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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JOJO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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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브로라 Aug 27. 2022

JOJO 19화


커튼 치맛자락을 들추며 아침이 불어왔다. 나는 조조와 함께 데친 토마토에 꿀을 곁들여 먹었다. 다정한 맛이다. 다음으로 그녀가 커피를 내리는 동안 카멜색 소파에 앉아 비자나무 선반 위의 책들을 훑어봤다. 하나같이 헤지고 누렇게 변한 책들이었다. 소파 옆 협탁에는 복음성가집이 있었다. 조조는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상처를 치유할 때마다 복음성가를 부른다고 했다. 나도 교회에 가지 않지만 마음 한 켠에는 늘 교회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나 말이야. 초등학교 때 친한 친구 선영이를 따라 처음 갔던 교회에서 ‘사랑’을 배웠어. 가족보다 더 우호적인 타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어. 예배가 끝나면 다 함께 밥을 나눠 먹고 간식을 챙겨주기도 했고.

 

그렇게 교회와 사랑에 빠져서 주일 예배를 포함한 수요예배, 금요철야예배를 드리고 또 토요일이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교회 전단지를 들고나가 전도를 하러 다녔어.

‘할렐루야,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

할렐루야나 구원이라는 말이 정확히 무얼 의미하는지는 몰라도 주님의 일을 하는 나 자신이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러웠거든. 아마도 학교와 집에서 받지 못했던 인정을 받으며 조건 없는 사랑 속에서 천국의 단꿈을 경험했던 것 같아.

하지만 그런 마음의 한 켠에는 늘 두려움이 함께 있었어. 혹시라도, 내가 나쁜 아이라는 걸 주님이 아시면 어쩌지? 그래서 나를 미워하면 어쩌지? 나는 딱히 주님이 좋아할 만한 타입이 아니니까..

사실 나는 선영이의 마론인형을 훔친 적이 있어. 당시 내 인형은 미국에서 수입한 바비 인형이었고 선영이의 인형은 국내에서 제작한 미미 인형이었어. 그런데도 선영이는 내 인형을 부러워하기는커녕 아침저녁으로 미미의 머리를 빗겨주며 살뜰하게 챙기는 거야. 그래서 선영이의 미미를 훔쳤어. 선영이의 유일한 기쁨을 송두리째 빼앗고 선영이의 마음을 처참히 무너트리고 싶었어. 하지만 선영이는 울지 않았어.. 침착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기 할 일을 할 뿐이었어.

나는 수치스러운 마음에 밤마다 미미의 허리를 부러트려서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꿈을 꿨어. 그리고 열 번째 그 꿈을 꾸고 일어난 아침, 발가벗은 미미의 허리를 두 동강 내서 쓰레기통에 버려버렸어. 그리고 그날 이후로 다시는 교회에 가지 않았어.

문제는 그날부터 진짜 악몽에 시달리게 됐다는 거야. 지옥에 가는 꿈… 나는 매일 밤 유황불에 떨어져 몸이 타들어 갔고 그런 나를 따라다니는 질문에는 점점 불신과 원망이 가득 차 올랐어.

‘왜 교회에 가지 않으면 벌을 받지? 왜 하나님은 내 아버지인데 자식에게 죄책감을 갖게 하지?’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나에게 영이 맑다고 말하는 한 여자를 따라갔어. 여자는 나를 데리고 어느 회사 건물 2층으로 올라갔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엄청난 한 규모의 제단이 있고, 제단 뒤에 있는 큰 방에는 100벌 정도의 한복이 걸려 있었어. 나는 그 한복을 입고 조상의 안녕을 위한 제사를 드렸어. 검게 타들어 가던 초 심지가 떨어지지도 않고 길게 모가지를 내밀어 꽃봉오리처럼 피어났는데 여자의 말로는 나의 조상이 감복한 것이라고 하더라고, 하지만 조상의 감복만으로는 부족했어. 나는 여전히 유황불 속에서 타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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