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지자, 바다는 고깃배를 띄우고 오징어 떼를 유인하는 불빛은 검어진 바다에 별자리를 띄웠다.
나는 조조의 등에 기대고 앉아 바다 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별들을 바라봤다. 바다에 뜬 별들은 놀이동산의 회전목마를 장식한 전구처럼 춤을 추었고, 내 등으로 전해지는 조조의 온기는 감정의 자리까지 스며들어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를 꺼내 주었다.
“조조, 우리 학교에서 롯데월드에 갔던 날 생각나? 너 그날 담임한테 출석체크만 하고 땡땡이쳤잖아. 네가 없는 놀이공원이 너무 황량해서 나도 그냥 너 따라 집에 가려는데, 그래도 회전목마는 꼭 타고 가고 싶은 거야.
그런데 막상 타보니 시시했어. 그냥 시시한 내 인생 같았어. 회전판이 360도를 돌아 같은 자리로 돌아올 때마다 왠지 자꾸만 원점으로 돌아오는 내 인생 같아서 짜증이 났어. 시궁창에서 360도 돌아도 다시 시궁창인 것처럼. 과거도 미래도 없고 영원한 현재만 반복되는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처럼 말이야. 응, 지금까지의 내 삶이 모두 그랬으니까.
살아오면서 ‘지금 이 순간이 무한 반복되더라도 다시 이렇게 살겠노라’고 대답할 수 있는 순간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아.
그런데 지금 이 시간만큼은 아니야. 오늘의 선택이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을 만큼 온통 나의 의지로 가득 해.”
“모든 일은 필요한 때 일어나도록 되어 있어.
기쁨도 슬픔도 멀리서 보면 한 점 수채화고, 결국 바다에 닿으면 그동안의 거대한 슬픔이 바다에 닿기 위한 단순한 몸짓이었음을 알게 돼.”
잠시 숨을 고르던 조조는 천천히 말을 골라 대화를 이어갔다.
“넌 유일한 존재야. 가슴을 울리는 소울을 가졌으니까. 그리고 누구보다도 반짝이는 매력을 갖고 있지.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한다고 너마저 너 자신을 망각해선 안돼. 오늘 네가 한 일에 후회가 없도록, 똑같은 삶을 다시 사는 것이 축복이 되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멋지게 살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