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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JOJO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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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브로라 Aug 27. 2022

JOJO 20화


조조는 김녕의 바다색을 띤 코스타 노바 머그컵에 예가체프를 따르며 말했다.


“그 이름을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부처님, 알라신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 하지만 그건 한낱 호칭에 지나지 않아. 중요한 건 그가 우리를 사랑한다는 사실 하나뿐이야.


사랑이야 말로 신이 네게 준 유일무이한 것이야. 사랑의 반대가 두려움이라는 말은 인간의 언어고 신의 언어 안에서 사랑은 반대의 의미가 없어. 사랑은 두려움을 포함한 모든 것을 포괄하기 때문이야.


마치 갓난아이가 엄마를 전적으로 믿는 것처럼 사랑 속에 내 몸을 던져보면 알아. 우리 자신이 곧 사랑이었다는 걸. 우리가 우리 자신을 떠나왔기 때문에 신의 사랑을 모르는 것뿐이야.


마론 인형을 부러트린 너는 죄가 없어. 애초에 죄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세상에는 죄가 없고 결핍만 있을 뿐이야.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오는 결핍 말이야.”


“맞아. 인정받고 싶었어. 엄마에게 칭찬 한 마디가 듣고 싶어서 아득바득 독하게 살아온 것 같아.”


“너는 인정이 사랑이라고 오해하며 살아온 거야. 사랑 속에는 인정이 있지만, 인정이 곧 사랑은 아니야. 인정은 사랑을 넘어 공격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기도 하니까.”


“응.. 하지만, 인정받는 것 까진 아니더라도 오해받는 건 정말 싫어. 이상하게 오해받을 땐 목구멍이 막혀서 목소리도 잘 나오질 않아.”


“뭔가 억울한 일이 생기는 건 신이 주는 신호라고 생각해 봐. 네 밑바닥에 있는 근원적인 죄의식을 건드리는 상황이 온 거지. 네 안에 아직 치유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거야.


너의 세상에서 재생되는 모든 드라마는 네가 선택한 거야.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투사를 걷어 들이고 너의 선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이 해방이고, 그 순간 자유가 올 거야.”


마당에는 이슬 맺힌 풀잎이 햇살에 반짝이며 춤을 추고, 이웃집 부엌에서 만드는 파스타 냄새가 담장을 타고 넘어 들어와 잠들어 있던 식욕을 돋웠다. 나는 그 냄새를 깊게 들이마시고 다시 천천히 내뱉으며 말했다.


“배고프다. 맛있는 거 먹고 싶어.”


우리는 해안 도로에 있는 식당에 전복 돌솥밥을 먹으러 갔다. 이 집은 그날 잡은 전복으로 요리를 하는지 내장까지 비벼 조리해 주었는데 마치 버터를 넣고 조리한 듯한 풍미가 느껴졌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나는 넓은 통창에 펼쳐진 세화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조조, 나는 인간에게 죄가 없다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아. 어딜 가든 구제불능인 인간이 있잖아. 사사건건 남 탓을 하며 불평불만을 일삼는 사람, 무지를 무기 삼아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이런 사람들도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데 하물며 알고도 죄를 짓는 사람이 죄가 없을까?”


“인간에게 죄라는 프레임을 씌운 건 인간이야.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죄라고 할 수 있을까? 죄의 기준은 경계가 모호해.”


“아무리 모호해도 최소한 법이 정한 만큼이라도 지키면 되잖아?”


“혹시, 바스토이 섬이라고 들어봤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뱃길로 75km 들어가면 바스토이라는 섬에 도착해. 2.6 제곱 킬로미터의 작은 섬 바스토이는 섬 전체가 죄수를 수감하는 감옥인데 세계에서 가장 복지가 좋은 감옥으로 유명한 곳이야.


바스토이 섬의 죄수들은 창살이 있는 감옥이 아닌 대자연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 전원주택에서 6명씩 공동생활을 하며 직접 가축을 기르거나 과일을 재배하고 하루에 두 끼 정도 직접 요리도 해 먹어.


다양한 일을 해서 돈을 벌기도 하고 악기나 운동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갖기도 해.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면회가 가능한데 부인이 면회 올 경우 부부관계를 할 수 있는 장소도 제공해 주고.”


“말도 안 돼. 그게 어떻게 감옥이야. 그래서야 교화가 될까?”


“응, 역설적이게도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재범률이 낮은 감옥으로도 유명해.”


“그래도 그건 벌이 아니잖아.”


“그들에겐 이곳에 들어온 것 자체가 처벌인 거야. 실제로 바스토이 교도소장이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해.”


“감옥은 분명 사회적으로 죄를 지은 사람이 벌을 받으러 오는 곳이죠. 자유를 잃고 격리되는 것 자체로 그들은 죗값을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감옥에 왔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의 고통을 느끼도록 죄인들을 막 대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간도 짐승 대우를 받다 보면 정말 짐승처럼 행동하고 살게 되거든요.


이들이 감옥에서 나가 사회로 돌아간 뒤에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을 낮추도록 돕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바스토이 교도소장 닐센의 인터뷰 중)


“유럽에서 범죄자들의 재범률이 가장 낮은 노르웨이에서도 바스토이 감옥 출신들의 재범률은 16%로 특히 낮아. 결국 인간은 자유 속에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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