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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나 Jan 12. 2024

3. 이 밤중에 누구세요?

낯선 병원에서 잠도 오지 않는다. 수술한 다리는 욱신욱신하고 다리 한쪽이 아플 뿐인데 온몸도 같이 마비된 듯 움직여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오른쪽 팔에는 주삿바늘을 꽂은 채 하염없이 진통제와 항생제, 지혈제 등 온갖 약들이 흘러 들어갔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듯했다. 비급여라면서 15만 원이나 더 내야 한다는 무통주사를 맞고 있지만 무통의 [무]가 어디로 도망갔는지 전혀 효과를 알 수 없었다.

다리는 끊임없이 욱신욱신, 득신득신 신호를 보내왔다. 신호를 보내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무통주사액이 좀 더 흘러들도록 손가락만 까딱 하는 것이나 다리는 그저 비웃을 뿐이었다.


병원에서의 밤은 참 길었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지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안 그래도 집이 아니라 잠도 안 오는데, 겨우 잠이 들면 옆 침대 할머니가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기 시작한다. 아까 MRI 검사를 할 때 챙겨주었던 귀마개가 생각난다. 귀마개를 귀에 끼우고 내일은 안대도 하나 가져다 달라해야겠다.

뒤척뒤척 잠 못 이룰 때 자꾸 간호사가 나를 찾아왔다. 한밤중에도 혈압 체크가 필요한가? 도대체 혈압체크, 체온체크는 하루 몇 번씩이나 필요한 건가? 수술 후 간호사가 관리를 참 잘해주는구나 생각하다가도 새벽 1시 2시 매 시간마다 와서 주사 넣고, 혈압체크하고, 링거확인하고, 무언가를 하러 계속적으로 나를 찾아오는 간호사를 보며 절로 한숨이 나왔다.

문득 잠이 들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면 귀신처럼 휴대폰 불빛을 켠 채 간호사가 옆에 서 있었다. 병원귀신인가 싶어 화들짝 놀라기도 여러 번이었다.

한 번은 곤히 잠들었는데 누군가 이불이 살짝 들추고 내 손을 잡았다. 변태인가 싶어 기겁을 하며 잠에서 깼다. 역시 간호사였다. 오른손 팔안쪽에 맞고 있는 주사로 약이 잘 흘러들어가지 않아 가지런히 모아 자고 있는 내 팔을 펴주려고 한 것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약물의 부작용이나 수술 후 감염 위험의 첫 신호가 혈압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한밤중에도 여러 번 혈압을 재고 또 잰 것인가 보다.


병원에서의 긴긴밤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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