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울푸드, 잡채

내 마음에 안정을 주는 잡채

다른 사람을 위해 요리하기를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때론 나를 위한 요리가 필요할 때가 있다. 누군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아마도 잡채-라고 답할 것이다. 잡채가 내 마음에 안정을 주는 요리란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해외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가족, 친구와 모두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다. 딱히 한국이 그립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어떤 날은 매우 지치는 하루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날이면 내 머릿속에는 잡채가 생각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당면을 불리고 형형색색의 재료들을 볶으며 잡채를 만든다. 이런 일이 몇 번이 있다 보니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잡채를 좋아하는구나. 나의 소울푸드는 잡채구나.라고 말이다.

잡채는 간단하다. 누군가는 손이 많이 간다고 귀찮은 요리라고도 하지만, 난 손이 빠른 편이라 30분 안에 잡채를 완성한다. 먼저 당면을 불려둔다. 그러면서 갖은 재료들을 준비한다. 꼭 뭐가 있어야 하는 건 없다. 그저 냉장고에 있는 채소들을 꺼내서 만들면 된다. 나는 가능하면 당근, 양파는 넣는 편이다. 시금치가 있다면 시금치, 없다면 부추, 그마저 없다면 쪽파를 넣는다. 가능하면 색은 고루 갖춰지길 바란다. 고기가 있다면 고기, 없다면 버섯, 그마저 없다면 그냥 생략한다. 정해진 레시피는 없다. 가능하면 재료들을 따로따로 볶는다. 볶아서 한 곳에 담아둔다. 그런 후, 당면을 삶는데, 100% 삶진 않는다. 나는 간장, 설탕, 기름을 섞어서 팬에서 삶은 당면을 넣고 볶아주며 모든 소스가 스며들게 한다. 그러면 당면이 쉽게 불지 않는다. 그렇게 준비된 당면을 재료들과 섞고 참기름과 볶은 깨를 듬뿍 넣고 버무려 준다. 간을 보고 필요하다면 간장, 설탕, 참기름 등을 기호에 따라 더 추가한다. 간단하게 예쁜 잡채가 완성된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해 주는 것이 보통은 더 즐겁다. 잘 먹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큼 보람된 것도 없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나를 위해 요리하는 순간도 역시나 소중하다. 그 누구보다도 나를 생각하며 나를 아껴야 하는 존재가 바로 나 자신이니까- 나 혼자 먹을 것이니 대충 하기보다는 나를 위한 요리에도 가끔은 좀 더 정성을 쏟아봐야겠다고 생각해본다.