 오늘 당장 수술을 하기로 했다.


엑스레이와 CT까지 찍고 입원실로 이동하였다. 여전히 침대에 누운 채 이동 중이었다. 입원실로 옮겨 침대로 겨우 몸을 옮겼는데 갑자기 다른 간호사가 와서는 하는 소리가,

"앗, 입원실 여기 아닌데요?"


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그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중이었는데 겨우 입원실 침대 위로 몸을 옮겼는데 이게 무슨 시트콤인가 싶었다. 절로 욕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시트콤은 끝나지 않았다. 겨우 다른 입원실로 이동하고 눕자마자 간호사가 나를 또 데리러 왔다. MRI를 찍으러 내려오라는 것... 나를 엿먹이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가혹했다. 방금 CT 찍고 왔는데 거기서 바로 MRI도 찍고 올라왔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어긋난 다리를 이끌고 또 침대채로 이동되었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무언가로 침대가 통통 튈 때마다 나는 이를 악물어야 했다.


모든 검사가 끝나고 오후에 수술까지 정신없이 흘러갔다. 마취가 두렵고 수술이 무섭고 하는 그런 걱정할 새도 없이 시간이 훌훌 흘러갔다.


오늘 아침에 일어날 때만 해도 오늘 하루가 이렇게 흘러갈지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어느새 부러진 다리에 긴 철심을 박고 무통주사를 맞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내 모습이 참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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